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아빠는 아빠가 되고 싶었단다

Kke· 2026.07.13 13:11· 조회 0
---------------------------------------------------------------------- 매주 월요일 브런치와 네이버 챌린지에서 연재 중 이에요 더 많은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어요. ★ 브런치 https://brunch.co.kr/brunchbook/ddolly02 ★ 브런치 시즌2 https://brunch.co.kr/brunchbook/dorry2 ★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ovelId=1193768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 48. 바람앞에선 등불(風前燈火) "저.. 혹시 제가 할 일 없을까요?" "할 일 없으면 쉬어. 팀장님한테 가서 물어보던지" 그날 이후. 아빠는 참 편해졌어. 일이 확 줄어 버렸거든. 팀장님과 함께 하는 일 외에는 일을 주지 않기 시작한 거야. 중요한 건 바쁘지 않을 때도 주지 않아서 하루 종일 멍 때리다 퇴근하기도 일수였던 거지. "경태형.. 혹시 제가 도와드릴 거라도.." "... 하아.. 내가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쉬어 그냥.." 경태형은 아빠 사수 잖니? 평소 말 많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그런 경태형 조차 말을 아끼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건네는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를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에 코가 매워지면서 눈물이 고이는 거지. "저.. 기현이 형.." "... 아 진짜 이렇게 까지 해야 돼요? 얘가 무슨 유령도 아니고" 그런 아빠가 안쓰러운지 김 과장에게 살짝 짜증 난 말투로 묻는 기현이 형. "너 외근 있다고 안 했냐? 안나가?" "가.. 가는데.. 나이도 어린데 어른들이 치사하게 이러지들 맙시다. 뭐야 진짜 이게.." 그렇게 안쓰러운 눈빛으로 아빠를 한번 쳐다보고는 가방을 메고 사무실을 나가는 기현이 형. 기현이 형이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다시 다른 팀원에게로 고개를 돌렸어. "태우형.. "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채 책상을 더듬더니 뭔가를 내미는 태우형. "말 걸지 말고 자리 가서 이거나 마시면서 쉬어." 태우형이 건네준 에너지 음료. 카페인에 쥐약이라 평소 커피도 안 마시는 태우형이 마시려고 샀다기에는 너무 고농축 카페인이 들은 음료였지. 자리로 돌아와 에너지음료를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앉아있는데 에너지 음료 위로 눈물이 툭 떨어지는 거야. 그때였어. "니들 뭐 하냐?"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파티션 위로 팀장님 얼굴이 보이는 거야. 약간 화난? 아니. 화났다기 보단 이건 무슨 상황이지? 하는 어이없는 표정이었던 것 같아. "열심히 근무 중입니다" 김 과장의 능청스런 말에 팀 안으로 들어오며 말을 잇는 팀장님 "그래 근무 중인 건 보이는데. 왜 애만 놀고 있냐?" "도리 말씀입니까?" "어 도리." "그동안 너무 고생해서 좀 쉬라고 했습니다." 김 과장의 말에 순간 두리번거리는가 싶더니 잠시 김 과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팀장님. "너 지금 나한테 개기는 거냐?"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바보로 보이냐? 너네 지금 도리. 얘 왕따시키는 거 아냐? 어? 나는 귀 없고 눈 없는 줄 알아?" 팀장님이 아빠를 위해 화를 내고 계셨어. 속 시원하고 좋지 않았냐고? 아니. 오히려 공포를 느꼈던 것 같아. '또 팀장님이 내편 들었다고 김 과장이 더 화나면 어쩌지?' '적당히 하시지.. 나만 불편해질 텐데..' '방금 김 과장이 나 째려본 거 같은데..' 안 그래도 팀장님이 날 편애한다고, 내가 팀장님 라인을 탄다고 맘에 안 들어하는데 지금 이 상황은 김 과장의 화를 더 돋울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망했다...' 아빠를 좌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일주지 말라고 해서 안 줬습니다. 줍니까?" "줍니까? 니가 언제 내 허락 맡고 일했냐? 김세찬이 너 많이 컸다?" 퉁명스런 김 과장의 말에 얼굴까지 벌게지면서 화를 내던 팀장님. 김 과장도 나름대로 쌓인 게 많았는지 평소라면 적당히 꼬리 흔들며 팀장님 기분 맞춰주면서 끝냈을 김 과장임에도 말싸움은 계속되었어. '다른 데 가서 싸우지.. 숨 막혀 죽겠네 진짜.. ' 가운데 껴있는 아빠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멍한 눈으로 앉아 있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말야. "저희 엄청 바쁠 때 팀장님께서 저희 팀원 빼가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밀렸던 일 준 건데 그 일로 화내시지 않았습니까?" "빼내? 바빠? 야! 내가 아무런 절차도 없이 도리 데려갔냐? X발 그렇게 바쁜데 너는 왜 처 놀고 있고 야근자는 왜 없냐? 업무 일지 한번 정독해 봐? 어? 한번 실 업무 진행도랑 대조해 보냐고!" 업무일지 이야기에 멈칫하는 김 과장. 