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최희암 감독 기억하시죠?

ㄴㄴ· 2026.07.18 09:13· 조회 256
-스타 출신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명감독이 된 그런 면도 있습니까?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선수와 달리 노력형인 선수는 타고난 재능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비범한 실력을 쌓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죠. 반면 타고난 선수는 노력 없이 그 경지에 이르렀기에 농구를 잘 못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해요. 그런 점에서 재능 없는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는 데 유리한 점도 있죠.” 그는 노력형 지도자의 약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은 선수들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존경심이 아무래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때 그때 주어진 역할을 남보다 끈기 있게 좀 열심히 했을 뿐이죠.” ‘코트의 마법사’ 최희암 전 연세대 농구부 감독은 “지기 싫어 이런 저런 노력을 많이 했지만, 운도 따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일단 해 봐야 운도 따릅니다. 훈련도, 선수 스카우트도 기다리지 않고 행동에 옮겨야 좋은 운이 따르죠.” 최 감독은 90년대 연세대 농구부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 시절 모교 농구부는 실업팀, 대학팀을 망라한 농구대잔치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특히 1993년-1994년 시즌 우승은 대학팀 최초의 농구대잔치 우승 기록이다. 서장훈·문경은·우지원·이상민·김훈 선수 등 ‘독수리 5형제’가 당시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는 모교 농구부의 신화를 만든 명감독이지만 스타 선수 출신은 아니다. 모교 체육교육학과 재학 시절부터 74학번 두 동기인 ‘불멸의 가드’ 박수교와 고교 시절 최고의 센터였던 신선우의 그늘에 있었다. 실업 농구에 진출해서도 그는 빛을 보지 못했다. 선수 시절 내내 국가대표팀에 뽑히지도 못했다. 농구부였던 휘문중 1학년 때 신장이 168cm였던 그는 그 후로 10cm밖에 더 자라지 않았다. 선수 시절 그의 별명은 '아카징키'(빨간약을 뜻하는 일본어)였다. 부상을 당해 다쳐도 빨간약 즉 머큐로크롬만 바르고 코트로 돌아갔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모교 농구부 최장수 감독이다. 17년 간 감독을 했지만 1986년 봄 코치로 부임했을 땐 후임 감독이 올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맡은 감독 대행이었다. -스타 출신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명감독이 된 그런 면도 있습니까?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선수와 달리 노력형인 선수는 타고난 재능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비범한 실력을 쌓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죠. 반면 타고난 선수는 노력 없이 그 경지에 이르렀기에 농구를 잘 못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해요. 그런 점에서 재능 없는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는 데 유리한 점도 있죠.” 그는 노력형 지도자의 약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뛰어난 선수 출신이 아닌 감독은 선수들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존경심이 아무래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시절 경기장에서 정장 차림을 한 것도 스타 출신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일종의 자기 연출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이 점퍼 차림이면 좀 초라해 보이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벤치가 약하다고 느낄 수 있죠. 실력 발휘에 지장이 없도록 벤치가 좀 든든해 보였으면 해서 양복을 입었어요. 그랬더니 운동 선수가 구두 신고 양복 입었다고 말들을 하더라고요. 연대 농구부 성적이 좋으니까 나중엔 다른 감독들이 따라했습니다만.” 감독 시절 늦깎이로 담배를 배운 것도 초조해 하는 모습을 선수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휘문고 농구부 주장 출신이지만 연대에 진학할 때 스카웃이 안 돼 입학시험을 봤다면서요? “운이 좋았죠. 우연히 마주친 휘문중 시절 농구부 친구가 연대 응시원서를 두 장 샀다면서 한 장 주더라고요. 원서 살 돈도 없었기에 잘됐다 싶었어요. 실기시험도 있는 체육교육과를 지원했습니다.” 그는 그 시절 농구 특기생 자원이 시험을 보고 입학한 예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모교 감독 시절 그는 선수들에게 수업에 들어가라고 얘기했다. “수업을 못 따라가더라도 수재인 연세대 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면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죠, 운동선수들은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일종의 학습 능력이죠. 