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미용사 15년 차... 요즘 진짜 직업에 회의감 들고 현타 옵니다.
안녕하세요. 작은 헤어샵 운영하고 있는 미용사입니다.
어릴 때부터 내 손으로 사람들을 이쁘게 만들어주는 게 좋아서 시작했고, 정말 연습도 많이 하고 돈이고 시간이고 많이 투자해서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손님들께 즐거움을 드린다는 사명감을 느끼며 정말 즐겁게 일해왔는데... 요즘은 진짜 현타가 너무 쎄게 오네요.
다른 직업도 다 각자의 고충이 있겠지만, 참다 참다 터질 것 같아서 하소연이라도 해봅니다.
1. "예약하고 왔는데 왜 바로 안 해줘요?"
네, 예약제 운영합니다. 그런데 앞 손님이 10분, 15분 늦게 오시면 그 뒤 타임이 밀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다음 손님한테 "앞 손님이 늦으셔서요" 하고 핑계 대거나 탓할 수는 없잖아요. 제 선에서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뒤 손님께는 정말 죄송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머리 숙여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모발 상태, 숱, 기장이 다 다른데 로봇처럼 정확히 1분 1초 맞춰서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최대한 차질 없게 하려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참아가며 커트하고 약 바르는데, 조금만 밀려도 대놓고 인상 쓰시면서 "예약했는데요?" 하시면 진짜 피가 바짝바짝 맙니다. 제발 앞 사람 늦으면 저도 어쩔 수 없이 밀리는 구조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2. "매장에 손님도 없는데 왜 커트 안 돼요?"
워크인(예약 없이 오시는 손님)으로 들어오셔서 머리 커트해달라고 하실 때, 바로 다음 타임 예약 손님이 오실 예정이라 "죄송하지만 뒤에 바로 예약이 있어서 지금은 어렵습니다" 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드립니다.
그러면 매장 한번 싹 둘러보시더니 "손님도 없는데 왜 안 잘라줘요? 몇 분 안 걸리잖아요" 하면서 대놓고 기분 나빠하세요. 저번에는 대뜸 "안 해! 안 해!" 하고 소리를 빽 지르고 나가시는데 진짜 가슴이 쿵쾅거리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몇 분 안 걸리는 커트라도 고객 상담, 커트, 샴푸, 스타일링, 그리고 다음 예약 손님을 맞이할 정리 시간까지 생각하면 30~40분은 최소 필요한 건데... 당장 눈앞에 앉아있는 손님이 없다고 노는 줄 아시는 건지, 뒤에 올 약속된 손님의 시간을 빼앗으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디자이너도 사람이라 4~5명 줄줄이 쉬지 않고 시술하고 나면 잠시 화장실 가거나 숨 돌릴 10분 남짓의 쉬는 시간도 필요한 법인데, 매장에 손님 안 앉아있다고 놀고 먹는 줄 아시는 분들 만나면 진짜 너무 서럽고 힘이 빠집니다.
3. "머리값 폭리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의 나쁜 시선들...
요즘 유튜브나 쇼츠, 각종 커뮤니티 보면 "미용실 가격 너무 비싸다", "머리 좀 만져주고 폭리 취한다"면서 미용실과 미용사라는 직업 전체를 매도하는 영상이랑 댓글이 진짜 너무 많더라고요. 그거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참 씁쓸합니다.
손님들이 보시는 결제 금액이 다 제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약제나 제품 같은 재료비, 월세, 공과금에 부가세 빼고, 디자이너 인센티브 떼고 나면 정작 하루 10~12시간 넘게 서서 일한 제 노동력 대비 벌어가는 건 진짜 얼마 안 돼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수년간 밤새며 투자한 시간과 기술값은 커녕, 손가락·관절 다 상해가며 일하는데 무슨 꿀 빠는 직업처럼 욕먹을 때마다 맥이 턱 빠집니다.
게다가 매장 청결이나 친절한 응대, 샴푸나 음료 서비스, 섬세한 1:1 상담까지 높은 수준의 서비스는 다 바라시면서, 정작 그 가치가 포함된 가격에 대해서는 "머리 만지는 게 뭐라고 이렇게 비싸냐"며 폭리 취급할 때는 정말 억울함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4. 예약 변경·취소 무한 반복... "내일 갈게요 아니 다음 주요"
특히 탈색이나 매직셋팅 펌 같은 건 기본 3~4시간 잡아야 해서 그 시간대는 다른 손님 아예 안 받고 비워둡니다. 그런데 시술 바로 전날 밤에 "아 내일 일 생겨서 취소해주세요" 네이버예약 취소사유는 적지도 않고, 취소만 문자만 달랑 올 때... 그 빈 3~4시간 동안 저는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합니다. 그 시간에 오고 싶어 했던 다른 손님들도 못 받고요.
5. 당일 취소 & 노쇼... 약속이 그렇게 가볍나요?
가장 현타 오고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건 당일 취소랑 노쇼입니다.
시술 시간 다 됐는데 안 오셔서 전화드리면 받지도 않고, 겨우 연락되면 "아 깜빡했네요~ 다음엔 갈게요" 하고 끝. 아니면 예약 시간 5분 전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가요" 통보...사과가 먼저 아닌가요?
식당이든 병원이든 미용실이든 '예약'은 서로 간의 최소한의 약속 아닌가요? 본인 시간만 중요하고 남의 시간과 생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분들 볼 때마다 이 사람에 대한 정이 다 떨어집니다.
대다수의 미용사들은 손님 한 분 한 분 머리 예쁘게 해드리고 웃으며 나가실 때 보람 느껴서 이 힘든 일 버티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미용사나 과하게 받는 곳도 있겠지만, 정말 양심껏 밤낮없이 고생하는 미용사들이 훨씬 더 많아요.
유튜브나 인터넷상의 자극적인 영상들만 보고 미용실을 무조건 나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오늘따라 너무 지치고 서러워서 주절주절 적어봤네요. 자영업 하시는 분들, 미용 업계 계신 분들 다들 어떻게 버티고 계신가요...?
댓글 3
dd1시간 전
예약시간 밀리는건 예약 텀을 길게 잡으면 되는 문제이고.(그렇게하면 빈시간에 예약없이 오는 간단한 커트 손님을 받을수도 있음) 노쇼나 지각 고객 없애려면 예약금같은걸 걸어서 방지하면 될거고. 매장청결이나 친절한응대, 1:1상담은 꼭 미용실 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당연한거 아닌가요?? 왜 유독 거기만 굉장히 친절하고 굉장히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것처럼 하는지 모르겠네요. 여태껏 내가 배워온 기술을 제공한다는 부분은.. 노동이 힘들었던건 어느정도 이해하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능부터 대학 혹은 대학원까지의 머리터지는 공부를 하고 좁은 취업문을 거쳐 일을 시작합니다. 본인만 노력해서 일한다고 여기시는것 같아서.. 그리고 실력이 정말 좋으면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님 매장에서 머리할 손님들이 님 비위 맞춰가며 줄을설텐데.. 그럼 이런고민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꼭 경력과 실력 비례하진 않더라구요
hg1시간 전
미용15년차인데도 유도리없는게 느껴짐
ㅁㄴㅇ1시간 전
15년 차면서 시간도 못지킨단건 돈벌려고 예약타임 빽빽하게 잡으니까 그러는거고 미용실앞에 예약전용미용실이라고 써붙여놓음 될텐데 뭔 회의감을 느낀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