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블루아카)스포) 데카그라마톤은 미스터리 추리물이자 재난물이다.

· 2026.07.04 16:06· 조회 11
밤중에 잠은 안 오고 해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자 헛소리임. 다들 잘 알다시피 데카그라마톤 편은 원래 외전이었다가 메인스토리로 편입되지만 그럼에도 극장판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 그래서 다들 이야기하지만 메시지적으로나 진행이라던가 기존 메인스토리와는 살짝 이질적인 부분이 존재함. 그 중에서 업데이트 주기가 늘어지고, 메인스토리에 해당했던 붉은겨울 편이 빠지면서 이야기의 핵심 중 하나였을 티페레트 이야기가 날아간 게 게임 외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이질적인 부분이라면, 기승전결이라는 기본 구조를 깔아두고 진행되던 기존의 메인스토리와는 다르게 데카그라마톤은 시작부터가 정보수집과 추적임. 당연히 이야기는 정보의 획득과 그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루지 그것에 대한 특별한 발단-전개-절정-위기가 존재할 수 없음. 나는 이게 데카그라마톤처럼 스케일 큰 위기에 왜 밀레니엄의 몇몇 학생만 대처할 수밖에 없었는가의 원인이라 생각함. 데카그라마톤이 자판기였다는 걸 알고 난후, 자판기가 남긴 유언 비스무리한 걸로 다음 예언자들을 추적하고, 그러다 게부라를 발견하고, 그러다 빙해를 가게 되고. 빙해를 갔더니 웬 흰 꼬맹이들 세명이 나오고, 거기에 예전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무명사제의 배리어를 발견하고 등등등.... 처음부터 완전히 전투를 상정한 게 아니라 조사와 해석을 주 목적으로 하는 여정이었다보니 선생은 물론 초현상특무부를 포함한 모두가 몰랐던 거임. 이게 세계멸망급의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 여기서' 싸워야만 되는 상황이 될 줄을 몰랐던 거지. 게임개발부를 불러오기 직전에 선생이 한 독백이 '가능성 때문에 학생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 안된다' 이런 거였다는 것도. 위기이긴 하지만 당장 대처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시간여유는 있다 라는 인식 때문이었으니까. 아마 선생은 게임개발부, 특히 아리스를 불러서 다차원 배리어를 해제하는 것까지만 시켜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배리어 해제하려니까 케이 살려야 하네? 케이 살렸더니 갑자기 데카가키들이 나타나서 이런 소리를 하네? 여기가 장르가 변화된 기점이지. 추리물에서 재난물로. 지질학자가 화산 활동이 심상치 않다고 해서 조사하러 갔더니 3일 뒤에 터지니까 다 도망쳐야 한다, 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은 거지. 여기서 난 아주 어릴 때 봤던 재난영화가 떠오르더라고. (이건 7일 정도 여유가 있던 걸로 나오지만 결국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함.) 이제 선생과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음. (개인적으로 여기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아니면 데카가키들의 방해라던가.) 어쨌든 이런 면들을 모아서 보면 데카그라마톤 스토리는 최종장과는 전개도 그 대응법도 아주 판이했다고 볼 수 있음. 세계멸망을 막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면전일 수가 없는 이야기라는 거지. 일종의 소방관이나 구조대, 폭탄처리반 등이 활약하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할까. 다만 사람들의 기대는 나도 동일하게 했기 때문에(조금 더 많은 인력이 더 다양하고 화려하게 날뛰는) 호불호는 이해가 감. 하지만 데카그라마톤 스토리가 블루아카이브답지 않다거나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장르가 달랐던 거지. 정리하자면 데카그라마톤 1, 2장은 추리물로 소설. 3장은 재난물로 극장판이라는 평가가 어울린다는 게 내 결론임. 시간되면 나중에 1, 2, 3장 한 번 스토리만 쭉 읽어보는 걸 추천함. 생각보다 이야기가 쭉 이어지면서 재탕이라는 느낌이 안 들게 훨씬 재밌게 읽을 수 있음. 선생의 경우도 캐붕이 잘 안 느껴지고, 특히 데카가키들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부분도 잘 보이게 됨. 정말 라이브서비스 게임이라는 게 아쉬운 건 이런 때임. 업데이트 주기가 길어질 수록 스토리 호흡이 뚝뚝 끊어진단 말이지. 현재 시장을 점유한 중국 대형 겜들처럼 대량의 리소스를 한 번에 퍼부을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니까 더 아쉬움. 그래도 아리스와 케이가 일종의 치트키에서 일반학생으로 내려간 시점에서 1.5부가 끝나고, 그 이후 2부를 전개하는 건 분명 무명사제가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라 기대중임. 나이 먹고 나서는 어떤 이야기의 단점을 찾아내는 것보다 장점에만 집중해서 즐기자는 게 내 모토가 되어버려서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어쨌든 난 재밌었다는 거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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