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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피

Qqwe· 2026.08.08 11:19· 조회 267
아내와의 만남은 '나쁜 피'를 섞으며 시작되었다. 섞지 말았어야 했을까. 궤변이다. 그때의 우린, 이미 그 피가 섞여있었기 때문에.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렇게 영화를 매개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섹스보다 짜릿했다. 아쉽다 해야할까. 모르겠다. 비유가 아닌 사실이다. 서로의 결핍은 딱 맞는 조각마냥 채워졌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에게서 거짓을 봤던 건 고작 뻔히 보이는 얕은 수였을 뿐 그녀의 진실은 분명 예리한 내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10년이 넘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현실이 진실을 무너뜨린 것일까.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려 애써왔던 것일까. 고독과 창작이 나를 갉아 먹으며 내 안의 나쁜 피를 토한다. 진절머리나게 고통스러웠지만 기뻤다. 그것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하더니 비로소 자생하게 된다. 그때 그녀는 무관심했다. 여전히 그녀에게 내 예술은 안중에도 없다. 당장 오늘 먹을 햄버거에 어떤 토핑을 추가할지가 훨씬 중대한 관심사였다. 그 모든 단점을 알면서도 그녀를 택했던 나의 선택은 그렇게 완벽히 증발했다. 알고 싶다. 증발이고 나발이고 내가 본 것이 허상이었는지를. 납득이 된다면 내 배에 칼을 꽂아도 미소 지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두 다리가 잘려도 영원히 복수해야 한다. 질투일까 무관심일까 처음부터 없던 걸까 무지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쩌면 내가 변한 걸까 어릴적부터 자주 당한, 배신 다신 상처받지 않으리라 혀에 피를 낸 덕에, 난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을 갖게 된다. 그런 눈이다, 내 눈은. 그런 내 눈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다. 없었다. 보잘 것 없는 나. 철학과 논리를 내세워봐야 한낱 감정에 흩날리는 존재일 뿐. 결국 나 역시. 알량한 감정에 흔들려 보고 싶은 것만 봐왔나. 이제 고개를 돌려 나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 "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작업합니다. 글과 사진, 영상 그리고 설치까지. 아래 signature에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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