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이미지일반모델 GPT-5.6만 믿고 PSP게임 준한글화 성공 및 삽질기
GPT-5.6만 믿고 PSP 게임 한글화에 15만 원 박은 후기
“GPT-5.6이 한글화를 그렇게 잘한다더라.”
갤에서 이 말 한마디가 모든 만악의 시작이었다.
그걸보고 별생각 없이 15만 원짜리 결제함.
참고로 그때의 나는 코덱스랑 일반 GPT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냥 GPT-5.6이 좋다니까,
“요즘 AI가 게임 한글화도 다 해준다는데 한번 해볼까?”
하고 무지성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은 하루 만에 벌어졌다.
1. 일단 게임 파일부터 던져봄
GPT한테 말했다.
“PSP 게임인 칭송받는 자를 한글화하고 싶다.”
그다음 PSP ISO 파일을 컴퓨터에 마운트하고, 윈도우 파일 탐색기로 폴더 구조와 내부 파일명을 전부 캡처했다.
그리고 그 스크린샷을 일반 GPT-5.6 추론 모델한테 통째로 던졌다.
“여기서 한글화하려면 무슨 파일이 필요함?”
그러자 GPT가 파일명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EBOOT.BIN"과 "DATA.DAR" 파일이 의심된다. 업로드해라.”
오, 뭔가 아는 척을 한다?
일단 두 파일을 올려줬다.
잠시 뒤 GPT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예상대로입니다. "EBOOT.BIN" 분석은 완료했지만, "DATA.DAR"은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럼 내가 뭘 하면 됨?”
“복호화해서 다시 업로드해 주세요.”
ㅇㅇ 알았음.
복호화해서 올림.
2. GPT: “다 찾았습니다” <-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복호화된 파일을 올리고 다시 물었다.
“이제 내가 해줄 거 있음?”
GPT가 말했다.
“없습니다. 파일을 분석해 대사 출력 모듈을 찾았습니다. 폰트와 문자표를 삽입해 보겠습니다.”
오?
갑자기 분위기가 전문가다.
조금 기다리니까 수정한 "EBOOT.BIN"과 "DATA.DAR"을 주면서 부팅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ISO에 파일을 넣고 실행했다.
그랬더니 화면이 새까맣게 뒤덮이고 부팅이 안 됨.
“이거 왜 안 되냐 ㅂㅅ아.”
그러자 GPT가 갑자기 솔직해졌다.
“죄송합니다. 사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대사 모듈 찾았다면서요??!??!
그래도 해결책은 내놨다.
수정 파일을 두 버전씩 줄 테니 다음 네 가지 조합을 전부 시험해보라는 것이다.
1. 기존 "EBOOT.BIN" 적용 / "DATA.DAR" 미적용
2. 기존 "EBOOT.BIN" 적용 / "DATA.DAR" 적용
3. 다른 버전 "EBOOT.BIN" 적용 / 기존 버전 "DATA.DAR" 적용
4. 다른 버전 "EBOOT.BIN" 적용 / 다른 버전 "DATA.DAR" 적용
결국 내가 직접 네 번 부팅 실험을 했다.
결과를 전부 알려줬더니 GPT가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감을 잡았습니다.”
감을 잡긴 뭘 잡아.
네가 지금 잡고 있는 건 감이 아니라 나다.
3. 어? 진짜 한글이 나오네?
GPT가 새로 준 "EBOOT.BIN"과 "DATA.DAR"을 다시 적용했다.
그리고 게임을 실행했는데….
오잉?
대사가 진짜 한글로 나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부랄을 탁 쳤다.
방금 전까지 GPT를 갈구던 게 조금 미안해졌다.
“옳지, 옳지. 잘한다.”
칭찬해주니까 GPT가 테스트용 번역 파일을 하나 더 만들어줬다.
그런데 이 새끼가 테스트하라고 넣어준 대사가 게임 중반부에 가야 확인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야, 생각이 없냐? 테스트 문장을 초반부에 넣어야지, 내가 확인하려고 중반부까지 게임을 진행해야 되냐?”
갈궜더니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오프닝 대사로 변경하겠습니다.”
다시 받아서 실행해보니 한글이 잘 나왔다.
좋아.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4. 폰트 영점 사격 시작
GPT가 대사를 조금 더 번역해서 파일을 줬다.
실행해봤더니 이번에는 글자가 중간중간 끊겨서 나왔다.
스크린샷을 찍어 보여주니까 GPT가 말했다.
“폰트 크기와 출력 좌표가 잘못 설정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수정.
실행.
또 틀어짐.
다시 수정.
실행.
또 약간 이상함.
이 과정을 네 번 정도 반복하니까 드디어 폰트 크기와 좌표가 제대로 맞았다.
