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채권 자경단이 영국 총리를 45일만에 사임시킨 사건
2022년,
영국은 직전 총리 3명이 전부 중도 사임하는
최악의 정치 혼란기를 겪고 있었음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은 이러한 아수라장에 마침표를 찍어 줄
강하고 행동력 있는 리더를 모두가 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은
결단력 강하고, 숙고보다는 바로 실행으로 옮기는 타입인
'리즈 트러스'를 자신들의 당대표로 추진하게 됨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국민 모두의 총선거로 대통령을 정하는 대한민국과는 달리
집권당의 당대표가 자동으로 총리까지 겸하게 되는 구조라
결과적으로 리즈 트러스가 다음 영국 총리로 선택됨
트러스는 의도적으로 전 영국 총리인 마가렛 대처의 패션과 행동 스타일을 강하게 따라 함
대처 전 총리는 강한 리더쉽과 타협 없는 실행력을 지닌 여성 총리의 상징 같은 사람이었고,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에 트러스 본인의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정치적 계산이었음
대표적으로 대처 전 총리가 NATO 탱크를 타서 찍혔던 사진을 따라해
자신도 NATO 탱크에 탑승한 사진을 찍었고
대처 전 총리가 모피 모자를 쓰고 모스크바에 방문해 찍힌 유명 사진이 있으니
자신도 모스크바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 자신도 모피 모자를 쓰곤 했음
이런 식으로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삼아
최대한 대처의 모든 것을 따라하려 했던 트러스지만
한 가지는 따라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심각하게 뒤떨어지고 말았는데
바로 대처의 계산적인 면모였음
대처 전 총리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실행했었는데
절대 막무가내로 감세를 추진한 사람이 아니었음
대처는 일단 정부 지출을 줄이고
특정 부분 세율은 감소시키되
특정 부분 세율은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정부가 세수 감소로 받을 타격을 최소화하며 국정을 운영했음
대처 반대파도 대처의 이러한 정책에 대한 찬반은 있었을지 몰라도
대처의 감세때문에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음
이에 반해 트러스 총리는 정말 막무가내식으로 감세를 진행했는데
온갖 세율을 낮추거나 세율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정부 지출이라도 줄이긴커녕
난방비 지원 정책까지 동시에 시행하며
갑작스러운 재정 적자를 폭등시키는 데 일조해버렸음
이러한 정부의 재정 수입은 줄이기만 하고
정부의 재정 지출은 늘리기만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트러스 총리가 어떻게 이 적자를 메꿀지 매우 궁금해했는데
이에 대한 영국 정부의 대답이 가관이었음
예산이 부족하니 단순하게 국채를 100조원어치 더 발행하겠다는
무식한 계획을 발표한 것임
이 대답을 듣고 영국 국민들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당시 영국 연간 인플레이션이 10%가 넘는
41년만의 최악의 인플레를 겪고 있었기 때문임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돈을 더 찍어내면
영국의 인플레는 더 가속화 될 뿐이었음
이런 상황에 가장 분노할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영국 국채를 거대한 규모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 큰손들이었음
이들은 채권 이자도 파운드화로 받았고, 채권 가치도 파운드화로 계산되었는데
이렇게 영국 정부가 대놓고 인플레를 방치하려 하니
파운드화의 가치가 말 그대로 녹아버렸고
결국 자신들의 재산이 실시간으로 삭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음
빡친 영국 국채 큰손들은 단체로 일어나
시장에 영국 국채를 융단 폭격하듯 던지기 시작했는데
파운드화가 조금이라도 덜 녹았을 때 채권을 팔고
다른 자산으로 서둘러 바꿔 재산을 지킴과 동시에,
겸사겸사 영국 정부에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하려는 의도였음
흔히 말하는 채권 자경단이 영국 정부에 선빵을 맞게 되어
너무 열 받아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 활동을 전개한 것이었음
이들이 영국 국채를 던지자 자연스럽게 채권 시장에서 영국 국채의 금리가 치솟기 시작함
여기서 왜 시장에 국채를 던지는 사람이 많으면
국채 금리가 껑충 뛰는지 예시와 함께 짧게 설명해보겠음
('채권 만기 수익률'까지 넣으면 너무 복잡해지기에 만기가 없는 영구채라고 가정하겠음)
1. A라는 사람이 100만원에 연이자 5%의 채권을 구매했다고 치자 (이때 채권은 영구채다)
2. 이 채권은 연 5만원을 반드시 받는 계약과 같다
3. 이때 A가 이 채권을 시중에 80만원에 되팔았다고 하면
4. 이 채권은 여전히 이자로는 5만원을 받지만 실질적인 가격은 80만원인 채권이 된다.
