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암투병 와이프 돌보면 공짜 간병인 취급 받아도 되나요?
앞에 쓴 글에 많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빠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와이프한테는 오빠지만 저보다는 한 살이 어립니다.
아무튼 형님이라고 불렀죠. 그 형님은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한 때 엄청 잘나가던 대기업 사무직이었습니다.
직장이 있는 파주 근처에 아파트 하나 있고, 전업주부 와이프랑 딸 셋이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동생 암진단 소식 듣자마자 수술 날짜에 맞춰 미국으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자기 회사 대기업이라 복리후생 좋다고, 이런 일로 휴가 내는 거 아무런 압박 없다고 했죠.
하지만, 2주 휴가 내봤자 미국 올 때 한 번, 한국 돌아가서 한 번 자가격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미국 방문은 어려웠습니다. 미국 병원에서도 간병하는 메인 가족 1명을 빼면 추가 면회도 불가능한 상황이었구요. 마음은 고맙지만 아무래도 안오시는게 맞는 것 같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미국 비행기표 사려고 했던 돈 200만원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병원비에 보태고, 병원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먹으라고 해서, 감사히 받았습니다. 나중에 코로나 상황 좋아지고, 미국으로 병문안 오시면 잘 모시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와이프가 첫번째 수술 마치고 1년쯤 지나 코로나가 완전히 풀린 상황이 됐습니다. 지난번에 돈 부쳐주신 것도 있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미국에 동생 보러 한 번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라도 경제적 상황때문에 오시기 힘들다면 비행기표도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암진단 받았을 때 당장 미국에 오겠다던 그런 절박함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죠. 아픈 여동생이 많이 회복됐고, 굳이 장거리 비행하기 싫을 수도 있죠. 형님에게도 귀한 휴가를 미국에 와서 여동생 뒤치닥거리 하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와이프의 암이 재발해서 두 번째 수술을 하게 되고 다시 어려운 항암 치료를 하게 됐는데, 시큰둥한 반응은 전혀 변화가 없더군요. 두번째 수술 소식에 또다시 200만원을 보내긴 했습니다. 와이프가 '돈은 크게 궁하지 않으니, 그냥 휴가때 얼굴 보러 와.'라고 했지만, '생각해 볼게'가 답의 전부였습니다.
이런거에 서운해 하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겠죠. 당연히 먼 미국까지 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문병은 못간다는 사람이 카톡 영통할 때마다 개소리를 합니다. 처음 암 진단받고 4년동안 와이프는 친정 식구 한 번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와이프가 형님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넌지시 '휴가 계획 세웠어?'라고 물어보면, 최근 3년간 답이 늘 똑같았습니다.
'여름 휴가는 태국으로 골프 치러 가고, 아마 추석때도 태국 아니면 필리핀으로 놀러 갈거야'
본인 휴가 본인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1년에 최소 2, 3번 골프 여행 갈 수 있는데, (코로나 기간 빼고) 3년간 단 한번도 여동생 병문안을 안 오는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물론, 수술할 때 맞춰서 200만원씩 두 번 보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액수죠. 하지만, 암 투병중인 여동생이 얼굴 보러 한 번 와달라는데, 그런 부탁은 듣지도 않고 자기 가족 비지니스 클래스 타고 골프 치러 가는 얘기 하느라 신납니다.
교회에 미친 처가댁이 좋아하는 예수님 말씀이 생각 나네요. 부자가 낸 황금보다, 가난한 사람이 낸 동전 한 닢이 더 값지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비지니스 클래스 타고 골프치러 가면서, 암투병중인 여동생에게 보낸 200만원은 과연 예수님이 보시기에 진실한 선행일까요?
한번은 와이프가 저 모르게 형님과 혼자 통화를 했답니다. '혹시, 미국에 1주일만 와서 간병하느라 지친 남편 좀 쉬게 해줄 수 없겠냐'고 물어 봤답니다.
와이프가 형님에게 이런 아쉬운 소리를 한 이유는 저 때문입니다. 당시 제가 한국 회사로부터 미국 지사 소속으로 재택 근무를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걸 하기 위해서 일단 미국 지사로 와서 1주일 정도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분기별로 1주일 정도는 지사로 출근을 해야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 미국 지사는 저희 집에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다른 도시에 있었구요. 조금 고민을 하긴 했지만, 와이프 혼자 남겨두고 1주일간 집을 비울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정중하게 제안을 고사했습니다.
'1주일만 미국에 와서 내 남편 좀 쉬게 해줘'라는 부탁에 형님은 '어차피 그 새끼 몇 년 회사 쉬어서, 중요한 포지션도 아닐거고 싸구려 현지 채용일텐데, 그 것때문에 내가 시간 버려야 되? 직장도 없는 새끼가 간병이라도 해야지'라고 했답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와이프가 암 진단 받은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미안하다고. 본인이 아픈것도 너무 미안한데, 자기 가족이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아서 너무 슬프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형님에 대한 인간적인 역겨움이 들더군요.
그냥 와이프는 고아다. 도와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주전에 형님이 미국에 가봐도 되겠냐고 연락이 왔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여동생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걸까요?
아닙니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더니, 철저히 이기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자랑하던 대기업에서 정리 해고 대상자가 됐다고 하더군요. 퇴직하기전 밀린 휴가도 쓸 겸 바람도 쐬면서 기분 전환하러 미국에 놀러 오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휴가가 쌓일 정도로 많은데도, 문병 한 번 안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회사 에서 짤리고 한국에 있기도 쪽팔리니, 미국이나 한 번 가자는 참 편한 생각으로 사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와이프는 오빠에게 '놀러 오는 거면 오지 마. 내가 오빠 관광시켜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오빠가 오히려 날 도와주러 와야되는 상황이야. 나 돌보고, 간병하느라 지친 내 남편 좀 쉬게 해줄 생각 아니면, 안 오는 게 좋겠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와이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안 갈게'라고 했답니다.
그래놓고는 또 필리핀 리조트에서 골프 치면서 카톡으로 영통을 걸어 옵니다. 와이프한테 나중에 필리핀 풀 빌라 리조트에서 같이 한 번 만나자는 개소리를 해서, 와이프가 '나 지금 암 수술 두 번 해서 40바늘 꼬맸어. 수영복 입고 놀 상황도 아니고, 의사도 장거리 비행 하지 말라고 해'라고 답했더니...
'좋은 뜻으로 아이디어를 내도, 늘 부정적으로 답변하네. 그런 식으로 부정적으로 사니까 스트레스 쌓여서 암이 생긴거야.'
그 날 이후로, 저랑 와이프 모두 처가집 식구들 블락하고 연을 끊기로 했습니다.
4년간 참아온게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후련하네요.
여러분들도 스트레스 주는 사람은 그냥 멀리하시고 좋은 것만 보시며 행복하게 사세요. 저도 그럴겁니다.
댓글 3
ok2시간 전
쓰레기같은놈
ㅅㅅ1시간 전
추천을 못누르게 막아놨네 네이트가
qs1시간 전
와이프분이 완치되고 재발되는 일 없기를 바랍니다. 남보다 못한 가족도 있더라고요. 친정은 없다고 생각하세요. 두 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