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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SFC용 특수칩, MSU-1 이야기

ㅗㅜㅑ(174.62)· 2026.07.17 01:17· 조회 3455
콘솔 게임을 조금이라도 파본 사람이라면,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혹은 "슈퍼 패미컴 CD" 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알고 있을듯하다. 해당 기기는 닌텐도가 1990년대 초 당시, 자사의 메인 기기였던 "슈퍼 패미컴"에 CD-Rom 드라이브 애드온 디바이스를 만들고 싶어 여러 회사와 접촉하며 추진하던 프로젝트였으나, 궁극적으로는 엎어지고 실물이 출시되지 않은 프로젝트다. 이 컨셉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이미 일본에서 NEC는 한참 잘나가던 자신들의 콘솔 게임기 "PC 엔진"에 세계 최초의 CD 게임기였던 "CD-Rom 2 애드온"을 1988년 출시한 바 있다. 세가 역시, "메가 CD" (북미 발매권 명칭 세가 CD)라는 메가드라이브의 애드온 모듈을 1991년 출시했었다. 해당 기기들은 나름의 성공을 거둔 재미있고 실용성 높은 주변기기들이었으며, 기존의 카트리지 베이스 게임기 대비 압도적인 용량 (700MB)를 바탕으로 FMV 비디오를 활용한 게임, CD 퀄리티 베이스의 음악등을 게임에 삽입할 수 있게 되며 "차세대는 역시 CD", "CD 베이스 게임은 기존의 게임보다 한 차원 더 발달한 게임" 같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도 이후 5세대 초기 게임기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온갖 게임기와 회사들이 거치용 게임기 시장에 CD로 도전장을 내민 혼란기가 되어버렸을 정도였다. 닌텐도 역시, 뒤늦게나마 이 트렌드에 발을 들이고 싶어했다. 물론, 이게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당시 닌텐도는 이 애드온을 자사에서 직접 개발하는 것이 아닌, 외주를 통해 개발비를 절감하고, 라이선스비를 나눠가지면서 "카트리지 베이스 게임의 시장 공급"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했다. 처음으로 접촉한 업체는 소니였고, 닌텐도측의 다소 일방적인 계약 파기 이후 결과 탄생한 물건이 그 유명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소니와의 계약 파기 이후 필립스측과도 접촉해 남은 개발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이 역시 엉클어지고 탄생한 결과물이 "CDi", 그리고 전설의 CDi 용 젤다 게임들과 "호텔 마리오"였다. "I hope she makes lot'sa sphagetti!" 그런데, 이 내용은 다들 아는 이야기 아닌가? 분명 제목은 슈퍼 패미컴의 애드온 칩 관련 이야기였는데, 왜 갑자기 슈퍼 패미컴 CD 이야기를 하는걸까? 그 내용을 이제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슈퍼 패미컴, 그리고 당대의 많은 게임기들은 (메가드라이브나 패미컴, PC엔진등도 다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었다.) 게임 카트리지가 단순한 게임의 롬 파일이 들어간 "게임 카트리지"가 아니었다. 게임기로 나오는 수많은 대작들은 콘솔 게임기의 부족한 연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더 다채로운 음악을 넣기 위해 종종 "특수칩"이라는 연산 반도체 칩을 직접 만들어 카트리지 안에 게임과 함께 집어넣었다. 게임 팩 자체가 게임기의 일부 역할을 한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위 이미지 <스타폭스>에 들어갔던 슈퍼 패미컴용 "슈퍼 FX" 칩이었는데, 슈퍼 패미컴의 부족한 3D 연산 능력을 보조하기 위한 일종의 제 2의 CPU 역할을 하는 칩이었다. 