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나쁜 피
아내와의 만남은 '나쁜 피'를 섞으며 시작되었다.
섞지 말았어야 했을까.
궤변이다.
그때의 우린,
이미 그 피가 섞여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렇게 영화를 매개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섹스보다 짜릿했다.
아쉽다 해야할까. 모르겠다.
비유가 아닌 사실이다.
서로의 결핍은
딱 맞는 조각마냥 채워졌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 거짓을 봤던 건
고작 뻔히 보이는 얕은 수였을 뿐
그녀의 진실은
분명 예리한 내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10년이 넘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현실이 진실을 무너뜨린 것일까.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려 애써왔던 것일까.
고독과 창작이 나를 갉아 먹으며
내 안의 나쁜 피를 토한다.
진절머리나게 고통스러웠지만
기뻤다.
그것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더니
비로소 자생하게 된다.
그때 그녀는 무관심했다.
여전히 그녀에게 내 예술은 안중에도 없다.
당장 오늘 먹을 햄버거에
어떤 토핑을 추가할지가 훨씬 중대한 관심사였다.
그 모든 단점을 알면서도
그녀를 택했던 나의 선택은
그렇게 완벽히 증발했다.
알고 싶다.
증발이고 나발이고
내가 본 것이 허상이었는지를.
납득이 된다면
내 배에 칼을 꽂아도 미소 지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두 다리가 잘려도 영원히 복수해야 한다.
질투일까
무관심일까
처음부터 없던 걸까
무지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내가 변한 걸까
어릴적부터 자주 당한, 배신
다신 상처받지 않으리라 혀에 피를 낸 덕에,
난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을 갖게 된다.
그런 눈이다, 내 눈은.
그런 내 눈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다.
없었다.
보잘 것 없는 나.
철학과 논리를 내세워봐야
한낱 감정에 흩날리는 존재일 뿐.
결국 나 역시.
알량한 감정에 흔들려
보고 싶은 것만 봐왔나.
이제 고개를 돌려 나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 "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작업합니다.
글과 사진, 영상 그리고 설치까지.
아래 signature에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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