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만약에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너의 가족으로 태어나고 싶어
연인이라는 이름은 너무 위태롭고
타인이라는 거리는 너무 아득해서
그저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내 다정함이 너에게 무게감이 되고
어쩌면 너를 힘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팠어
그래서 다음 생엔 너의 아주 가까운 혈육으로 태어나고 싶어
가족의 다정함은 너를 부담스럽게 만들지 않을테니까
어떤 경계도 어떤 거절의 명분도 필요 없는
가장 당연한 관계가 되어
너의 외로움을 아무런 조건 없이 곁에서 다 안아주고 싶어
네가 세상이라는 차가운 바람에 흔들릴 때면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스스로를 가두려 할 때면 가만히 문을 열어두는
가장 안전하고 다정한 그늘이 되어주고 싶어
이번 생에서 타인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너의 지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내 무력함과
그로인해 까맣게 타버린 내 마음의 재를 모아 가장 깊은 소원으로 빌 거야
내가 얼마나 아플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
다음 생 너의 곁에는
너를 온전히 지켜낼 내가 당연하게 서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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