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울 할매는 만신(무당),나의 수호신이 되다!
#_4 내게 닥친 문제 (1)
8살이 되던 해 밤마다 잠에 들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쌍 코피가 터졌다. 출혈 양은 심각했다. 이불을 흠뻑 적셨고, 내 온몸도 피투성이었다. 매일매일 흘리는 코피에 할머니의 한숨 소리는 깊어져 갔고, 심지어 자기 전 세수 대야를 옆에 미리 챙겨두고 자야 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나는 너무 활기차고 씩씩했다. 병원을 이곳저곳 다 다녀보았지만, 아무런 병명도 나오지 않았고, 할머니는 원인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나에게 말해주진 않았다. 난, 한 달을 넘는 시간 동안 매 일 밤 코피를 흘려 댔고, 그 생활이 익숙해 졌을 때 난, 코피가 흐르는 느낌이 나면, 벌떡 일어나 앉아 세수 대야를 집어 들었다. 다 채워야 멈출 거란 걸, 이젠 너무 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할매는 매일 신들께 더 간절히 기도를 하셨다. 무슨 기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를 위한 애타는 기도였단 것,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러다 할매는 수소문 끝에 침 치료로 유명한 침술사 선생님을 찾으셨고, 할머니의 부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왕진을 부산에서 와주셨다. 선생님은 한달만 치료하면 코피가 멈추고 괜찮아질거라고 말씀하셨고, 신기하게도 한 달의 치료가 끝난 후, 나를 매일밤 괴롭히던 코피가 말끔히 치료가 되었다. 비록 치료가 너무 아파서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매일 자다가 깨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져서 내심 좋았던 기억이 있다.
12세 때 그 선생님이 불연 듯 생각이 나서 할매한테 안부를 물었었는데, 나를 치료해주고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할매는 씁쓸하게 말씀하셨다. 난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거 같다.
10살 때 여름 방학 전 친구랑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서 30미터 정도 날라가서 떨어졌고, 순간 숨이 안 쉬어졌다, 그 순간 아, 내가 죽는 거구나, 생각을 했다.
그 때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고, 순간 머릿속에 슬퍼할 할매가 떠올랐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있는 힘껏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고, 다행이 호흡이 돌아왔다. 정신이 돌아오니, 운전자 아저씨가 눈에 들어 옮 과 동시에 엄청난 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 이 아저씨 음주운전이다. 경찰서 가면 큰일 난다. 그 생각이 번쩍 들었고, 아저씨는 애기야 괜찮냐며, 병원 가자고 말씀하셨지만, 난 다친 곳 없고, 괜찮으니 아저씨 빨리 가시라고 등을 냅다 밀었다. 그리곤 아저씨 귀에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 술 냄새 나요. 병원 가면 안돼요. 빨리 가세요. 순간 아저씨는 엄청 놀라시더니 연신 미안하다 사과하시곤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셨다. 그 순간은 정말 괜찮았지만, 밤이 되자 갑자기 고열과, 몸의 통증으로 몇 일을 끙끙 앓았던 웃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난 그 날의 그 순간 내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아저씨는 누군가의 아빠인 거 같았고, 그 가족은 지켜주고 싶었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에게 찾아올 어머무시한 고통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10세 가을부터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되었다. 평소 뛰어놀기 좋아했고, 공 놀이를 좋아했는데, 할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심장의 통증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꽉 움켜쥐듯이, 때로는 쥐어 짜듯한 극심한 고통은 나를 너무 고통스럽게 했다. 나의 아픔을 눈치챈 할매는 급하게 대학병원에 예약을 했고, 엄청 비싼 검사들을 해야 했다, 3일간 몸에 이상한 기계를 붙이고 학교생활을 했어야 했고, 통증이 올 때마다 버튼을 눌러 라고 했다. 아주 불편하고, 귀찮고,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 아프려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3주의 시간을 기다려 심장 초음파까지 해보았지만, 큰 병명이 나오진 않았다. 몸에 오백원 동전 크기 만한 피 덩어리가 있는데, 이게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통증을 유발한다고 했다.
어디서 크게 부디 치거나,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순간 뜨끔 했다. 할매한테 말하지 않은 얼마 전 그 사고가 생각나서 였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항상 다 알고 있는 할매 였지만, 이때 만큼은 제발 몰랐으면, 속으로 기도했지만, 안타깝게도 할매는 다.알.고.있.었.다…..
다만, 이것이 나중에 머리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땐 사망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발언을 하셨다. 할매는 망연자실 했고, 나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할매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술하면 되지 않냐고, 수술을 권했지만, 의사 선생님께 거절 당했다. 이 덩어리가 한 곳에 정착이 되어있으면, 가능하지만, 계속계속 위치를 바꿔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고 했다. 오히려 위험만 초래할 뿐이라고 했다. 이 고통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많이 심할 거라고 했다. 내가 자라듯, 그것도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딱히 치료 방법은 없지만, 그것의 성장을 억제 시키는 약과,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살아가 는게 최선이라고 하셨다.
