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 (하)
왜 엘리베이터는 또 고장이 났을까.엘리베이터에 빨간색 A4 용지에 성의 없이 적힌 "작동 중지"를 보며 순간적으로 난 말했다."아 ㅅ발"1층에서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아 쪽팔려.아니 왜 고장 난 거야. 일주일 전에도 수요일부터 안 됐다가 주말에 고쳤다고 공지도 했으면서 또 고장 난 이유가 뭐야 도대체.20층까지 또 올라가라고?ㅋㅋ 미치겠네 겉으론 멀쩡하게 생겼는데 뭐가 문제냐.진짜 안 그래도 배 아파 뒤지겠는데.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ㅋㅋ 내가 누구냐일단 1층부터 올라가 보고 생각해 보자.두 칸씩 계단을 올라가 봤다.존나 힘드네;;코너를 돌자마자 보이는 건 자전거, 상자 안에 들어있는 잡다한 쓰레기들. 뭐 당연히 나머지 보이는 것들은 계단, 담배꽁초, 거미, 잡다한 쓰레기뿐이었다.5층 정도 올라갔나. 뒤를 돌아보니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있다.그 이후로 한 5층 정도 올라가고 나서 다시 표지판을 봤다.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다.어 ㅅ발 뭐지.잠깐 당황했지만 핸드폰을 보면서 진정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폰을 보면서 올라갔어도 최소한 4층에서 5층 정도는 올라갔어야 했다.아니면 표지판이 잘못됐거나 그런 거다.나는 1칸 1칸 조심히 올라가서 중간 지점에서 위에 있는 표지판을 봤다.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다.나는 바로 아래에 있는 표지판을 본다.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다.어라 이게 아닌데.나는 혹시라도 개그지 같은 아파트라 실수한 줄 알았다.표지판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한 층을 더 올라가서 표지판을 보았다.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층 더 올라가 봤지만 또 역시 보이는 건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다.일단 핸드폰을 본다.배터리를 본다. 17%다.충전해야 하는데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뭐지 진짜.그 이후로 계속 올라가 본다.딱히 간절한 것보단 신기했다.아파트가 이렇게 멍청하게 관리한다고?아무리 그래도 표지판 정도는 관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나는 점점 이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을 유심히 보았다.딱히 특별한 건 없어 보이는데.나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내 두뇌로 계산하면 10층 정도 내려가면 3층에서 2층으로 가는 표지판과 2층에서 1층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여야 한다.나는 내려가자마자 관리사무소에 직접 등판해서 따질 생각에 빨리 내려갔다. 내려갔다.아래로 점프도 해가면서 계단으로 할 수 있는 짓은 다한 것 같다.지금 몇 층째 내려간 건지 모르겠다.땀이 난다.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학교가 막 끝나서 유쾌하던 그 기분은 어디로 가고 짜증만 몰려온다.핸드폰을 본다.엄마한테 전화를 건다.전화를 안 받는다.이제 딱히 선택지가 없다.119인가 911인가 전화를 해야겠지?아니, 애초에 전화를 받기는 하나.모든 연락처에 전화를 걸어 본다.받지 않는다.미쳐버리겠다 ㅋㅋㅋㅋ나는 털썩 앉아서 3층에서 4층으로 가는 표지판에 기대어서 주위를 살핀다.애초에 내가 이렇게 올라온 시간이면 다른 사람도 비상계단으로 왔어야 한다.아니 소리라도 들렸어야만 한다.나는 소리를 크게 질러 보았다."사아람 있어어요????????????????????????????????""사아람 있어어요????????""사람 있어요????""사람 있어요??""사람 있어요?""있어요?""써요?"이 정도 메아리면 아래가 끝없이 많은 계단밖에 없다는 것 같다.숨이 턱턱 막힌다.창문을 열까 생각했지만 우리 아파트는 창문도 없다.ㅎ헤.헛웃음이 나온다.나 오늘 뭐 잘못한 게 있나 ㅋㅋ뭔 이런 개ㅈ같은 시련을 주지.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을 발로 차버렸다.먼지 때문에 기침을 했다."ㅅ발 새끼 진짜"메아리가 울린다.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았다.보통 막 꿈이라던가 이런 거면 눈 감았다가 뜨면 깰 텐데.는 어림도 없지.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밖에 안 보인다.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았다.담배꽁초랑 거미줄이 보인다.한 층 더 올라가 보았다.자전거가 보인다.한 층 더 올라가 보았다.이번에는 잡다한 쓰레기랑 거미줄이 보인다.뭐지?왜 표지판은 같은데 물건은 다르지?그럼 내가 지금 똑같은 곳을 계속 올라가는 게 아닌 건가?왜 이걸 이제 깨달았지.나 ㅄ인가.이제 한 1시간 정도 된 것 같다.아닌가.체감상으론 1시간 정도 된 것 같다.이제 내가 해볼 건 핸드폰으로 찾아보기다.아니 아까 3시 10분이었는데 아직도 3시 10분이라고?내 핸드폰도 고장 난 거야?핸드폰으로 구글에 들어간다."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표지판밖에 안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인터넷이 안 되는 것 같다.
댓글 1
ㄷㄷㄷㄷ04-24
상편이라고써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