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오늘 강아지 떠다보냈다

ㅇㅂ· 2026.07.14 02:49· 조회 1143
밤 감성에 조금 길게 적어본다 13살짜리 포메라니안 나 중학생부터 애지중지 키운 첫 반려동물임 평소에 지병도 없이 참 건강하게 자랐음 한번도 집에 사람 없이 혼자 자본 적 없는 앤데 암컷이라 중성화수술하면 며칠 입원해야한다길래 애가 엄청 무서워할 것 같아서 그냥 데리고 키웠을 정도로 가족이랑 꼭 붙어 지냈다 난 지금 고시생임 고시 시작할 때 제일 먼저 들었던 걱정 중 하나가 슬슬 이 애도 나이가 꽤 됐다보니, 고시생활을 위해 독립하고 본가에 자주 못 오는 동안 나 없이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었음 언젠가는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이번에 2차 시험도 끝났고, 이번주 수목금 예비군이 잡혔길래 오랜만에 본가 가서 쉬고오자 하고 3달만에 일요일에 집에 와서 애랑 놀구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건강하고 아파보이는 느낌 없었음. 근데 예비군 가는 수요일 새벽에 잠깐 깼는데 이상하게 안자고 헥헥대고있길래 더워서 그런가 하고 선풍기 강풍으로 쐬줌 입소 당일에 시원하게 여름 보내라고 미용도 해줌. 그리고 '다녀올게, 금요일에 보자~'하고 나갔음. 안고 갈까 하다가, 짐이 많기도하고 어차피 금방 올건데 그냥 가자 하고 나왔다 너무 후회된다 그렇게 금요일에, 예비군 퇴소하고 집에 오는데 갑자기 부모님한테 연락이 옴. 빨리 집으로 오라고. 이 때 입소 전날 기억이 생각나서 뭔가 안좋은 직감이 왔음. 근데 그것도 기껏해야 '애가 갑자기 많이 아프다', '입원해야한단다.' 이런 건 줄 알았는데 죽었다더라... 택시타고 집 가는데, 집까지 3km, 2km, 1km...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아프더라, 집 왔더니 부모님 울고계시고 애는 너무 편안한 표정으로 있더라. 들어보니 오늘 새벽부터 설사랑 토 했는데, 오전에 잠깐 나갔다와보니 화장실에서 피토하고 죽어있더라고... 세 가지가 후회되더라 고시생활하면서 분명 자주 왔다갔다할 기회 있었는데 괜히 핑계대면서 많이 안온 점. 예비군 때문에 무지개다리 건너기 직전까지 못있어준 점. (따지고보면 예비군 덕분에 이번주 본가 온 거긴 한데 사람의 후회는 끝이 없더라)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애가 외로이 홀로 떠났다는 점... 화장하고 유골로 메모리얼 스톤 받아왔음 그리고 슬퍼할 시간도 없이 고시 진도 자체가 일주일이나 밀려있길래 부모님이랑 인사하고 바로 자취방으로 왔다. 밥도 제대로 못먹어서, 본가에서 챙겨온 수박 꺼내먹는데 문득 옆에 얘 메모리얼 스톤이 보이더라 예비군 입소하기 바로 전날에, 밤에 수박 꺼내먹는데 애가 쫄래쫄래 와서 애처롭게 쳐다보길래 몇개 베어서 줬던 기억이 났음 지금까지는 죽은 게 실감이 안났는지, 회피기제인지, 그냥 눈물 조금씩 나는 정도였는데 수박먹다 메모리얼 스톤 보자마자 나도 놀랄 정도로 갑자기 감정 복받쳐 오르면서 엄청 펑펑 울었다... 내 생에 내가 히끅거리면서 울 일이 벌써 올 줄은 몰랐음... 그렇게 감정 추스리고 이 글 쓴다 나는 무신론자라 신이나 사후세계같은 건 믿지 않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다음 생이란 게 있다면 그 때도 내 새끼 해줬으면 좋겠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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