할매는 돌아오는 길 나에게 말했다. 다시는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선의의 행동도 좋지만 내 건강과 생명이 먼저라며 꾸짖으시곤, 그때 바로 병원으로 데려오지 않은 할매 자신을 자책하시며 내 손을 꼭 잡으시곤 힘겹게 걸으셨다.
의사쌤의 말씀처럼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진 진통제를 매일같이 복용하며 살아야 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 고통은 서서히 줄어 들어갔다.
그날 밤 할매를 안고 누워서 할매는 왜 무당이 되었냐고 물었다. 억누르고 참았지만, 무불통신이 되어버려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무불통신=신과 대화가 가능해져 말문이 열린 상태), 보이고, 들리고를 넘어서 타인의 얼굴만 봐도 점사가 자동적으로 나왔다고, 결국 신께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할매는 양반 집 셋째 딸이자, 막내였다고 했다. 천자문 을 일찍이 다 떼셨고, 다른 학문도 다 익히실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할매가 손님들의 사주와 기타 등등을 쓰실 때 전부 한자였다. 오히려 한글이 삐뚫빼뚫 어색하고 낯설어 보였었다.
난 또 물었다. 할매가 점사 볼 때 왜 할배의 목소리가 들리냐고, 그건 할매의 몸주 신이 할배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럼 여자 어린애 목소리는 뭐냐는 내 질문에 할매는 잠시 뜸을 들이시곤 말했다. 그건 어릴 때 돌아가신 할매의 둘째 딸이자, 나에겐 둘째 고모라고, 할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본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할매를 더 꼭 껴안았다. 할매의 아픔이 느껴졌다. 그 아픔을 어린 나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건 아마도 나 또한 많은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밤이 깊었고, 할매와 나는 잠에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반에서 짝지가 된 한 남자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잘생기고 축구도 잘해서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같은 반이고 짝지 일 땐 그 친구가 아주 잘해줬다. 내가 아프면 개그로 날 웃게 해줄 만큼 다정했고, 착했다. 하지만, 4학년이 되고, 반이 달라지면서 그 아이는 변했다. 내가 사준 과자를 우리 반에 들고 와서 애들 보는 앞에서 짓밟아 부수며 비웃고 가버렸고, 급식소에 밥을 먹기위해 전교생이 줄 서있는 앞에서 다른 친구와 함께 나에게 삿대질 하며, 부모 없는 고아래요, 거지래요, 크게 외치고 다녔고, 조롱하고 비웃으며 날 쳐다보았다. 내가 속상함과 수치심에 눈물을 흘리니까 더 신이 나서 큰소리로 떠들어 댔고, 줄 서있던 모든 애들의 시선은 나에게 쏠렸다.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밥도 먹지 않고 수업이 끝나고 하교를 했다. 집으로 갔다. 할매가 보였다. 말없이 할매가 나를 끌어안았다. 난 오열 했다. 할매도 같이 울었다. 또 다 알고 있는 울 할매,,, 이땐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서 오히려 편했던 거 같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서 말했다.
나도 엄마..아빠 있고 싶은데,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보고 싶은데 내가 잘못 한 게 아닌데…나..거..지야? 할매? 라고 물으며 난 안겨서 펑펑 오열을 했다. 할매는 절대 아니라며, 아미야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라 담아두면 속 병 난다 시며,, 날 안고 같이 눈물을 흘리셨다.
난 그날 이후로 전교에서 은따가 되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단 이유와, 그래서 당연히 가난할 것이라고, 급이 떨어진다며 친했던 친구들의 부모님 마저, 나와 어울리지 말라며 등을 돌리셨다. 난 그때부터 웃음을 잃었다. 그냥 세상이, 그리고 신이 있다면, 그 신 마저도 날 버린 거 같았다. 삶의 의욕도 의미도 모두 잃어버렸다. 안 그래도 일찍 철이 들어 애어른 같았던 난, 애늙은이가 되어버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원망을 했다. 이럴거면 낳지를 말지, 그냥 나도 하늘로 데려가지 왜 나만 이렇게 냅둬서 이렇게 힘들고 아파야 하냐고 원망을 쏟아냈다.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는 하늘을 보며 매일같이 소리 없는 과음을 내질렀다….
어느 날 밤 난 할매를 아주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더니 신당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할매가 나의 이상한 낌새에 황급히 일어나 앉으셨고, 조심스레 아미야 왜 그러냐 부르셨다고 했다. 난 할매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내가 분명 너의 아들들을 모두 절에 스님으로 살게 하라고 말했는데, 넌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 하며, 할매에게 호통 쳤다고 했다. 그 눈빛과 말투는 내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 늦은 밤 할매의 친한 무당분들이 달려와 나에게? 내안의 누군가?께 사정을 하며 누구시냐고 물었지만, 알 것 없다며 답하지 않으셨고, 할매가 자신의 말씀을 따르지 않으니, 나를 택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고,, 할매는 몇 일 전 예감이 좋지 않아 미리 써두신 부적을 태워서 물에 타 그걸 내게 다 마시게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급히 굿을 잡으셨고, 덩달아 나와의 분가도 빠르게 준비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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