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사연 공유합니다,
제목 : 버스정류장 할머니보호자분 환자분 의식 돌아오셨어요 빨리 들어오세요
보호자 살면서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중환자실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심장박동을 알리는 기계음이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었습니다
삐 삐 삐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었어요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온 저를 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셨습니다
그리고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을 허우적거리며
제 옷자락을 꽉 움켜쥐셨어요 할머니, 저 알아보시겠어요?
저 매일 아침 버스정류장에서 뵙던...
할머니는 대답 대신 호흡기를 낀 입을 달싹였습니다
무언가 필사적으로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쇳소리만 날 뿐이었어요
대신 할머니는 다른 한 손에 쥐고 있던 낡고 구겨진
서류 봉투 하나를 제 품으로 밀어 넣으셨습니다
마치 이 봉투를 전해주기 위해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버티고 계셨던 것처럼요
이거, 이거 그게 할머니가 제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목소리였습니다 봉투를 제 손에 쥐여주자마자
기계음이 길게 이어졌어요 삐 간호사들이 뛰어들어오고
의사선생님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중환자실 밖으로 떠밀려 나왔어요 멍하니 병원복도
의자에 주저앉아 제 손에 들린
그 낡은 서류봉투만 내려다보았습니다 대체 이 봉투가 뭐길래
생판남인 저한테 이걸 주시려고
그 험한 숨을 몰아쉬셨던 걸까요?
떨리는 손으로 봉투의 입구를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내용물을 확인한 순간 저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봉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심장이 쿵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 같았어요
그 안에는 제 인생 전체를 뒤흔들만한
너무나도 소름돋는 물건이 들어있었거든요
안녕하세요 사연별담을 처음 방문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채널 운영에 큰 힘이 됩니다 그럼 오늘의 사연 이어서 들어보시죠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개월 전 제가 이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오던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올해 서른이 되었습니다 참 애매한 나이죠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이뤄놓기엔 턱없이 부족한 나이
지방에서 홀로 서울로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 노력만큼 보답해 주지 않더라고요
다니던 회사는 부도가 나서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몇 달치 밀린 월급은 끝내 받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살고 있던 원룸의 전세금마저
사기를 당해 절반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듯 나와야 했어요
수중에 남은 돈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은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서울의 가장 끝자락, 가파른 언덕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나오는
낡은 달동네 옥탑방이었죠 아, 그래도 지붕 있고
누울 자리 있으면 된 거지 뭐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삿짐을 풀었지만
막막한 현실에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아야 했기에 저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두 탕, 세 탕 뛰기 시작했어요
새벽 5시 남들이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
저는 첫 번째 아르바이트인 대형마트 물류창고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때렸어요
가파른 골목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동네역에 있는
작은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깜빡이는 낡은 정류장 그곳에
처음으로 그 할머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정류장 나무 벤치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계셨어요
계절은 이제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이었는데
할머니의 옷차림은 너무나 얇았습니다
빗발엔 얇은 꽃무늬 스웨터에 언제 빨았는지
모를 거뭇거뭇한 손바지, 그리고 발에는 뒤축이 다 구겨진
낡은 운동화를 구겨 신고 계셨죠
처음엔 그저 처차를 기다리는 동네 어르신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도착하고 뒷문이 열렸는데도
할머니는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으셨어요 어? 안 타시나?
버스 기사님은 익숙하다는 듯 할머니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문을 닫고 출발해버리셨습니다 저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멀어지는 정류장을 뒤돌아보았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마치 돌부처처럼
가만히 앉아 허공만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그날 저녁, 모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야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서 내리는데 제 눈을 의심했어요
하, 아직도 계시네? 새벽에 보았던 그 자리에
그 자세 그대로 할머니가 여전히 앉아계셨던 겁니다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계셨던 걸까요?
아니면 잠시 집에 가셨다가 다시 나오신 걸까요?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친 할머니의 얼굴은 몹시 수척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여쭤볼까 하다가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게 겁이 나서
그냥 못 본 척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도
그 다음날 아침에도 할머니는 항상 앉아 계셨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정류장 벤치 끝자락에 웅크리고 계셨죠
가끔은 허공을 향해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하셨고
어떤 날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하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를 피하는 눈치였어요
아휴, 저 노인네 또 나왔네 치매라더니
가족들은 다 어디 가고 저러고 방치를 해둔담? 말도 마,
저 할망구 정신 오락가락해서 갑자기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야 근처에 가지마
국내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할머니는 이 동네에 오래 사신 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치매 증상이 심해지셨다고 하더라고요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치 않다며 다들 혀를 찼습니다
처음엔 저도 할머니가 무서워서
멀찍이 떨어져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어느 유독 추웠던 겨울 새벽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사르레이는 듯한 칼바람이 불었고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았어요 정류장에 도착해보니
할머니가 얇은 스웨터만 입은 채로 덜덜 떨고 계시더라고요
입술은 파랗게 질려있고 두 손을 가슴에 꽉 모은 채로
몸을 웅크리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시골에 계신 저희 친할머니가 떠올랐어요
저를 유독 예뻐해주셨던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결국 저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정류장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가장 따뜻한 캔커피 두 개와 호빵 하나를 샀어요
그리고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와
할머니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저기... 할머니,
날씨가 너무 춥죠? 이거라도 좀 드세요 따뜻해요
저는 할머니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캔커피를 쥐어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깜짝 놀란 듯 몸을 움찔하시더니
이내 제 얼굴을 빤히 울려다보셨어요
탁하고 초점없던 눈동자가 순간
저를 향해 선명하게 빛나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준 캔커피를 두 손으로 꼭 쥐시더니
꽁꽁 원손을 녹이셨어요
그리고는 아주 작고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셨습니다 왔어?
