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영국 채텀 구 조선소
런던 남동쪽 바다에 닿은 켄트 도의 도시입니다.
특이사항은 유로스타가 런던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런던에서 열차를 타고 가면 일부 구간이 고속철도 구간이기 때문에
일부 구간에서 영국 유일 고속철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 출발하면 메드웨이라는 강을 지나갑니다.
열차 밖으로 보면 암초같은것이 보여 무엇인고 하니 소련 잠수함이었습니다.
소련잠수함이 왜.. 여기로 흘러들어와 어째서 강바닥 위에 방치되어있는 것일지
이날 주식에 전재산이 물려 장기복역을 살고 있었는데 그 탓에 헛 것을 보나 싶었습니다.
채텀역에서 내리자마자 디트로이트에 온 듯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식민지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있고 아프간계 아프리카계 식당들이 늘어서있습니다.
시끄러운 청년무리들의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리고 바로 옆에서 미친놈들이 자물쇠로 묶여있는 자전거를 뜯어가려하고 있어서 빠르게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런 법도가 무너진 풍경 사이에 또 멀쩡하게 맥도날드, 버거킹, 드레스숍이 있는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원을 지나가는데 1 2차대전 추모비가 있습니다.
근본있고 법도가 바로 선 도시들에는 늘상 하나씩 있는데요. 여기는 특별하게도 한국전쟁까지 같이 기록되어있습니다.
단돈 100달러에 킹 찰스 호텔이라는 곳에서 묵을 수 있었습니다.
낡은 리셉션이나 마인크래프트에서 본것같은 쥬크박스, 잉어들이 사는 수조같은게 있어 굉장히 구시대적인 느낌이 나고
잘 쳐줘봐야 아마 타이타닉 2등실 느낌이었습니다.
방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질정도로 넓은것에 비해 위생은 성장할 공간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하루 자고 조선소에 가는 길.
과거 채텀에 근무했던 조선소 인원과 해군인원들을 기념하는 닻이 하나 있어서 주민들의 해군사랑을 느꼈습니다.
구글에서 찍어주는데로 조선소 입구를 찾아갔습니다만, 마치 군부대 입구처럼 바리케이드가 쳐져있고
경비가 나와서는 여기는 상인입구인데 왜왔냐고 합니다.
관광객 입구가 아닌가요?
경비는 저에게 구글맵을 켜라고 지시했고, 제가 왔던길을 가르키더니 돌아가서 Busy Bee 간호원을 찾으면 왼쪽으로 가라는 말을 해줍니다.
아니,, 이 땡볕에 제가 거기서 오는 길인데요..되돌아가야한다니요..
그렇게 길을 되돌아가면 경비가 말한대로 간호원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개장시간에서 그리 늦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저 멀리서부터 줄을 선 입구가 보였고
교통요원이 확성기도 없이 하나하나 생목으로 맨 안쪽부터 들어가세요 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전날 밤 본 풍경은 영락없이 항구를 낀 우범지대였는데, 사실은 주말아침부터 영국인들이 줄을 서서 찾아오는 굉장히 인기 많은 곳이었습니다.
입장권을 받으러 줄을 서는데 다른 직원이 지도 겸 가이드북이 3파운드라며 광고를 하고있었습니다.
음.. 지도에 3파운드는 좀 무리수가 아닐까요. 표만 받고 들어갑니다.
표를 받고 들어가면 리셉션이 또! 나옵니다. 그럼 이쪽의 직원이
"채텀 조선소는 처음인가요? 지도 필요하지않으세요?"
"그거 3파운드 아니에요?"
"무료인데요.."
가격을 물어본것이 그렇게나 충격이었는지 직원은 이후 잠수함 투어 예약이나 밧줄제조실 투어 예약을 소개하면서도 계속 무료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하필 재산이 주식에 물려있어 유동자산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잘못된 첫인상이 생긴것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조선소에 들어오면 마을광장처럼 탁 트인 공장이 나옵니다.
중앙에는 닻이 있는데 마침 개초딩 하나가 원숭이처럼 닻 위를 기어올라가고 있어 아찔했습니다.
