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문제 하소연 (글이 길어요)

ㅅㅇ· 2026.08.03 07:02· 조회 238
나에겐 17년지기 친구가 있어. 고등학교 때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뒤로 죽 붙어다닌 사이야. 대학을 졸업하고는 나는 곧바로 취직, 친구는 시험 준비를 시작했어. 당시 나는 유학을 하고 그 곳에서 일자리를 구해서 친구와는 장거리 연락을 주고받았어. 처음 사회생활에다 자취, 그리고 타지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연락 회수가 뜸해지긴 했어. 그러는 와중에 친구는 시험에 몇 번 떨어지면서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우울감에 빠진거야.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미안하고 걱정된 마음에 친구에게 최대한 자주 연락을 하려 노력했지.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렇게 연락은 계속되었어. 일 때문에 친구와 가까운 곳에 살지 못해서 그때도 죽 문자를 주고받은 정도였지만, 친구를 위로해주거나 응원하기 위한 시간은 언제나 할애했어. 그렇게 한 6-7년이 지난 것 같아. 친구가 드디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고 연락해 왔어. 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진심으로 친구를 축하해줬어. 드디어 내 친구도 사회에 나오는구나! 사실 점점 이야기 거리가 떨어져가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앞으로 친구와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정말 반가웠어. 그때 즈음 내가 퇴사를 하게 됐어. 진로 고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지쳐 나온 거라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어. 그런데 친구는 오로지 자기 대학원이야기 뿐이더라. 서운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로 했어. 나도 20대 초반에 첫 직장을 다닐 때 그랬을 거라 생각하면서. 소속감도 느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는 걸 얼마나 해보고 싶었을까 싶었지. 그 후 친구가 관공서 인턴을 6개월가량 할 때도 만나기만 하면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빴지만, 나는 같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줬어. (걘 알바도 해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그럴 거라 생각 했어) 그런데 사건은 인턴 생활이 끝나고 친구가 복학을 하면서 시작돼. 친구는 20년지기 슈퍼주니어 팬이야. 한동안 암울할 때는 슈주 소식을 찾아보지도 않았는데, 어느 새 다시 팬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 아마 자신감이 생긴 뒤로 자기가 좋아하던 것들을 찾아가는 모양이라, 난 긍정적으로 봤어. 그런데 이로 인해 생긴 2가지 사건 때문에 친구에게 서운함이 폭발하게됐어. <슈주 유튜브 방청> 슈주 멤버가 유튜브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 방청권에 친구가 당첨이 된거야. 기대도 안하던 일인데 된거라며 엄청 좋아했어. 방청은 서울이고, 친구는 지방에 살고 있는데, “나 0월00일에 서울 올라가야 겠는데? “ 라는 친구말에 “그럼 올라와서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고 내가 흔쾌히 제안을 했어. 친구는 그럼 일정을 정해야겠다며 신나했어. 그런데 일정을 어떻게 잡았는지, 집을 제공해주는 나는 언제가 괜찮은지, 물어보는게 없는거야. “00아 너 그래서 언제 오는거야?” 하고 물어보니 “아, 나 요즘 정신이 너무 없어서 못 정했다. 곧 알려줄게!” 라더니 “나 금토일 너네 집에서 있다 갈게!” 라며 통보를 하는거야. 잠 좀 재워준다고 유세부리는 것도 아니고 “야, 내가 그 일정이 괜찮은지 물어봐야 하는거 아니야?”라고 말을 못하겠더라고 괜히. 게다가 친구가 집에 와서는, “아니 우리 엄마가 너네 집에서 자는 거 신세 너무 지는 거 아니냐고 하루는 근처 친척집에서 자라고 하는데, 나는 이럴 때 아님 널 못보니까 겸사겸사 친구도 보러 오는 거거든.” 이렇게 말하는 거야. 