이 칩을 활용해 <둠>, <슈퍼 마리오 월드 2 요시 아일랜드>, <스턴트 레이스 FX>, <스타폭스>등의 게임의 슈퍼 패미컴 개발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슈퍼 FX이외에도 "DSP 시리즈" (파일럿윙즈, 슈마카), "SA1"(별의 커비 슈퍼 디럭스, 슈마알), "CX4" (록맨 X 시리즈)등의 다양한 칩들이 개발되어 슈퍼 패미컴용 게임 라이브러리를 더 다채롭게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 "연산 보조용 특수칩"의 개발은 현대에도 여전히 많은 노력을 들이면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작년 (2025년) 슈퍼 패미컴용으로 새롭게 제작된 <둠>의 바리에이션은 "FX3"라는 전용 특수칩을 개발자가 따로 새롭게 개발 (정확히는 기존 Super FX칩을 크게 확장)해, 본래 슈퍼 패미컴에선 불가능했던 수준의 3D 가속 능력과 추가 롬 용량 데이터등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칩이 "리미티드 런"에 의해 제작되었고, 실제로 나온 카트리지를 사용하면 실기에서도 그 강력한 연산 능력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오늘의 주제인 "MSU-1" 이야기다. 이 슈퍼 패미컴용 특수 연산칩은 2010년, 故 byuu라는 개발자 (본명 데이비드 커크 긴더, 2021년 작고)가 "만약 90년대 당시 닌텐도가 실제로 슈퍼 패미컴용 CD 애드온 모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아마 이런 물건이 아니었을까?"를 상상해서 직접 개발한 물건이다. MSU-1의 주요 기능은 아래와 같았다. 1. 최대 4GB의 게임 데이터 사용 가능 (본래 SFC의 실제 게임 용량은 맥시멈 6MB. CD도 본래는 700MB 정도이니, 어찌보면 CD 6장에 가까운 용량을 구현한 셈이다.) 2. 풀 모션 비디오 (FMV) 영상 재생기능 (실제 영상 재생이라기보단 타일 스트리밍) 3. CD 퀄리티 음원 재생 전부, 당대에 슈퍼 패미컴 CD 애드온이 있었다면 가능했을법한 기능들이다. MSU-1의 기능들은 기존에 있던 슈퍼 패미컴용 게임에 일종의 애드온이나 모드질의 형태로 적용이 가능했다. 다양한 CD 퀄리티 음원 파일을 롬 파일과 함께 묶고 모드질을 하면, 본래 게임이 재생해야 할 칩튠 음악보다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운 음원을 제공하는게 일반적인 형태였고- <크로노 트리거> 슈퍼 패미컴판같은 게임들은 PS1 버전에 추가로 수록되었던 FMV 컷씬 시퀀스를 슈퍼 패미컴판에 적용시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 칩은 "실제로 개발은 되었지만 실물 칩의 형태로 제조되어 실제 게임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연산 반도체의 제작 단가는 굉장히 높고, 대량생산해 쓸 곳은 마땅히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 (실제 설계 역시, ASIC 칩의 청사진이라기보단 가상 메모리 맵 규격에 가깝긴 하다.) 2010년 개발 이후 오랜 기간동안 이 MSU-1 연산칩은 "분명 존재는 하지만 상상속의 물건"처럼, 에뮬레이터에서나 구현이 될 뿐이었다. (MSU-1의 FMV 비디오 플레이백 기능을 적극 활용해 슈퍼 패미컴용 홈브류 게임으로 개발된 "슈퍼 로드 블라스터"의 플레이 화면. 실제 슈퍼 패미컴 화면이다.) 이걸 실기로 즐기는 방법은 MSU-1이 첫 개발되고 한동안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실물 칩이 제작된 적이 없으니, 이 칩을 쓰는 게임을 실기에서 구동하고 싶어도 구동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그러나, 이 칩의 가능성을 보고 실기에서의 MSU-1 구동을 목표로 개발하는 또다른 엔지니어, ikari가 있었다. ikari는 2009년부터 시작된 오픈소스 슈퍼 패미컴용 플래시 드라이브 (SD 카드에 롬 파일을 집어넣어 카트리지를 통해 구동하는 물건, 일종의 R4같은 것) "SD2SNES"를 개발하던 인물이었는데, 슈퍼 패미컴의 다양한 특수칩을 이 플래시드라이브에서 구동하기 위해 "FPGA" 라는, 하드웨어 모방에 특화된 특수한 연산칩을 카트리지에 넣었고 이 FPGA를 통해 MSU-1칩의 기능을 구현하고자 했다. 2011년 첫 실물 제품 출시 시점부터 MSU-1칩의 실기 적용을 엔지니어링하던 ikari는 무려 6년이 지난 2017년 5월 펌웨어 1.7에 와서야 MSU-1의 기능들을 전부 제대로 구동시키는데 성공한다. (이 "SD2SNES" 프로젝트는 이후 펌웨어만 오픈 소스로 남고, 하드웨어는 "에버드라이브"로 유명한 우크라이나의 Krikzz와 협력하는 형태가 되며 클로즈드 소스 프로젝트가 된다. 상표권 문제로 최근에는 이름을 "FXPak Pro"로 바꿨다.) 아무튼, 2017년 5월이 되어서야 실제 기기에서 구동이 가능해진 MSU-1 칩, 실제로는 어디에 쓰였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예시는 다름 아닌 "BS 젤다의 전설"이다. "BS 젤다의 전설"은 본래 1995~1996년 슈퍼 패미컴의 "위성 방송을 통한 게임 수신 유닛"인 "사테라뷰"로 출시된 게임이었다. 