5. 그렇게 되면 실질적인 채권 수익률은 연 6.25%로 증가한 것과 같게 된다
6. 그러면 시중에서는 80만원에 연 6.25% 이자인 채권으로 유통되게 된다
이렇게 국채 매도세가 강해지면 시중에 유통되는 국채의 금리가 점점 높아지게 됨
문제는 이렇게 시중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강제로 정부에서 신규 발행하는 국채 금리도 거기에 맞춰줘야 한다는 점임
상식적으로 시중 국채 금리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바보처럼 훨씬 낮은 금리의 새 국채를 사줄 멍청이는 없기 때문임
특히 채권 시장 큰 손인 타국 연기금이나 중앙은행, 거대 자산운용사 등은
굴리는 액수가 워낙 커 사소한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더더욱 괴리율을 높일 수가 없음
그러니 채권 자경단이 국채을 마구 던져
시중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신규 국채 발행 자체가 매우 부담스럽게 됨
더 큰 문제는 영국 연기금에서 발생했음
연기금측은 LDI(Liability Driven Investment)라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사용해
이들을 지탱하는 주춧돌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채권 자경단의 국채 투매의 여파가
이 LDI라는 포트폴리오 전략 자체를 폭사시킬 위기까지 몰고갔던 것임
LDI를 지탱하는 두 거대 기둥은 레포(Repo)와 금리스왑(IRS)이었음
왜 채권 가격이 폭락할수록 이 두 기둥도 흔들려
결과적으로 연기금의 LDI도 위험에 빠졌는지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음
첫번째로 연기금이 LDI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레포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레포는 그냥 채권을 담보로 맡겨 돈을 빌리는 것과 같음
연기금은 현금이 모자라면 국채를 담보로 레포를 종종 이용했고
당연히 그 담보는 영국 국채였음
두번째는 금리스왑(IRS)인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해서
연기금은 미리 적당한 수준의 고정된 금리에 배팅하고
은행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중 금리에 배팅해서
더 높은쪽이 돈을 받는 구조였음
문제는 변동금리가 이 사태 이후로 날이 갈수록 폭등하고 있었고,
이 금리스왑의 금융 상품의 연기금쪽 담보가 또 영국 국채였음
일단 첫번째로 터진 폭탄은 금리스왑 쪽이었음
국채 금리가 날이 갈수록 폭등하니
시중에서는 기준금리도 똑같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 되어
변동금리가 마구 오르기 시작한 거임
이에 연기금의 손해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되어 버림
또한 이 금리스왑이 일종의 파생상품이라
개미들이 하는 선물계좌처럼 증거금(담보)이 요구됨
그렇다면 연기금계좌의 평가손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록
추가 변동 증거금 입금이 계속 필요하게 됨
소위 말하는 마진콜과 같음
두번째 폭탄은 연기금이 은행에 담보로 맡긴 국채에서 터졌는데
이것도 결과가 마진콜로 이어짐
채권 자경단이 국채를 하도 던지다 보니
연기금이 담보로 맡긴 국채 가치가 계속해서 폭락해서
결국 증거금 부족 사태를 유발해버림
그러니 레포든 금리스왑이든
담보로 국채를 맡긴 분야라면 어디든
추가 변동 증거금 입금을 끝없이 독촉받는 상황이 시작됨
이때 추가 변동 증거금은 거의 현금만 인정되고
연기금 보유 채권을 추가 담보로 잡는 건 인정되지 않았음
이 조건이 폭탄 사이클을 완성시켜버림
하필 그때 연기금의 보유 현금이 마르다시피 했고
추가 증거금은 현금만 인정해준다고 하니
일단 당장 보유 국채를 마구 던저 현금을 확보하고
현금을 손에 쥐는 족족 추가 증거금으로 입금하느라 급급했음
오직 일단 청산만은 피하자는 게 연기금의 유일한 목표였던 것임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 모든 재앙의 첫 시발점이
국채를 다들 던져서 국채 가치는 폭락하고 국채 금리는 폭등한다는 것이었음
그러니 이러한 연기금의 마구잡이 국채 매도는 이러한 사이클을 더 가속해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것과 같았음
연기금과 계약중인 은행 입장에서도 연기금을 봐주기가 어려웠음
단지 자국 국가기관이라는 이유 만으로 연기금을 봐주기 시작하면
그 은행을 이용하는 외국계 큰손들이
"난 안 봐줬는데 쟤는 왜 봐줘? 외국인이라서?"
