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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었음 청년', 누군가에겐 달콤한 유예, 누군가엔 잔혹한 단절
쉬었음 청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게으르다는 꼬리표부터 떠올리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요즘 일자리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쉬었음 청년은 공식 통계 용어입니다
일할 의지와 구직 활동 자체를 멈춘 상태를 말하고
이력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분들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것을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보면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반복된 탈락과 무기력함,
건강상의 어려움처럼 개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사정을 이해하는 것과
모든 청년에게 쉬었음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기간을 쉰다고 해도 그 시간을 버티는 힘과
이후 복귀 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가정의 자산과 인맥 등에 따라 전혀 다르게 갈리거든요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쉬었음이라고 하는 휴식? 쉬는? 시간이 비교적 안전한 유예기간이 됩니다
생활이 유지되고 공백을 설명할 연결고리나
다시 들어갈 통로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반대로 기반이 약한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에서
긴 공백은 유예가 아니라 단절이 되기 쉽습니다
수입이 끊기면 생활비 압박이 곧장 시작되고
공백이 길어질수록 이력서의 빈칸은 더 무겁게 작용하며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폭은 오히려 좁아지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비용의 차이를 외면한 채 남들도 쉬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판단하면
그 부담은 결국 본인과 가족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흔히 대한민국 상위 10%면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 가구 순자산 상위 10%는 12억에서 13억 수준이고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실제로 공백기를 버틸 현금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상위 5%도 20억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공백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만큼
현금 흐름이 넉넉한 가구는 훨씬 좁은 범위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평균 순자산은 5억 안팎이고
중위값이 3억에서 4억대인 구조적 현실에서
대다수는 긴 공백을 무리 없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쉬지 말고 아무 일자리나 잡으라는 취지는 아닙니다
쉬어야 한다면 기간과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그 안에서 건강을 회복하거나 다음 준비를 쌓는 식으로 공백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력이 부족하다면 완벽한 일자리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일단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다음 기회를 모색하는 편이 이후 선택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제 주변을 보면 여유가 있어
자발적으로 쉬었음 청년이 되어
게임을 하고
여가 시간을 보내며
이성친구들과 재미있게 인생을 즐기는 20대들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재개발 조합원이 되어
이른 나이에 자산을 가진 채
비교적 마음 편히 쉬었음 청년인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면
같은 나이에도 생활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쉬었음 청년이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우리의 현실이고
어느 한쪽만으로 청년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청년 개인에게 죄를 묻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기성세대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해법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 분명히 있고
그 점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로 청년들의 월세나 생활비나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결국 일을 통해 풀어야 합니다
공사장이나 공장, 택배 배달, 음식 배달 같은 일을 하라는 식의
노인네 같은 훈계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라도
다시 움직이고 시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적당히 쉬었다면
쉬었음 청년 생활은 청산하고
이제는 일하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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