첫 방문으로 HMS 가넷으로 들어왔습니다.
범선과는 별로 좋은 친구가 아니지만 있으면 들어가보고 있습니다.
범선과 증기선의 하이브리드로 건조되어 19세기 말 대영제국의 첨병으로 태평양을 누비다가 돌아와서는 훈련함으로 쓰인 배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에는 딱히 아무것도 없습니다. 갑판 아래로는 예전에는 승조원 구역이었을, 배 답지않게 여유로운 공간이 나오고
그 아래에는 엔진실일수가 없는 공허 그 자체에 용골과 늑골이 그대로 보입니다.
배 라기보단 사망한 배의 가죽을 박제한것 같아 섬뜩함이 느껴졌습니다.
하필 개초딩무리와 섞여서 갑판위에서 종을 쩌렁쩌렁 울려대고 갑판 아래도 소음으로 난장판이라 황급히 배에서 내렸습니다.
그 옆에는 XE8 이라는 소형 잠수정이 있는데 별 표지도 없어서 뭔가 모형인가 싶었습니다.
이게 진짜 사람이 탄건가 소년병을 넣은것이라 확신하게됩니다.
잠수정 관람은 예약제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카발리에 구축함을 보았습니다.
2차대전의 구축함은 미국이 기어링과 플레쳐를 너무 많이 뽑아서 여기저기서 발견할수 있지만
영국 구축함은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템즈강의 벨파스트와 비슷하게 청회색 비슷한 청량감을 주려다 관둔 그런 색이 도색되어있습니다.
주포의 전투실이 개방되어있다던지, 항해함교가 고속정같은 노상형이라던지..
영국 구축함에 대해서 잘은 모르나 대량생산되었거나 당시 영국이 찢어지게 돈이 없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군함 내부는 평범하게 오르락 내리락 기름냄새 페인트 냄새 맡으며 탐험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당시 쓰였을 인쇄물도 비치되어있고 함내 전체에 마치 베트남전이 생각나는 팝송이 틀어져있어 냉전으로 태평양을 누비며 윗통을 벗고 작업하는 수병들이 상상됩니다.
물론 배는 2차대전말 취역하고 베트남전 이전에 퇴역에서 진작에 박물관배가 되었습니다..
영국에 항공모함도 있고 구축함도 있고 순양함도 있는데 왜 전함만 없는것일까요.
왕립해군의 법도가 무너졌습니다.
채텀의 3개 배 중 마지막, 오셀롯에 왔습니다. 안내원은 이 좁은 공간안에서 69명이 작전을 했다하는데 상상한것보다는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화장실도 따로있고 사관실도 넓고 주방도 넓고.
어째 내부 공간은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잠수함보다 넓다는 느낌이었는데 아마 텅비어있는 공간을 본 착각이겠죠.
오셀롯 외부의 설명 패널에는 두루뭉실하게 지중해 대서양에서 작전했다는 내용정도밖에 없습니다.
왜 인가 했더니 안내원이 말하길 비밀작전함이라 아직 활동내역이 풀리지 않았다는군요.
참 가슴 두근거리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작전을 한것일까요., 쿠바 침투? 남극 나치 사냥?
기밀이 풀리는 2050년쯤에 다시 기억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조선소 곳곳에는 이런 옷을 입으신 분들이 영국 노년배들을 이끌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Call the midwife라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병원 사극이 채텀에서 촬영되어서 성지순례같은 느낌으로
조선소나 배와는 별 관련이 없지만, 곳곳에 관련 장식이나 기념품 그리고 투어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런던 배경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조선소의 산업스러운 느낌을 상상할수 있었습니다.
저야 영국인이 아니니 드라마를 안봤지만 아마 밴드오브브라더스를 따라 노르망디를 투어하는 느낌이겠죠.
다른 전시관에는 역대 채텀에서 건조된 배들의 모형이나, 다른 군함이나 채텀 조선소 관련 전시물이 있었습니다.
에이잭스, 엑세터, 슈페, 샤른호르스트. GOAT들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습니다.
왜 라플라타 해전의 배들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중 에이잭스가 채텀 출신이었습니다.
