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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과 민주주의 : 학교는 어떻게 권위주의(반민주주의)를 가르치는가?

Vvv· 2026.08.07 16:29· 조회 122
[요약] 학생들에게 규정 개정 절차(스스로 고칠 수 있는 권리)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절차는 이미 15년 전부터 법제화 된 절차이다.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배우지 못하고 권위주의 질서를 내재화한다. 1. 교복 청원.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했습니다. 수많은 청원이 등장했고, 많은 청원이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학생들의 교복에 관한 청원도 등장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요청이 있었는데, 한 마디로 종합하자면 불편하니 개선해달라는 것이었죠. 천 건을 훌쩍 넘는 수가 등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분산된 청원이라 어느 청원도 20만 명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습니다.(하나로 통합되었다면 20만 명을 넘었을 지도 모릅니다.) 2. 정부와 교육청의 대응. 다만, 워낙 많은 청원이 쏟아지다 보니 정부도 반응을 했습니다. 교육부는 생활복 등 편한 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칙 개정 권고(「편안한 교복 착용 관련 학교 규칙 운영매뉴얼 개정 안내」,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7207)를 했고, 각 시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이와 같은 권고를 전달하여 전국적으로 많은 학교의 교복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각 학교는 구성원들(학생,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여 규정을 개정했죠. 생활복이 도입되고, 많은 학교가 체육복 등교를 허용을 했으며, 바지와 치마를 선택하거나 덧옷 착용 등을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까지를 놓고 교육전문가들은, 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소리 내어 말했다. ② 청와대 청원이라는 일종의 신문고가 제 역할을 했다. ③ 교육부와 교육청이 전향적으로 움직였는데, 이는 학생 인권을 존중한 것이다. ④ 시민(학생)참여 상향식 정책 개정(민주주의 작동)의 사례다. ⑤ 단위학교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복 규정을 ‘자율적으로 개정’하였으니, 이는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그리고 학교의 민주주의 수준을 칭송했죠. 여러분들은 동의하시나요? 저는 지금부터 이 관점에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학교가 왜 반민주적이며, 권위주의 교육과정에 물들어 있는지를 논증하겠습니다. 3. 생활규정의 개정 절차. 2010년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학생이 학교 규정의 제·개정 및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습니다. 그에 따라 2011년부터 경기도의 각 학교는 학칙에 포함된 학교생활규정(학생생활규정, 생활인권규정 등 다양한 이름이 있습니다. 이하 통칭하여 생활규정이라 합니다.)의 제·개정 절차를 바꿉니다. 학생, 학부모, 교원 모두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포함된 규정개정심의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의한 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 심의하고 학교장의 승인을 거쳐 시행하도록 하였습니다. 1995부터 시행되었던 학교자치 시스템(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중앙집권에서 자치로, 권위적 의사결정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으로의 변화)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학생을, 비로소 시스템의 중심에 포함시킨, 참다운 민주주의 교육과정의 시작이었죠. 그러니까 이게 진짜 참교육입니다. 이후 다른 시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거나, 혹은 ‘생활규정 운영매뉴얼’ 등을 통해 경기도와 거의 같은 절차를 권고했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또한 제9조 제④항을 신설하여 학생‧학부모‧교원의 의견을 학칙 개정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지금의 생활규정 개정 절차가 확립되게 되었죠. 4. 사례 구성. 그럼 이제 대다수 학교의 생활규정 개정 절차를, 아주 간략하게 사례로 구성해 보겠습니다. ① 모 학교의 규정은, 여름에도 교복 하복(긴 바지)을 입고 등교하도록 되어 있었다. ② 한 학생이, “여름에는 체육복 반바지를 입고 등교하면 편할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다. ③ 학급회의 시간에 이 의견을 냈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 제안을 학생회로 전달하기로 의결하였다. ④ 학급대표가 이 제안을 학생회에 전달하였고, 학생회는 대의원회의에서 이를 논의하였다. ⑤ 학생회가 학생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만들어 의결한 후 규정개정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로 보냈다.(위원회는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다.) ⑥ 위원회가 소집되어 학부모와 교사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숙의를 거쳐 개정안 심의가 가결되었고, 학교운영위원회로 개정안을 보냈다. ⑦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후 최종 가결되었고, 학교장 승인을 거쳐 시행되었다. (부결될 수도 있지만, 일단 가결을 전제로 살펴보았습니다.) 이상이 2011년 이후로 확립된 일반적인 절차입니다.(15년 전부터 시행된 것이지요.) 5. 청원의 이유. 그런데 학생들은 왜 절차대로 안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올렸을까요? 절차대로 하고 싶은데 누군가 절차를 막았을까요? 아니면 뭔가 부당한 개입이 있어서 잘못된 결과를 얻었을까요? 아닙니다. 학생들은 이 절차를 모릅니다. 절차를 모르니까 “선생님, 체육복 등교하면 안 되나요?”라고 물어본 거죠. 담임선생님도 안 된다, 부장선생님도 안 된다, 가장 어른인 교장선생님도 안 된다고 하니까 더 높은 청와대에 부탁을 한 것입니다. 6. 가르치지 않는다. 왜 모를까요? 뻔한 질문입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지 않아서입니다. 새 학년이 시작되어 담임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생활규정을 배웁니다. 어떤 것은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하면 안 되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학교의 규정들을 촘촘히 알려 줍니다. 그러나 생활규정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개정 절차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규정은 우리들이 만드는 것이다.”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주권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주권자인데, 자신의 권리를 배우지 못해서, 불편함을 고쳐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의 교육입니다. 부탁해 보고 안 되면 점점 더 높은 권위에 청탁을 하게 됩니다. 해주면 감사하고 안 해주면 불만인 거죠. 이렇게 배운 학생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불편함(혹은 불합리함)을 고치는 방법을 모릅니다. 편법, 불법으로 회피하거나 권위(권력)에 청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면 스스로 권력을 얻어 부정행위를 하게 되죠.(기성세대의 부끄러운 모습이 그러합니다. 아래 주석 참조.) 7. 권위주의 교육과정. 