연락 끊고 살던 아빠 찾아간 후기

ㅁㄴㅇ· 2026.08.01 21:25· 조회 204
우리 엄마랑 아빠는 내가 서너살 무렵 헤어졌다 아빠는 이미 이혼 전적이 있었고 키우고 있는 다른 자녀들이 있는 상태에서 우리 엄마를 만나서 재혼했다. 아빠랑 엄마 사이에 오해가 있었는데 당시 아빠 지인 누군가가 우리 엄마가 외도를 했다고 이상하게 말을 전달했고, 이전 결혼생활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던 아빠의 역린을 건드린 꼴이었다. 그 결과 엄마랑 아빠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아빠는 지금까지도 엄마가 외도를 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내가 2n년 살아오며 봐온 우리 엄마는... 실수로라도 외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울고 보채는 세살배기 아기를 안고 있는 지인의 아내를 차에 태워서 집까지 데려다 준 누군가의 호의와, 그걸 보고 말을 이상하게 전달한 한 사람만 있을 뿐. 나는 초등 고학년 올라갈때까지 아빠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엄마는 나름 나를 건사한다고 최선을 다했지만 여자 혼자 벌어 어린 아이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왔는데, 미성년자인 나는 의무부양자인 아빠가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신청은 반려되고 엄마의 의지와 상관 없이 동사무소에서 아빠에게 연락이 갔다. 아빠는 당시 사업을 하며 돈을 꽤 만졌고, 나는 한순간에 예비 기초생활수급자 집안의 외동딸에서 유복한 집의 막내딸이 되었다. 적어도 남들 보기에는. 아빠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막내를 예뻐했고 자신이 막내 아이를 키우지 못 했다는 부채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막내에게 해주지 못 한 것들을 금전적으로 보상해주고자 했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어쩌면 엄마 아빠가 다시 같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잠시 가졌었다. 실제로 아빠도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가졌던것도 같고. 엄마가 그래도 아빠랑 살때 아빠 전처의 다른 자식들을 애틋하게 생각은 했기 때문에. 아빠는 최선을 다해서 오랜만에 나타난 막내딸을 몰심양면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해외로 조기유학도 보내주고, 양육비도 다달이 꽤 넉넉하게 보내줬다. 평범하게 지내고 있던 어느날, 아버지 사업체를 경쟁업체에서 악의적으로 공격한 일이 있었고 약점이 잡힌 아버지는 발이 묶여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버지 도움으로 해외로 유학을 가 있던 고등학생이던 나는 학비가 끊겨 강제로 귀국을 하게 되었다. 아빠가 발이 묶인 틈을 타서 아버지의 형제들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아빠의 회사에서 돈을 횡령했고,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을때 회사는 이미 망하기 직전인데다 자식들과 관계도, 자식들끼리의 관계도 다 틀어진 뒤였다. 아빠의 형제들은 가장 먼저 전처에게 키워진 나에게 들어가는 양육비부터 끊으려 했기 때문에. 나는 당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3이었고, 현실적으로 너무 불리한 싸움이었다. 한국을 꽤나 오래 떠나 있었던 탓에 수능 준비는 커녕 하루하루 수업을 따라가기도 버거웠다. 다행인지 대학 입시 결과 자체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악까지 가지는 않았다. 타고나길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던 덕에. 거기다 약간의 시험운도 따라줬고. 다만 아빠는 이 무렵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고 그 분과 가정을 꾸렸다. 새 여자는 착했다. 철저히 아빠 울타리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처 소생의, 전처의 손에 키워진 나에게는 아버지가 학비조차 지원하는걸 극도로 꺼려했다. 나도 어렴풋이나마 눈치는 채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나를 싫어했다기보단, 전처와의 연결고리가 자꾸 아빠 앞에 왔다갔다 하는게 내심 불편했을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아빠는 돌연 나에게 학비를 더이상 주지 못하겠다 선언한 뒤 나와 크게 다투고는 그 이후로 잠적했다. 나 역시 아빠에게 극도로 배신감을 느끼고는 아빠와 더는 연락을 이어가지 않았다. 아빠가 나를 버렸으니 나도 아빠를 보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 이후로 4년이 지나고 나는 어렵사리 대학을 혼자 힘으로 졸업하고 인생의 다음 단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때 수술을 받고 회복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몸이 계속 아파서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그나마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외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기에 나는 의지할 곳이 전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순간 뛰어나야만 했고, 결과로써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일들이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대학만큼은 객관적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인정받으며 졸업할 수 있었다. 