특히 농구 선수들은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합니다.” 그는 우리나라 구기 종목이 요즘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부진한 건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력 저하는 선수들이 합숙소에서 공동생활하면서 하는 훈련을 정책적으로 못하게 하는 탓이 가장 커요. 다음으로 대학 입시 때 체육교사 뽑듯이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입니다. 농구 선수가 골 잘 넣으면 되지, 100미터를 몇 초에 뛰느냐가 뭐가 중요합니까? 운동 선수는 기량으로 경쟁하는 기능인이예요. 지금의 선발 시스템 하에서는 김연아도, 문경은도 대학에 못 가요.” 그는 공청회를 열어서라도 엘리트 스포츠 교육 정책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구 감독 시절의 대표적인 경기 전략이 뭔가요? “최상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입니다. 공격력이 뛰어나 속공을 하면 상대 팀이 수비할 틈이 없어요. 속공을 하면 수비하기도 훨씬 수월하죠. 감독을 맡은 후 처음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했는데 성과가 안나 그 후 공격 농구로 전환했습니다. 또 공격을 잘하려면 체력 훈련을 강도 높게 해야 합니다.” 그는 이런 공격 농구 전략을 88올림픽 당시 자원봉사단원으로 농구장에서 전 경기를 지켜보면서 체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훈련은 스파르타식으로 혹독하게 했지만 경기장에서는 선수들을 편하게 대했다. “선수들에게 경기장은 일종의 발표회장인데 발표회에 나간 학생들이 교사에게 지적을 받으면 위축되기 때문이었죠. 경기장에선 선수의 실수를 덮어줘야 창의력 있는 경기를 펼쳐요.” 이런 용병술 탓에 그는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프로팀 울산 모비스 오토몬스(현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감독을 거쳐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감독을 지냈다. 그 후 전자랜드의 관계사인 고려용접봉으로 옮겨 공동대표를 지냈고 현재 부회장으로 있다. -농구 감독을 하신 게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됩니까? “감독 시절의 지명도가 기업인으로서의 신뢰도의 바탕이 됐습니다. 과거 선수들에게 ‘팬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는데 기업의 고객 마인드와 통하는 얘기죠. 기업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사가 만들기 쉬운 물건을 만들려 들어요. 그런가 하면 제가 잘 몰라서 잘 못해도 운동선수 출신이다 보니 그냥 넘어갔고, 뭐 하나 잘하면 선수 출신이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며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는 “감독의 경우 권한을 부여받고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떠나는 게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비정규직으로 2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룰에 걸려 감독을 못 자릅니다.” -감독으로 성공한 후 주변에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어느 분야나 일을 잘해도 구성원의 51%는 성원하고 49%는 견제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았어요. 당시엔 감독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렇게 일한 결과 친구도 별로 없고 가족에게도 제대로 못한 거 같아요. 어쩌면 좀 유명해졌다고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감독만 했기에 그나마 농구 감독으로서 명맥을 유지했는지도 모르죠.” 그가 감독을 맡은 울산 모비스 오토몬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전임 감독이 모교 농구부 동기인 박수교 감독이었다. 두 구단의 성적이 안 좋아 그가 후임으로 갔다. “굉장히 친했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악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묘한 인연이 됐죠. 선수로서는 박 감독이 훨씬 잘나갔고 대표선수도 한 10년 했어요.” 선수로서의 역량과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서로 다른 영역인지도 모른다. -연세대 재학 시절 흑역사 같은 게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많죠. 한 번은 여자 친구가 농구 경기를 보러 왔는데 정작 저는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우리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주장 형한테 게임을 좀 뛰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주장이 코치에게 얘기해 3~4분 뛴 일이 있어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뭘 하시겠습니까? “키가 좀 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국가 대표선수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최 감독은 지난 5월 모교 농구OB회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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