패미컴용 "젤다의 전설"의 리메이크작 "BS 젤다의 전설"과 "신들의 트라이포스"의 스핀오프 겸 후속작 "BS 젤다의 전설 고대의 석판"으로 구성된 이 두 게임은, 방송 당시 상당히 재미있는 기능들을 몇가지 내장하고 있었다. 1. BGM으로 일반 음악 대신, 오케스트라 버전의 반주를 방송을 통해 송출했다는점 2. 게임 중간중간 내레이터가 실시간으로 대본을 낭독하며 방송을 송출했고, 그 방송에 맞춰서 부가적인 기능 (갑작스런 파워업, 체력회복등)이 게임에 적용되었다는점 3. 시간 제한이 적용되어 일주일간 정해진 시간대에만 플레이가 가능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과제를 (내레이터의 방송에 맞춰) 진행해야 했다는 점 당대의 일본 닌텐도 덕후들은 직접 듣고 받아적으며 전체 방송 대본의 복사본을 완성했고, 당시 방송을 통해 다운로드된 소프트웨어를 보관해두고 있었으며, 심지어 영상 자료로도 몇가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에 따라, "방송 송출이 영구히 중단되었고, 이후로 단 한번도 재방송이나 재발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 환상의 게임들"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는 수십년전부터 꽤 오래 계속되었다. 결국 미국의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게임을 복원해내는데 성공했고, 대본을 영어로 완역하여 모든 나레이션을 재더빙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음악은 실제로 방송 당시 송신되었던, 과거 발매된 젤다의 전설 오케스트라 음원 CD의 것을 가져다 썼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저 영문 복원판에 오케스트라 음원, 나레이션 더빙 음원을 전부 하나로 묶어, "MSU-1" 구동칩을 동원하면 사테라뷰가 없는 일반 슈퍼 패미컴에서도 이론상 이 환상의 게임을 구동하는것이 가능했다. (SD2SNES / FXPak Pro를 이용해 실제 슈퍼 패미컴에서 "BS 젤다의 전설 고대의 석판"을 구동하는 모습. 필자 역시, 소장중인 FXPak Pro를 이용해 MSU-1 풀 더빙 BS 젤다의 전설을 한시간정도 실기로 플레이해보았다.) 그렇게 결국, 20년 전 위성 방송을 통해서만 송출되어 영구히 묻힐 수 있었던 이 게임은 한 엔지니어의 "슈퍼 패미컴 CD의 이론적인 특수칩 구현 프로젝트"와 실력있는 다른 엔지니어들의 "FPGA를 활용한 완벽한 슈퍼 패미컴 카트리지 제작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피땀섞인 노력 끝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비단 에뮬레이터를 활용한 방식이 아니라, 실제 하드웨어를 통해 구동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mY92viANS0 (BS 젤다의 전설의 플레이 화면. 음악과 나레이션은 모두 MSU-1 칩이 아니었으면 구현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XupKJzDbag (처참한 음악 퀄리티로 유명한 닌자 용검전 토모에/Ninja Gaiden Trilogy의 음원을 MSU-1을 활용해 개선시킨 버전. 이처럼, 이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칩 하나가 게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이 처럼, 레트로 게임에는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 가끔은 이런 천재적인 인물 하나가 오래된 게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잊혀질수도 있던 게임의 복원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상 속에서 태어난 하드웨어 규격이 현실의 게임 보존에 기여한 사례는 게임 역사에서도 매우 드물다.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게임 업계 전체가 큰 위협에 직면해있고, 게임의 보존과 복원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는 시대에,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은 일이다. 출처: 닌텐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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