손톱을 메 만지며 덜덜 떨고 있던 아빠를 한번 강하게 째려보고는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평소와 같은 능글맞으면서도 살살 웃는 표정으로 바뀌는 거지. ... 진짜 놀랐어. 사람 표정이 한순간에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거에 말야. "아이고 팀장님. 화 푸세요. 팀장님이 어쩠다는 게 아니라. 아니 진짜 라니까요? 애 그동안 힘들었어서 배려한다고 일 안 준 거예요. 그게 오해를 살지는 몰랐네." 김 과장의 말과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 치던 팀장님. 여전히 화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어. "배려고 X랄 이고 도리 애 당장 업무 복귀시켜. 그렇다고 또 이일 저일 다 갖다 주기만 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김세찬이 너 문제 삼을 수 있어! 알아들었냐?" "넵 알겠습니다." 김 과장의 능청스런 반응에 한숨을 크게 내뱉고는 사라지는 팀장님. 그리고 팀장님이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는 아빠를 노려보던 김 과장. 아빠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는 그 발걸음 소리에 맞춰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었어. "X발 X같아서 회사 못 다니겠네." 아빠 앞에 서서 얼굴을 바라보며 다짜고짜 화를 내는 김 과장. "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그때 마케팅팀 쪽에서 팀장님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지. "신발 똑같아서 같이 못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도리랑 슬리퍼가 똑같네요!" 똑같이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김 과장. 잠시 후 눈 길은 아빠를 향해 있었지. "야. 일 줘?" "네.." 네 라는 대답과 함께 투투둑 떨어지는 눈물. 그 눈물은 아빠의 의지와는 다르게 쉽게 멈추지 않았어. "싫은데? 안 줄 건데? 가서 팀장님한테 달라해라?" "..." "너 우냐?" 아빠의 눈물을 보자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김 과장. 그러다 뭔가 발견한 듯 갑자기 휴지를 가져와 아빠에게 내미는 김 과장이었지. "아유 왜 울고 그러냐? 형이 너 진짜 걱정돼서 배려한 거라니까?" "..." 고개를 들어 김 과장을 봤을 때. 김 과장의 눈은 대화를 건네는 아빠를 향하고 있지 않았어. "그리고 일은 좀 더 생각해 보고 줄게. 너 실력도 있는데 잡일만 줄순 없잖아? 너도 뭐 하나 전담을 해야지?" 김 과장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뒤로 돌렸더니 그 자리엔 팀장님이 또 서계셨어. "도리! 담배 들고 따라와" "... 네.." 힘없이 일어나는 아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아빠에게 말을 건네 던 김 과장. "또 쓸데없는 소리 해라? 회사 그만두고 싶으면." 김 과장의 협박을 뒤로하고 흡연실로 향했어. "야 도리야. 김세찬이 뭐라고 하더냐?" "아무 말씀도..." 딱 그거였어. 난 김 과장한테 들은 말, 격은 일에 대해 아무 말씀도 드릴 수 없었고 아무 할 말도 없었어. 더 이상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거든. 그러려면 내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그게 최선일 거라 생각헀었으니까 말야. "내가 너 왕따 당하는 거 어떻게 알았겠냐?" "..정현이가 말씀드렸나요..?" "그 단무지 새끼가 나한테 그런 말을 왜 해?" "그럼.."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던 팀장님. 들이마신 담배연기와 함께 나오지 않았으면 하던 그 말이 결국 흘러나오고 있었어. "다른 팀에서 다 알고 있더라. 너 지금 업무배재 당하고 있다고. 그 이유도 웃긴 게 나 때문이라며?" 이미 다 알고 계셨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계셨던 거야. 그리고 오늘 그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거고. 팀장님의 말에 잠시 멈췄던 눈물을 다시 두 뺨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지. "... 저는.. 저는.. 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요..." 아빠의 눈물을 보았음에도 못 본 척 아무런 내색도 아무런 말도 없는 팀장님. 한번 터진 아빠의 입은 그동안의 서러움을 토해내고 있었어. "억울해도 참고, 속상해도 참고, 일만 했어요.. 인정해 주겠지. 언젠가 인정해 주겠지." 아빠를 쳐다보며 담배를 물고 있던 팀장님. 아빠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팀장님은 아무 말도 없으셨어. "그런데 결국 돌아오는 게... " "돌아오는 게? 뭐? 돌아오는 게 뭐? 더 얘기해봐" 뭔가 물었다! 하는 듯한 낚시꾼의 눈빛으로 아빠에게 더 이야기하라던 팀장님. 하지만 머리는 더 이상 얘기 하면 안 된다고 아빠를 다그치고 있었지. "아닙니다.." "하.. 답답한 새끼..." 그때서야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팀장님. "그거.. " "녹음기 인마. 니가 하도 말을 안 하니까. 도와줄게 있을까 싶어서 가져왔더니만... 니X 이거 켜지지도 않았네." "어..." "하여튼 너도 참 독종이다. 전생에 독립운동가였나?"