참고로 나는 20살 때부터 자취를 해서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고, 친구는 지금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그래서 내가 지방에 내려가서 친구를 볼 수 있는 때는 기껏해야 명절이긴 해. 아무튼 저렇게 말을 하니까 반박할 말이 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서운함을 꾹 누르고 넘어갔어. <슈주 콘서트> 그로부터 한달 즈음 뒤인가, 슈주가 콘서트를 하게 됐어. 콘서트는 금토일 3일간 진행되고 친구는 금요일과 일요일 콘서트 티켓을 구했어. 이번에도 우리집에서 자겠다 하더니 “나 금요일엔 숙소 잡아서 하루 묵고, 토일월 너네 집에 있다 갈게!” 하는 거야. 나는 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너 출근 괜찮을까?” 한번을 물어보지 않더라. 거기에다, “토요일에 너 만나서 돌아다니려면 짐이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혹시 금요일에 내가 너네 집에 들려서 짐을 좀 두고 가도 될까?” 라고 물어보는거야. 친구가 금요일에 우리집에 들릴 시간은 내 근무시간이라, 빈집에 자기 짐을 두고 가도 되겠냐는 거지. 굳이 남의 집 비번까지 알아내서 그럴 일인가… 싶은 생각에 애써 “동선이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 하고 애둘러 거절을 했어. 그렇게 토요일에 친구와 만나 서울 구경을 좀 하고, 집에 들어와 슈주 콘서트 라이브 스트리밍을 봤어. (이거 시간 맞추려고 일찍 들어왔어) 그리고 자기전까지 슈주 이야기를 했지…. 나는 원래 연예인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또 팬이 아니다 보니 흥미롭진 않았는데 다른 이야기를 할 틈은 없었어… 그리고 일요일에 쌓였던 모든 게 한꺼번에 터지게 돼. 일요일엔 점심을 먹고 친구는 콘서트, 나는 집으로 갔어. 콘서트는 5시 시작이고, 8시쯤 친구가 콘서트가 끝나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겠다 연락을 줬어. 그로부터 9시, 10시가 되도록 연락이 없는 거야. 콘서트장에서 우리집 까지는 족히 한시간은 걸리는데, 그걸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없는 지 출발했단 말이 없었어. 나는 혹시 오는 길인데 연락을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씻지도 못하고 기다리다가 (우리집은 공동현관 비번까지 있어서 문을 열어줘야 해) 쫓기듯 씻고 잘 준비를 했어. 11시가 되어서야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나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제 출발한다…! 근데 너 잘 시간 아냐?ㅠ” 저 미안함도 없는 통보와,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에 지금까지 참아왔던 모든 게 터져버렸어. 나도 쌓아두지 않으려 했지만, 늘 내가 양보하는 입장이란 생각이 드니까 나도 모르게 서운한 게 누적이 되고 있었나 봐. 이때부터 온갖 정이 다 떨어져서 친구를 다시 집에서 마주하기도 싫은 거야. 그래서 그냥 친구한테 비번을 다 알려주면서 알아서 집에 와서 씻고 자라고 했어. 난 곧바로 잠을 잤지. (사실 잠에 든 건 아니었지만 불 끄고 이불 뒤집어쓰고 있었어. 인사하면 말도 안좋게 나갈 것 같아서) 다음 날 아침 난 출근 준비, 친구는 갈 준비를 마치고 같이 나왔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친구는 또 계속 자기 이야기뿐이더라. 어제 일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이제 멀어질 때가 된 거구나, 하고 그때 느낀 것 같아. 차라리 이런 사건이 있어서 내가 관계 정리를 할 계기가 생겼다, 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는데도 종종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하소연해봤어. 이건 멀어지는 게 맞는 관계인데, 그 동안의 내 노력을 부질없게 만든 친구에게 너무 화가 나. 걔도 물론 걔만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나에겐 이 친구 사이가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 아무튼, 여기라도 이렇게 써보니까 마음은 조금 후련하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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