자, 청원에 반응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빠른 행동과 단위학교의 개정 결과를 놓고, 상향식(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라고요? 아니, 위에서 시켜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건데요? 이건 민주주의(자치)가 아니죠. 전형적인 중앙집권 시스템이고, 권위주의 시스템이죠. 학생들이 배운 것이 민주주의라고요? 아니죠. ‘역시 높은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권위주의를 배운 거죠. 사회시간에 텍스트로 배우는 민주주의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실제 생활에서 체득해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겁니다. 학생자치회가 동작하고,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고, 스스로 기획하고 발의하고, 규정 개정에 참여하고,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적 절차를 배우고, 학교민주주의 속에서 건강한 견제·감시·비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혀야, 사회에 나와서도 주권·민주주의·준법정신·헌법정신을 이해하고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애초에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께 조를 때, “그럼 학생회를 통해서 개정안을 만들어봐.”라고 가르쳤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원이 쏟아졌을 때, 정부는 ‘편한 교복’을 시행하라고 권장하는 게 아니라, ‘생활규정의 전문을 가르치고 절차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권장했어야 합니다. 교사도 정부도 그렇게 안했지요. 즉, 모두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정부와 교육계는, 본인들이 상당히 민주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던 겁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청와대가 나서서 은혜롭게 도와준 것은, 마치 왕이 백성의 고충을 들어준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학생들은 뭔가 원하는 일이 있을 때, 높은 분들이 허락해 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죠? 이는 전제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육과정입니다. 그렇게 배운 어른들이 자꾸 권력(높은 분)에 의지하는 것이고, 그래서 권력이 선민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8. 민주주의 교육과정. “아니, 아직 어리잖아? 어떻게 모든 걸 학생들이 결정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어리다는 말은 맞습니다. 경험도 부족하고요. 하지만 교육은, 자기에 관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그래야 지킵니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규정이라도 함께 결정한 것은 지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위 절차 어디에도 학생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부분은 없습니다. 학생·학부모·교사 3자가 숙의하는 절차입니다. 그들이 어른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토론에서 밀리면 부결인 거죠.(이 또한 교육과정입니다.) 민주적 절차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요구(제안 발의)할 수 있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른들과 함께 논의에 참여하여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배움의 깊이는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의 청원이 빗발쳤을 때, 그때라도 우리 교육이 생활규정의 전문을 가르치고 학교구성원들이 스스로 안건을 발의해서 숙의하고 규정을 개정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 아주 많은 공교육의 문제점들이 해소되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이전 글에서 설명한 부분입니다. 학교민주주의가 학교폭력이나 교권활동 침해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라고요.) 9. 공교육의 잘못. 다른 사례도 차고 넘치지만, 이 사례만 봐도 우리 공교육은 민주주의는커녕 권위주의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복 청원은 2018년이 절정이었습니다. 그 이후 8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학생들은 ‘규정은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것이다.’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정신(헌법·주권·자치·민주주의)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권도, 준법정신도 그저 텍스트로만 배우고 있죠. 아직도 생활규정의 전문은 비밀 아닌 비밀로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교육은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로만 민주시민교육을 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생활규정의 전문을 가르치고, 규정 개정 활동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민주시민교육, 진짜 참교육입니다. 주석 「2023년 국민법의식 실태조사」(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들은 법치주의 구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서 사회지도층의 법 준수 미흡(40.6%)을 1위로 꼽았습니다.(권위주의 25.1%, 부적절한 법 집행 22.2%, 국민의 법의식 부족 12.1%) 또한 법이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대답이 64.4%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2023년 한국의 법치주의 지수(World Justice Project 발표)를 보면 고소득 46개국 중 ‘부패의 부재’ 항목이 31위로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부패의 부재는 국가기관과 관련된 권력 남용, 사익 추구, 정책·입법 특혜, 불법 로비, 재판·수사의 불공정, 기업 특혜 등을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이는 사회 기득권층의 준법정신을 잘 나타내 주는 지표입니다. 위의 지표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사회는 기득권층의 준법정신이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을 회피하는 행위는 그럴만한 동기와 수단이 있을 때 발생하죠. 준법정신은 처벌(강제력)이 두려워서 잘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동기와 수단’이라는 법 회피 유혹을 일으키는 압력에 맞서는 내면의 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킨다는 것만으로 사회의 준법정신이 높다고 보는 것은 다소 나이브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는, 동기와 수단이 갖추어진 사회의 기득권층이 법을 잘 지켜야 사회의 준법정신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평균적으로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했을(공부를 많이 했을) 사회 기득권층의 준법정신이 취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공교육의 준법정신 교육이 낙제라는 것 아닐까요? 당장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교육과정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 스스로 규정을 만드는 교육과정은 반드시 정상화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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