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 아무리 아빠를 도와주기 위해 한 일이라지만. 녹음기를 가져와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로 증거를 남기려 하다니.. '팀장님 진짜 무서운 사람이구나...' 같이 일하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던 생각에 벽을 세우기에 충분했지. "뭐 그래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 없냐?" "아무것도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뭔가를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아빠를 팀장님 라인이라 생각할 거고, 더욱 싫어하고 더욱 미워할 테니 말야. "뭐? 가만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그거 내가 우리 아들내미들한테 하는 말인데?" "아니.. 그게 아니고.." "농담이야 인마. 무슨 말인지 알아. 내가 괜히 이 자리까지 올라온 줄 알아? 마저 피고 나와라?" 그렇게 팀장님이 떠난 흡연실에서 아빠는 한동안 머물며 애꿎은 담배만 태워 나갔지. "도리 아저씨 왔다!" "다녀왔어." 아빠의 대답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엄마. "무슨 일 있었어? 힘이가 없네?" 엄마의 걱정에 순간 가슴에서 목으로 뭔가 올라오려 하는 걸 억지로 삼키며 애써 웃어 보였지. "무슨 일이 있을게 뭐 있어? 항상 똑같지~" "아닌데... 무슨 일 있었는데..?" "없었어~ 도윤이는 잘 놀았어?" 더 얘기했다가는 억지로 삼킨 감정들이 토하듯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엄마를 살짝 지나쳐 너에게로 향했지. "아닌데.. 이상한데..." 아빠 등뒤로 들리는 엄마의 걱정을 애써 무시한 채 말야. 기억도 안 나는 것 같아. 그날 아빠가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떻게 씻고 어떻게 잠자리에 들었는지 말야. 기억나는 건.. "당신 오늘 진자 아무 일 없었어? 곧 죽을 사람처럼 왜 그래?" "응? 아무 일.. 도 없었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 누웠어. 눈치 없이 흘러나온 눈물이 들킬까 봐. 엄마가 더 걱정할까 봐 말이지. "도리 아저씨.. 무슨 일이야. 얘기를 해줘야 알지. 우리 가족이잖아.." 가족.. 그 두 글자에서 아빠는 뭔가를 느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힘에 버거웠던 걸까? 한두 방울 흘러나오던 눈물은 어느새 베개를 적실정도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억지로 삼키던 목소리는 고함이 되어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고 있었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열하는 아빠의 등을 토닥이던 엄마. "그래.. 지금 힘들면 나중에 얘기해줘. 꼭 얘기해줘야 해 알았지?" 그 말만 남기고 너를 데리고 문을 닫으며 거실로 향하던 엄마. 오랫동안 이어지던 울음에 지쳐 잠들 때 가지도 너와 함께 거실을 지키던 엄마는 그날 무슨 생각을 했었던 걸까... "울보아저씨! 오늘은 울면 안 돼?" 다음날 출근 전 현관 앞에서 인사하기 위해 너를 안고 배웅하던 엄마. "울보가 뭐냐.." "오늘 안 울면 다시 도리아저시 하자요~ 근데 울보아저씨도 좋아~ 귀엽다요~" 알고 있었지. 엄마는 엄마 방식대로 아빠를 위로하고 있었단 걸 말야. 팀장님과 김 과장의 마찰 이후로 살짝 기대는 했었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전날 그 사단이 있었음에도 변한 건 없었어. 여전히 김 과장은 나에게 일을 주지 않았고. 김 과장의 압력 때문인지 나는 분명 사람인데,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못 보는 척 아무도 없는 척 그렇게 아빠를 대하고 있더라고. "도리 담배 들고 따라와" 팀장님의 호출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김 과장의 목소리 "하~ X발 이럴 거면 팀을 옮기던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섰지. "왔냐? 김세찬이 또 너한테 지랄하지?" "아닙니다." "그래 아니라고 하겠지." 어차피 제대로 대답할 거라고 기대도 안 했다는 듯이. 살짝 웃으며 담배를 빨아들이던 팀장님.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말이다. 아니 생각 끝에 결심을 했는데 말이다." "네? 어떤.." "아직 계획이긴 한데.." 잠시 뜸을 들이던 팀장님. 또 어떤 무서운 짓을 벌일까. 가슴 졸이며 조용한 목소리로 되물었어. "너 우리 팀으로 옮길까 생각 중인데 어떠냐?" "아.. 아무 생각 없습니다, " "새끼가? 니 의견이 중요해. 그래야 위에다 보고하고 진행할 거 아니냐?" "형들이 가만있을까요?" 솔직히 팀을 옮긴다면 팀장님일에 몰두할 수 있어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긴 했지. 팀장님 밑에로 간다면 김과장하고 부딪힐 명분도 줄어들 테고 말야. "그래 그것 때문에 그다음 계획도 있는데" 궁금은 하되 기대는 없었던 것 같아. 그때까지만 생각해도 아빠에게 팀장님은 "어떤..." "김세찬이 회사에서 내보내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냐?" "네.. 네?!" 극단적이고 무모한 사람이었으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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