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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우리가 정말 고민해야 할 것
저는 정치권에 특별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당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민주당을 지지하고 당비를 내며 한 표를 행사하는 평범한 당원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이야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쓰는 글도 아님니다. 요즘 당대표 선거를 둘러싸고 여러 주장과 해석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별볼일 없는 민주당 당원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인지 제 생각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정청래와 김민석,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가. 누가 이재명 정부에 더 도움이 되는가. 이른바 ‘명청 갈등’은 실제인가. 당정 관계는 안정되어 있는가. 심지어 이번 전당대회의 구도를 ‘안정적인 당정 관계’와 ‘독자적인 당의 목소리’ 사이의 선택으로 해석하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민석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자신의 주요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정청래 후보는 개혁과 당원주권, 민주당의 독자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공격하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잊기 쉽습니다.
이번 당대표 선거의 본질은 정청래의 성공도, 김민석의 성공도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김민석 후보의 장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김민석 후보는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책과 전략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입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정치·경제의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당정 관계가 필요하고 자신이 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당과 정부 사이의 정책 조율도 원활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 의원들을 결집시켜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국회에서 뒷받침하는 데에도 강점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여기까지는 크게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민하는 지점은 그다음입니다.
대통령 임기는 5년입니다.
정권 초반에는 대통령의 지지율과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고 여당 역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모든 정부가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국정 동력은 약해질 수 있고, 총선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뜻을 가장 빠르게 이해하는 당대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그것은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당대표도 필요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뛰어난 행정가이고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판단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역시 잘못된 정보를 받을 수도 있고, 정책적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으며, 민심의 변화를 늦게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조직에는 반드시 레드팀(Red Team)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만 바라보는 조직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며, 때로는 지도자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조직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당정 관계는 대통령의 판단에 무조건 동의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이른바 ‘명청 갈등’ 논란에 대해 “당은 당의 일을, 청와대는 청와대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과 대통령실이 각각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곧 갈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정청래가 필요한 이유를 생각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청래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당대표가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해야 할 역할을 분명하게 하려는 정치인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거친 표현이 나오기도 했고, 정치적 판단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이나 지방선거 결과 등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있었고, 이것이 ‘명청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일부 친명계 인사들은 이 문제를 정청래 책임론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에서 갈등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갈등이 무엇을 위한 갈등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청래가 지난 대표 임기 동안 강조했던 것은 비교적 일관되어 있습니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당원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 1표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이 정부의 성공을 국회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직후 당원주권정당특위를 구성하고 1인 1표제와 전 당원 투표 상설화를 추진했고, 이후에도 이를 자신의 당대표 공약으로 반복해서 추진했습니다.
동시에 정청래는 공개석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반복해서 자신의 목표로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에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당·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당정청 원팀’을 강조했습니다.
성과 역시 평가할 부분이 있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습니다. 서울 등 일부 핵심 지역에서 패배해 평가가 엇갈렸지만, 전체적인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집권여당의 조직을 이끌고 전국 단위 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것이 정청래에게 제가 기대하는 역할입니다.
대통령을 지키는 방법이 대통령의 모든 판단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대통령이 가지 못하는 길을 당이 먼저 열어야 하고,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기 어려운 문제를 당이 이야기해야 하며, 대통령이 잘못 판단했을 때는 여당 내부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대통령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을 보호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민석 후보를 보면서 제가 우려하는 지점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통령과 당의 일체감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았을 때 과연 필요한 순간에 대통령에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남습니다.
특히 정치인의 미래를 판단할 때 우리는 결국 그가 과거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측으로 이동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김 후보 본인도 이번 경선을 앞두고 당시의 탈당을 ‘오판’이라고 표현하며 다시 사과했습니다.
물론 24년 전의 한 번의 선택만으로 한 정치인의 현재를 모두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김민석 후보 역시 이후 오랜 시간 민주당에서 활동하며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까지 맡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대통령의 권력이 강한 지금보다 대통령의 힘이 약해졌을 때 누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대통령과 일정한 정치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사람이 당대표를 맡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재명 정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청래의 역할은 대통령의 경쟁자가 아닙니다.
이재명 정부의 레드팀이자 민주당의 방파제입니다.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진다면 당대표는 정당을 책임져야 합니다.
정부가 현실적인 정책 판단을 해야 한다면 당은 당원과 지지층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모든 문제에서 같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것이 건강한 당정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음이 있어야 양이 있고, 가속페달이 있다면 브레이크도 있어야 합니다. 브레이크는 자동차가 앞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입니다.
이재명 정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재명 정부를 끝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당대표인가”
여야 합니다.
저의 답은 정청래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택을 하는 당원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민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정청래를 선택할 수도 있고, 송영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당원에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제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입니다.
누군가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당대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누군가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되어서도 안 됩니다.
대통령의 의중을 추측해 당원의 선택을 유도해서도 안 됩니다.
민주당의 대표는 대통령이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주당 당원이 선택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강한 대통령 옆에 또 하나의 강한 권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강한 대통령에게 필요할 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한 정당이 필요합니다.
저는 정청래가 바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당대표 선거의 결과가 어떻든 민주당이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의 원칙을 지키는 것.
당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
민주적인 절차를 지키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민주당의 동료로 인정하는 것.
이 원칙과 문화가 훼손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특정 후보의 승리보다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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