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남편이 제 말에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게 습관인 사람이에요
남편이랑 결혼한 지 5년이 됐는데 이제야 패턴이 보여요.
처음에는 그냥 입장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으니까. 근데 이게 5년이 쌓이고 나니까 그냥 성격 차이가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게 확실해졌어요.
제가 "오늘 좀 덥지 않아?" 하면 남편은 항상 "나는 안 더운데" 라고 해요.
제가 "이 음식 좀 짠 것 같아" 하면 "나는 괜찮은데" 라고 해요.
제가 "요즘 좀 힘드네" 하면 "왜? 나는 멀쩡한데" 라고 해요.
제가 "그 영화 재밌었어" 하면 "나는 별로였는데" 라고 해요.
그럼 저는 "그래 알겠어" 하고 넘기는데, 이 대화가 5년 동안 반복되니까 결과적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남편한테서 공감을 받은 적이 없는 거예요.
결정적인 사건이 지난 달에 있었어요.
제가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놨는데 한 모금 마셔보고 "이 커피 좀 쓴 것 같아" 라고 했어요.
남편: "나는 안 쓰던데."
나: "너 이 커피 마셔봤어?"
남편: "아니."
나: "그럼 어떻게 알아?"
남편: "..."
이 상황에서 남편이 할 말이 없는 거잖아요. 마셔보지도 않은 커피가 안 쓰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근데 반사적으로 반대 말이 먼저 나오는 거예요.
저는 이 대화를 핸드폰 보이스메모로 녹음해놨어요. 나중에 남편이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할 것 같아서요. 실제로 남편은 자기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모르거든요.
한 번은 제가 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어요.
나: "오빠 나한테 항상 반대부터 하는 것 같아."
남편: "내가? 그런 적 없는데."
나: "이것 봐, 또 그러잖아."
남편: "뭘 그러냐고."
이 대화에서도 남편은 자기가 지금 반대를 하고 있다는 걸 인식을 못 해요.
근데 제가 비호감이 될 수도 있는 얘기를 하나 하면, 저도 화가 나면 "그러니까 오빠는 항상 그렇잖아" 식으로 말이 좀 날카로워지는 건 있어요. 그게 나쁜 거 알아요. 근데 5년을 이렇게 살았으면 저도 좀 지친 거잖아요.
요즘은 제가 뭔가 느낀 걸 말하기 전에 한 번씩 멈추게 돼요. 말해봤자 반대 소리 들을 거 뻔한데 굳이 꺼낼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그러다 보니 일상적인 대화도 많이 줄었어요. 덥다는 말도 안 하고 힘들다는 말도 안 하게 됐어요.
한 번은 친정 엄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야 이제 기대 마" 라고 하더라고요. 위로인지 현실적인 조언인지 모르겠는데 그 말이 좀 마음에 걸렸어요. 이미 기대를 안 하고 있는데 그 상태가 결혼 생활인 건지.
상담을 같이 가보자고 한 번 권해봤는데 남편이 "우리 뭐가 문제야" 라고 했어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본인이 인식을 못 하는 거잖아요.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이런 유형이랑 사시는 분들 있나요. 이게 의식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의 방어기제라서 상담 같은 걸 가야 나아지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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