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달라진 세계관 2
저는 이재명 정부 초기에, 그러니까 그(!) 멸칭이 나오기 전부터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현란한 속도로 정부가 일을 몰아치던 즈음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보다 잘 할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러다 자칫 그 전의 문재인 정부와도 비교가 되겠는데?
그리고 제 주변의 또래들로부터 "이재명 정부 일 하는 거 보니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일을 못 했는지 느껴진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뉴이재명도 아니었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들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민주당 출신 정부가 일을 이다지도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감격해 하는 정서들도 있습니다.
당연히도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급으로 평가받을 일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실패한 정부였다는 표현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퇴임 무렵까지 50% 넘는 안정적 지지를 받던 정부였습니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이 전지구를 덮쳤던 시기,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안정적으로 또 모범적으로 방역에 성공해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끝내 결실을 거두지 못했지만 평창 올림픽으로부터 시작했던 남북 평화 정착의 노력도 그 시도 자체로 담대하고 훌륭한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또한 답답함과 아쉬움이 없던 게 아닙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윤석열이라는 괴물이 정부를 숙주로 삼아 몸집을 불리는 동안 무기력해 보일만큼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죠. 임대사업자들만 양산했을 뿐 결국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도 실패한 정책에 들어갑니다. 소득주도성장도 심각한 아마추어리즘의 산물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당시 정부의 '코어'부터가 '일을 잘 하는 세력'이었다기보다는 '말을 잘 하는 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그 바람에 여러 일들에서 변죽을 울리기는 했으나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가령 86 운동권 세대, 그 중에서도 특히 임종석과 이인영 등 주사파 계열의 리더들이 주축을 이루었죠. 대안을 연구하고 만들기보다는 대항하고 저항하는 데 특화됐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각자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동안 무슨 뚜렷한 성과를 냈는지, 저는 알기 어렵습니다.
유능한 헌법학자이자 교수였던 조국 역시, 유수의 논문으로는 스스로를 증명해 보였을지 몰라도 실제로 어떠한 일을 통해 성과를 냈던 사람은 아니었죠. 그의 정의감이나 선의와는 별개로, 민정수석으로서 그가 남긴 것은 윤석열을 제대로 검증해 내지 못하고 그래서 그가 검찰총장이라는 칼을 손아귀에 쥐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일 겁니다. 김태우 같은 양아치들이 설치고 다닌 것 역시, 조직 관리자로서 조국의 한계를 드러내는 방증이겠고요. 소주성을 추진한 것도 진보 성향의 경제 학자 출신들이었죠. 실물경제보다는 이상론을 구축한 책상물림들에게 국가 경제를 맡긴 셈이었습니다.
주로 비판만 하던 사람들, 이론에 특화된 학자들을 정부의 중요한 업무 전면에 포진했다가, 유의미했을지언정 시도에 머무르고 만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멸칭'의 배경에는 이런 배경도 적잖게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물론 저는 진영을 막론하고 건강하게 '토론'을 할라치면 멸칭을 삼가야 한다는 쪽이긴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1년동안 민주 정부도 이렇게 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경제도 진보 성향 정부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이후 민주 정부는 더욱 다양한 가치를 향해 더 힘 있게 '진보'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저는 이재명이 5.18을 폄훼하거나 날치기 개헌을 해서 재집권을 도모하거나 군경을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하지 않는한, 임기를 마칠 때까지 굳건히 지지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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