최근 아빠를 다시 찾아갔다. 나름 지난 세월을 아빠한테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반, 아빠 없이도 나는 이렇게 잘났고 잘나게 살았다 큰소리 치고 싶은 마음 반. 그리고 대학원 진학 전까지라도 평범한 다른 집 애들처럼 부모에게 최소한의 지원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아빠 앞에서 그간의 원망을 다 쏟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많이 늙어 있었고, 건강도 많이 나빠져 있었다. 자식으로서 아빠에게 조금이나마 의지하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더라. 아빠는 자신이 같이 사는 여자분께서 본인 손에 자란 다른 자녀들과 다르게 전처 손에 자란 전처의 자녀에게는 더이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걸 원하지 않아 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이 가운데서 많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다만 내가 번호를 바꾸고 사라지기 전, 내가 아빠에게 연락을 했을때 안 받았던 것은 본인이 많이 아파서 입원을 했었고, 한동안 운신이 아예 불가능했으며 내가 보낸 메세지는 아마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확인했던것 같다고. 본인은 내가 마지막으로 연락한걸 아예 몰랐다고. 젊은 시절을 다 바쳐 일군 회사를 타인과 형제들의 연이은 배신으로 인해 잃을뻔 했고, 껍데기나마 회사를 끌어안고 지키기 위해 예전같지 않은 몸으로 무리를 하다 보니 몸부터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아빠 찾아갔다가 막상 얼굴을 보니 하려던 말의 대부분은 삼키게 되더라. 아버지는 회사만 다시 궤도에 올라가면 본인 자식들을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빠는 내게 같은 성인 여자로서, 너가 이제는 아줌마 마음도 조금은 이해를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나 역시 우리 엄마가 있으니 아줌마를 어머니로 인정은 못 하겠다. 다만 아버지랑 계속 함께하실 분이면 인사정도는 하는 사이로는 지낼 수 있겠다고, 한 번 뵙게 식사 자리나 마련해달라 말씀드렸다. 아빠는 아줌마한테 얘기는 꺼내보겠다고 하셨다. 딱히 그 분이 바로 수락하시리라 기대하고 꺼낸 얘기는 아니다. 아빠를 위해서 적당히 잘 지낼수 있다는 생각은 어느정도 진심이고. 언젠가 내 사정을 아는 누군가 내게 아빠를 다시 찾아가면 마음만 크게 다치고 올거라고, 찾아가려거든 마음 다칠 각오는 하고 다녀오라 했었는데. 원망하는 마음 갖고 찾아갔지만 늙고 병든 아빠 모습에 한 번, 떵떵거리고 잘이라도 사는 줄 알았는데 그런것도 아닌 모습에 한 번, 더 이상 내가 아빠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나만 빠져주면 영락없이 완벽할것 같은 가족의 모습에서 한 번,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 엄마를 무시하는 모습에서 또 한 번 상처받게 되더라. 엄마가 밉다. 애초에 그 사람이 태워준 차를 타지 않았다면. 차라리 엄마의 능력이라도 대단하게 뛰어나서 내가 애초에 아빠를 찾아가지 않을 수 있었더라면. 엄마가 대단하게 능력이 좋아서 아빠의 가족들이 엄마에 대해 함부로 떠들수 없게라도 했다면. 그런데 엄마가 미운데 또 불쌍하다. 그리고 엄마한테 미안하다. 내가 더 뛰어나서, 내 능력이 좋아서, 일찍 성공해서 돈이라도 잘 벌었더라면. 앞으로 나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버린 아빠를 더 이상 원망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빠의 다른 가족들이 무어라 입을 대든 한 번씩 아빠를 들여다 보고 남들 보기에 평범한 부녀처럼 연락하고 관계 유지 잘 해보려 한다. 같이 산 세월이 없어 살갑게는 못 해도 노력은 해보려 한다. 엄마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 되어보려 한다. 앞으로 10년 잡고. 엄마의 면을 세워줄 수 있는 자식이 되어보려 한다. 아무도 함부로 우리 엄마를 무시하지 못 하게. 더 열심히 배우고 많이 벌어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우리 엄마를 꼭 호강시켜드리고 싶다. 오늘까지만 좀 힘들어 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댓글 3
vv1일 전
돈으론 부채감만 갚는거지 인정
ok(182.109)1일 전
돈으로 메우는 게 다면 관계가 이렇게 꼬이진 않았음 실화냐 ㅇㅇ
ㅜㅜ1일 전
지인 말 하나로 엄마 인생이랑 너네 집 다 꼬였네 딱봐도 그 전달한 놈이 제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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