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축의금 가지고 관계 재는 친척들한테 드디어 한마디 했음
결혼하고 나서야 처음 알게 된 거임
시댁이 친척이 많은 집안이라 첫 해에만 청첩장이 예닐곱 개 들어왔음
남편이랑 봉투 얼마씩 할지 얘기하다 보니까 처음엔 그냥 상의하는 건데 자연스럽게 시댁 쪽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
이 집에서 얼마 넣었고 저 집에서 얼마 넣었고 그게 다 기억에 남아있는 문화인 거야
그때는 결혼한 지도 얼마 안 됐을 때라 그냥 시댁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점점 부담이 되더라고요
남편 사촌 결혼식에 오만 원 넣었다가 나중에 시어머니가 요즘 젊은 애들은 오만 원도 내냐는 말을 했다는 게 한 다리 건너 들어옴
그때 우리 살림이 어떤지 시어머니도 알았을 텐데 남편이랑 별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진짜 빠듯한 시기였거든
그때 솔직히 속이 좀 쓰렸거든요
그 말이 우리 귀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청첩장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먼저 오더라고
얼마 넣으면 욕 안 먹냐 계산부터 하게 되는 게 진짜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더라
봉투 액수로 관계를 재는 거잖아 결국은 그게 돈으로 사람을 환산하겠다는 건데 어떻게 그게 당연한 분위기가 되는 건지 이해를 못 했음
그 사이에 다른 친척 결혼식이 또 있었는데 이번엔 봉투 액수를 얼마 넣을지 정하기가 너무 싫었어
남편한테 우리 그냥 형편대로 넣자 더 이상 이 기준에 맞춰서 할 수 없다고 말했고 남편도 그때는 그러자고 했음
삼 년 정도 지나고 나서야 기회가 왔어
시댁 쪽 결혼식이 또 있었는데 어른 한 분이 요즘 청년들은 축의금 얼마가 적당한지 감이 없다는 식으로 자리에서 얘기를 꺼내더라고
이번엔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음
가만히 있다가 그냥 한 마디 했어
저는 제 형편 안에서 정성껏 내는 거라서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딱 그 말만 하고 조용히 있었음
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지더라
시어머니가 뭔가 하려다 멈추는 것 같았고 남편은 옆에서 눈치를 보고
집에 오고 나서 남편이 왜 그런 말 했냐고 물어보길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했냐고 되물었더니 아무 말을 못 하더라고
그날 이후로 축의금 얘기를 제 앞에서 꺼내는 분위기는 사라졌음
그게 뭔가를 해결한 건 아닌데 적어도 내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지는 않았다는 게 중요했어요
찝찝한 게 없어진 건 아닌데 그래도 그 한 마디는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함
사실 이게 결혼 생활 전체로 보면 작은 에피소드인데 당시엔 그냥 관계의 온도계처럼 느껴졌거든
내가 얼마를 넣느냐가 이 가족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서
결혼 생활이 그때 이미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제가 제대로 말한 것 같아서 오래 기억에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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