에이잭스와 저 사이에 뜨겁고 끈적한 개인적인 유대가 생긴것 같았습니다.
투어를 신청하지 않았던 밧줄제조실도 왔는데 건물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라톤을 중도포기하고 나왔습니다.
투어중에는 기계를 운전하면서 밧줄 생산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벽면에 걸린 TV에서 그 모습이 재생되고있었습니다.
범선이 퇴역한 시대에 아직도 밧줄 제조법을 계승하고 있다니요. 이것이 영국의 900년 전통과 근본이라는것입니까.
영국인이었다면 뽕이 치사량으로 차올랐을지도 모릅니다. 영국인도 아닌데 전통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습니다.
해양생물 사진이나 바다관련 그림을 모아둔 갤러리가 있었습니다.
음... 유틀란트 해전에서 늘어서서 함포를 사격하는 영국 드레드노트들과 얻어맏는 독일고등수상함대..
이것이 우피치 미술관이군요
상남자처럼 정정당당히 함포로 두들기고 싸우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컨템포러리 시대에는 에겐넘치게 레이더와 미사일로 싸우는데, 아직 육군 전차만은 주포를 고집하고 있으니 육군이 상남자의 군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식당에 가서 미트볼 세개가 그려진 마리나라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정확히 미트볼 세개가 올라간 마리나라 파스타가 나오는 그런 기분
채텀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막 새롭고 신나는건 아니었지만, 정확히 지도위에 있던 물건들과 사진에서 본 물건들이 그대로 나와 평범하게 재밌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영국공병박물관이라는 곳이 있길래 예정에는 없었지만 빠르게 폐장전 1시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바깥에는 여러 공병전차들이 전시되어있습니다.
매표소 직원이 "인근 부대에서 왔냐" "인근에 사냐" 같은 걸 물었는데, 동양인이 여기 살겠나 참 편견없는 사람일세 생각했지만
사실은 현지주민들에게는 아마 할인이 들어가는 모양이라 기계적으로 물어본듯합니다.
내부에는 19세기부터 인도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버마 일본 북아일랜드 포클랜드까지 듣기만해도 무시무시한 대영제국의 전장들이 순서대로 전시되어있습니다.
대략 대영제국이 뻗어나가면서 필요해진 토목수요가 공병대의 시초라는 서사였습니다.
베를린 장벽 조각, IRA 사냥 장갑차, 해리어 그리고 V2까지..
해리어야 뭐 워낙에 많이 생산되었으니 있을수 있다 치지만, V2라니.
아니 동네 박물관이라고 아무거나 전시해놓고 진짜라 우기네!! 라고 생각했는데요.
테세우스의 배 느낌이긴 하지만 일단은 네덜란드에서 주워온 실제 V2를 복원한것이라 했습니다.
과연. 삐까뻔쩍한 위장색이 아니라 단촐한 녹색인게 거룩함은 화려하지않다는 것이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짐을 되찾고 돌아가러 다시 숙소에 왔습니다.
그제서야 왜 호텔 곳곳에 해군 관련 그림이 있고 해군 장식이 있는지 알게되었습니다.
전날에는 뭐 항구도시 다운 컨셉 좀 꾸린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알고보니 원래 해군기지 옆에 딸린 해군 연회장 숙소 비슷한 곳이 호텔로 개조되었다는 것입니다.
오 확실히. 다시 생각해보면 타이타닉 2등실이 아닌 함장실같은 느낌이었던것같군요.
분명 해군수병의 유령들과 하룻밤을 잔 느낌이 납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
밤의 거리는 범죄의 온상이고 낮의 거리는 한적한 지방도시같은데 또 조선소구역을 가면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또 한적한 지방도시답지않게 택시가 48대정도 옆앞에 대기하고 있어, 무슨 사람들이 그리 찾아온다고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한떄 조선소로 부흥했던 마을이 조선소의 폐쇄와 함께 화석화 된, 시대의 종말을 구경한 듯한 아련함이 찾아옵니다.
당일치기 해놓고서 할말은 아닙니다만은..
이상입니다.
출처: 배낭여행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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