영점 사격 완료.
그런데 영점을 잡았으면 이제 실탄 사격을 해야 할 것 아닌가?
GPT는 계속 대사를 찔끔찔끔 번역해서 가져왔다.
몇 줄 번역.
테스트.
몇 줄 번역.
또 테스트.
처음에는 나도 인내심 있게 해줬는데, 점점 빡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다.
“야 ㅅㅂ 이래가지고 어느천년에 하나? 파일 한 번에 줄 테니까 그냥 전부 번역해.”
그러자 GPT가 약 10분 동안 생각하더니 말했다.
“전체 분량을 한 번에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번 나눠서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럼 매번 "EBOOT.BIN"이랑 "DATA.DAR"을 새로 만들지 말고, 번역만 여러 번 누적한 다음 마지막에 파일을 한 번 생성하면 안 됨?”
GPT:
“네, 그 방식은 가능합니다.”
야이 ㅋㅋㅋㅋ, 그게 되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
5. 누적 진행해줘 지옥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GPT한테 말했다.
“앞으로 내가 ‘누적 진행해줘’라고 하면 알아서 다음 분량 번역해.”
GPT도 흔쾌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봤자 몇 번이나 누르겠어?’
처음에 한번누르니 2퍼정도 진행률이 오르길래 뭐 이정도는 참을수 있지.
50번만 해달라고 하면 되는거 아닌교? 했는데....
경국 약 90번 눌렀다.
한 번 번역하는 데 대략 4~5분.
나는 하루 종일 GPT한테
“누적 진행해줘.”
를 반복했다.
무슨 게임 한글화를 하는 건지, 해줘 무새가 된건지 원.
어쨌든 90회 가까이 누적 번역을 돌린 끝에 전체 번역이 완료됐다.
드디어 끝났다.
파일을 적용하고 게임을 실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ㅎ"과 "ㅌ" 계열 글자가 깨져서 나옴.
오프닝 테스트 버전에서는 멀쩡했는데, 전체 번역본에서 갑자기 폰트가 망가진 것이다.
“아니, 잘되던 걸 왜 건드려서 개악했냐?”
따졌더니 GPT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체 파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문자표를 잘못 수정했습니다.”
얘는 가끔 잘되는 걸 못 참는다.
6. 최종 보스: 부팅 화면 글자 깨짐
한소리했더니 GPT가 또 약 10분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새 "EBOOT.BIN"과 "DATA.DAR"을 내놨다.
적용해보니 게임 대사는 제대로 출력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게임 부팅 화면의 글자가 깨져서 나왔다.
대사를 고치면 부팅 화면이 깨지고,
부팅 화면을 고치면 대사가 깨지고,
하나를 살리면 다른 하나가 죽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시작됐다.
그래도 계속 스크린샷을 찍어주고, 어떤 글자가 어떻게 깨지는지 설명하면서 GPT를 갈궜다.
수정.
테스트.
재수정.
재테스트.
그렇게 씨름하다 보니 어느 순간 부팅 화면도 정상, 게임 대사도 정상, 한글 폰트 출력도 정상인 버전이 만들어졌다.
진짜 완성된 것이다.
결론
아무것도 몰라도 일반 GPT-5.6만으로 PSP 게임의 대사 한글화 정도는 가능.
일부 ui는 여전히 일본어지만 게임을 즐기기에는 아무문제 없는 수준.
코덱스가 뭔지도 몰랐고, 게임 파일 구조도 몰랐고, 폰트 삽입이나 문자표 수정도 모름.
내가 한 일이라고는 파일을 올리고, GPT가 시키는 대로 테스트하고, 오류가 나오면 스크린샷을 찍어서 갈군 것뿐이다.
다만 필수 준비물이 하나 있다.
근성이다.
GPT가 잘되던 걸 망가뜨려도 참을 수 있는 근성.
같은 말을 90번 반복할 수 있는 근성.
수정 파일을 받을 때마다 ISO에 넣고 다시 부팅할 수 있는 근성.
그리고 GPT가 “이제 감을 잡았습니다.” 라고 말할 때, 한 번 더 믿어주는 근성.
그게 필요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작업은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15만 원이 아깝냐고?
한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까웠다.
완성되고 나니까 갑자기 미래 기술 체험비처럼 느껴지더라.
15만원짜리가 아니라 내가 볼땐 3만원짜리도 근성 있으면 가능은 할듯하다.
해줘 dao 만 하지말고 안해주면 3만원따리로 재미삼아 해보도록...
웹버전이 토근은 안먹는데 삽질은 많이 하는듯
이상.
출처: 레트로게임기 갤러리 [원본 보기]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