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게 되고
영국 은행에 대한 전세계 신용이 급감하기 때문임
그렇게 되면 외국인을 통한 돈줄이 말라 현금 유동성이 급감하는 문제가 생겨버림
게다가 연기금과 맺은 계약을 봐주느라
어쩔 수 없이 다른 쪽 계약을 쥐어짜 모자란 현금 유동성을 채우기 시작하면
다른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수도 있었음
어떻게 보면 국가 입장에서는 이게 더 위험함
은행들의 신용과 현금 흐름이 동시에 파괴되는 결과기 때문임
결국 "이 폭탄을 연기금이 받을래? 은행이 받을래?" 하는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었음
이 폭탄 사이클이 완성되자
영국 국채 금리는 역사에 남을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는데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 기준으로 단 며칠 만에
3.2% 내외에서 5.1%가 넘는
2%에 가까운 폭등이 일어나 버린 거임
장기채 금리가 기준금리에 비해 너무 높으면
장기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대신해 시장 표준 금리처럼 작동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데
결국 영국인들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단 며칠만에 2%가 오른 것과 같은 상황이 와버린 거임
파월 전 연준의장이 미국 기준금리를 발표할 때마다 미국 전 시장이 벌벌 떨었던 기억해 보셈
이때 금리를 한번에 많이 올렸다고 하던 빅 스텝이 0.5%
무서울 정도로 많이 올렸다고 하던 자이언트 스텝이 0.75%였음
그런데 영국인은 자기네 금리가 단 며칠만에 2%가 올라버렸음
이게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대충 이해가 될 거임
하도 영국 국채 금리가 엄청난 속도로 치솟으니
영국 중앙은행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당연히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최대한 낮춰보려고 노력했음
하지만 이들도 이 모든 노력이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중앙 정부가 인플레를 적극적으로 잡아
파운드화 가치를 방어할 의지가 없다면
전부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아버림
그래서 영국 중앙은행은 단 2주,
10월 14일까지만 채권 금리를 방어하겠다 선언함
연기금이 숨 고르기를 할 시간만 아슬아슬하게 벌어주고
전세계에 "영국 국채 무조건 사주는 호구가 있다" 는 소문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함이었음
결국 중앙은행조차 이 상황 수습을 포기해 버리자
사건의 원흉 트러스 총리 역시
더는 정책을 추진할 힘도,
자신의 모든 지지 기반도 전부 사라진 지 오래였음.
그렇게 트러스 총리는 하나하나 추진하던 정책을 취소하고
임명했던 장관도 경질하다가
그래도 도저히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취임 44일만에 사임을 발표하고 항복을 선언하게 됨
결국 이 사건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진 채권 자경단이
완벽하게 압승하며 영국 정부를 굴복시킨 사건으로 마침표를 찍었음
이 사건만 보면 채권 자경단이 각국 정부도 쥐락펴락하는 무적의 세력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채권 자경단 역시 정부에게 결국 패배하게 된 사건이 꽤 많이 있음
이번 승리는 영국 연기금의 LDI가 사건의 기폭제가 되어
생각보다 쉽게 승리한 사건에 가까움
출처: 미국 주식 갤러리 [원본 보기]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