우리 애기 이제 옮겨? 네? 저요?
아, 저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저는...
제가 변명을 하기도 전에
할머니는 갑자기 제 손목을 콱 하고 잡아치셨습니다
얼마나 악력이 센지 순간적으로 아야 소리가 날 뻔했어요
할머니는 제 손목을 잡은 채로 제 손가락 끝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제 손등에 있는
작은 흉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셨습니다 제 오른손 등에는
어릴 적 끓는 물에 데어서 생긴
아주 희미한 화상 흉터가 하나 있거든요
크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반달 모양으로 생긴 특이한 흉터였어요
할머니의 거칠고 마른 손가락이
제 흉터를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 흉터가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것처럼요
할머니 왜 이러세요? 아파요? 이거 놓으세요
제가 놀라서 손을 뿌리치려고 하자
할머니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셨어요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이 몹쓸년을 용서해라 정말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치매가 있으시다고 듣긴 했지만
갑자기 처음 보는 제 손을 붙잡고 오열을 하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마침 첫 차가 도착했고
저는 도망치듯 할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창 밖으로 정류장을 내려다보니
할머니는 여전히 제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계셨어요
그날 하루종일 일하면서도
할머니의 그 우는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왜 제 흉터를 보고... 그렇게 우셨던 걸까요?
단순한 치매 노인의 착각이었을까요?
하지만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정류장에 나갔을 때였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시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무언가를 꺼내
제 앞으로 불쑥 내미셨어요 이거 먹어
밥 끊고 다니면 안 돼 할머니가 내민 건
검은 비닐봉지에 쌓인 따뜻한 찐고구마 3개였습니다
어디서 구하셨는지 김이 무락무락 나고 있었어요
할머니는 기어코 제 가방 안에 고구마를 쑤셔 넣으시고는
다시 벤치 구석으로 가앉으셨습니다
얼떨결에 고구마를 받아들고 버스에 탔는데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오더라고요
사실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거든요
출근해서 휴게실에 앉아 그 고구마를 먹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그날부터 매일 아침 할머니와
저의 묘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따뜻한 두유를,
어떤 날은 방금 구운 것 같은 붕어빵을,
어떤 날은 누군가에게 받은 듯한 사탕 한 움큼을
할머니는 매일 아침 저를 기다렸다는 듯이
먹을 것을 챙겨주셨습니다 말은 거의 없으셨어요
그저 제 가방에 툭 밀어넣고는 제가 버스에 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셨죠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마트에서 파는 부드러운 카스텔라나 따뜻한 음료를 사서
할머니 곁에 놓아드리곤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었어요 아가씨,
저 노인네한테 너무 정주지 마 저 할망구, 자기 남편이랑
자식 잡아먹은 년이라고 동네에 소문이 파다해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몇십 년 전에 자기 자식을 버렸는지 어쨌는지
아무튼 사연이 독한 할망구야
그러니까 늙음하게 벌받아서 저러고 청승맞게 종류장에서
비신처럼 앉아있는 거지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게 따뜻한 고구마를 쥐어주던 그 투박한 손길에서
저는 어떤 아기도 느낄 수 없었거든요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벚꽃이 피는 봄이 찾아왔습니다
할머니와 매일 아침 무언의 인사를 나눈 지도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비오는 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굵은 빗방울이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어요
우산을 쓰고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멀리서 봐도
정류장이 텅 비어있었습니다 어? 할머니 안 나오셨네?
비가 와서 집에 계시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시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어요
혹시 어디가 편찮으신 건 아닐까?
혼자 계시다 쓰러지신 건 아닐까? 그때였습니다
정류장 뒤편,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에서 무언가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누구... 누구세요? 우산을 던져버리고
골목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비명을 지를 뻔했어요
할머니가 차가운 빗바닥에 쓰러져 계셨거든요
그것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요
할머니의 품에는 빗물에 젖지 않게
비닐로 꽁꽁 싼 커다란 서류 봉투 하나가 꽉 안겨 있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정신 차려보세요
119, 119 좀 불러주세요
새벽 골목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구급차를 불렀고
할머니와 함께 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된 겁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연은 제가 직접 각색해 영상으로도 제작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작은 채널이라 한 번만 들러주셔도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홍보가 불편하셨다면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 유튜브 : (링크)
(신청반전사연)버스정류장 치매 할머니가 중환자실에서 내민 낡은 봉투... 내 앞으로 수억 원의 빚을 떠넘긴 고모의 참교육 결말! | 사연읽어주는 | 사연라디오 | 썰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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