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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ㅇㅋ· 2026.08.10 12:37· 조회 164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Le Vent, Le Cri — Ennio Morricone 지금은 고인이 된 프랑스의 국민배우 장 폴 벨몽도가 주연한 ‘Le Professionnel’(1981)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스파이가 귀환해 미처 끝내지 못한 임무를 완수하며, 결국 국가라는 시스템에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프렌치 누아르 스릴러입니다.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타이틀 시퀀스는 당시를 관통하던 팝아트풍의 강렬한 원색, 네거티브 이미지, 그리고 대담한 타이포그래피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대비와 함께 엔니오 모리코네의 ‘Le Vent, Le Cri (바람, 절규)’가 어우러지며, 비장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오프닝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트링 섹션과 황량하고 멜랑콜리한 하프시코드 아르페지오, 그리고 브라스의 조화는 모리코네 특유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정서를 담아냅니다. 이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Chi Mai’가 흐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헬리콥터가 이륙하며 적막한 고성을 하이 앵글로 내려다봅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이 장면은 광활한 공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한 개인의 고립과 운명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라는 제목은 국내 TV 방영 당시 사용된 것으로, 영화의 원작인 영국 작가 패트릭 알렉산더의 소설 ‘Death of a Thin-Skinned Animal’에서 가져왔습니다. 프랑스어 원제인 ‘Le Professionnel’보다도 원작 소설의 제목이 영화의 이야기와 음악이 가진 정서를 더욱 깊이 담아내는 듯합니다. 누벨바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던 장 폴 벨몽도는 2021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Chi Mai’가 울려 퍼졌습니다. 운구가 이어지는 동안 음악은 조용히 흐르고, 박수와 눈물로 한 시대의 얼굴을 배웅하던 그 장면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 zebrabeta music ·culture · curation zebrabet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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