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그냥 후지산 일출보러 떠난 여행 - 1, 2
반갑다 일갤럼들아
본인은 바보같이 7월 23일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해서 24 ~ 25일 후지산 등반하고 26일에 귀국 했다.
또 다른 후지산 정복을 노리는 갤럼이 있다면, 나 같이 도쿄로 가지 말고, 시즈오카로 바로 가길 추천한다.
그게 훨씬 싸고 시간도 절약되고 여튼 다 좋다.
나는 그걸 몰라서 도쿄행 티켓을 끊어버렸다.
옛날에 충동적으로 몽골행 오토바이 여행 한거 마냥 이번 후지산 여행도 충동적으로 '아 후지산 따야겠다' 싶어서 바로 티켓을 끊어버린 자의 말로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문제는 예전 몽골 바이크 여행은 나 혼자 했지만 이번 여행은 죄 없는 후배 까지 끌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솔직히 예전에 도쿄로 교육 조교 파견 간 적이 있어서 이 동네는 나름 익숙한 편이었다.
그래서 도쿄 왔을때 '머하지....' 하다가, 같이 간 후배가 "근처에 푸키몬 센타 있다는데 가시죠' 해서 푸-키먼 보고 옴
센터 가니까 형형색색 독개구리같은 서양인들 엄청 많더라.
문제는 푸-키먼 센터는 아무리 밍기적 거려도 1시간 밖에 볼 것이 없었고 (대부분 굿즈만 파는데다가 문제는 나는 3세대에서, 내 후배는 2세대에서 포켓몬 업데이트가 끊겼다.)
아직 오전인 데다가 심지어 망할 후지노미야로 가는 버스는 6시 경에 출발이었던 것이다. (산장 예약 이슈 때문에 후지노미야 루트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도쿄역 근처에 미술관 있길래 거기로 감.
어쨌든 이름도 가물가물한 미술관에 갔는데, 이 철망으로 된 소파가 개 쩔었다.
적당히 유연하고, 통기성 지리고, 시원한 데다가, 묘하게 인체공학적이라 엄청 편한 쇼파였다. 언젠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저런 쇼파를 사서 즐겨야지.
그리고 기대도 안했건만,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그림이 걸려 있어서 이 그림만 한 30분 멍때리면서 구경했었다.
어찌됐든 저찌됐든 겨우 겨우 오후 6시 까지 시간을 때우는데 성공하였고, 후지노미야행 버스에 타서 9시경 숙소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1일차가 끝남.
2일차. 숙소에서 후지산을 바라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도쿄에서 카와구치코로 마실을 갔을때도 후지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비싼 산이 아닐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면 올라가 버리면 될 일 아니겠나, 바로 10시 40분경 출발하는 후지산 행 버스표 2개를 구매했다.
참고로 시간표는 다음과 같다.
어쨌든 버스를 타고 후지노미야 5합목 (2400m) 까지 올라갔다.
버스는 2400m 까지 나와 내 후배를 태워줬다.
초목이 울창해지며 어느새 구름속으로 들어갈때, 이제 정말로 후지산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5합목에서 인증 스탬프 하나 찍어줌.
그렇게 대충 2600~2700m에 위치한 6합목까지 올라가 주자.
6합목 까지는 동네 뒷산 산책하는 느낌도 나고 정말로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심지어 화장실도 공짜다!
6합목을 뒤로하고, 신(新) 7합목으로 올라간다.
아직까지는 경사도 완만한 편이고, 군데군데 풀떼기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신 7합목에는 편하게도 돌계단 까지 있다.
이제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후지산 등반이 시작된다 보아도 무방하다.
스탬프도 하나 더 찍어주자.
긴 나무 막대가 아니라, 귀국을 위해 짧은 나무 막대를 사서 후지노미야루트 : 5 - 7 - 9합목 - 정상 - 요시다 루트 8합목 의 스탬프만 찍을 예정이었다.
그거밖에 공간 안 나올거 같기도 하고 돈 아깝기도 했음.
신 7합목 에서의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계속 올라가주자.
슬슬 식생이 변하기 시작하고
내 후배는 고산병이 조금씩 오기 시작함.
구름의 높이와 내 눈높이가 점점 엇비슷해지기 시작한다.
신 7합목을 뒤로 하고 구 7합목 도달. 여기서 부터 3000m 대에 진입한다.
후배는 고산병이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하고, 나는 그 옆에서 음료수와 달달한 떡 하나 사서 까먹고 있었다. 개맛있더라.
구 7합목을 나서면서, 구름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고, 초목 또한 듬성해지기 시작한다.
후배가 한컷 찍어줌.
참고로 나와 내 후배는 각각 등 뒤에 8 ~ 9kg 정도의 짐을 지고 있었는데
후지노미야 루트 ~ 정상 ~ 요시다 루트의 후지산 횡단을 기획하였기에 모든 짐을 바리바리 다 싸들고 등산을 해서 그렇다.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8합목 도착.
구 7합목 부터 화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듯이 급격하게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후배는 고산병으로 머리가 돌아버리기 직전이여서 그냥 나 혼자 뛰어올라 왔다.
알아서 올라오더라. 네 걸음 딛고 헉헉 하고 다시 네 걸음 딛고 쉬어도 결국은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나는 후배 기다리며 8합목에서 에너지바 하나 까먹었다. 맛있다.
후배도 얼추 쉰것 같으니 9합목으로 출발한다.
나는 9합목에 산장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경사는 더더욱 가팔라지기 시작하고, 슬슬 한 명씩 고산병으로 리타이어 하기 시작한다.
기합찬 후배는 고산병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어떻게든 올라갔다.
나는 고산병 안와서 후배 쉴때마다 옆에서 트월킹 춤.
어쨌든 그렇게 8합목을 뒤로하고 계속 올라가다 보면
금세 9합목이 보인다.
경사가 더욱 가팔라져서 얼마 안가도 바로 9합목이 보임.
9합목 뒤로 정상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어쨌든 9합목 도착.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야마탄에서 예약한 정보를 스탭에게 알려주니, 숙소로 안내하는데 숙소가 참 기합찼다.
저 위쪽 구석탱이에서 군대 수용소마냥 4명이 자야하는 것이다.
- 그냥 후지산 일출 보러 떠난 여행 - 2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okanto&no=856628
~~ 1편에서 이어짐
어쨌든 기합찬 상태의 숙소를 뒤로하고 그냥 경치나 즐기며 후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죽진 않았겠지
그리고 3걸음 - 헉헉 - 3걸음 - 헉헉 하면서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죽진 않았으니 좋았쓰
9합목에 올라오니 구름들이 내 발밑에 있는게 풍경이 참 좋았다.
후배가 드디어 9합목에 도착했을때, 벙크 베드라고도 부르기 힘든 방에 후배의 짐을 풀고, 예약해둔 저녘을 먹음
그냥 레토르트 카레 돌려서 내준 밥이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진짜
그리고, 산장에서 한국인 부자(父子)를 만나서, 술과 안주를 주문하여 담소를 나누었다.
후배한테는 술 먹이면 안됐다. 그날 밤 고산병 더 심해짐.
어쨌든 다먹고, 저녘 6시에 배정된 잠자리에 들어가 어떻게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참 잠을 청하기가 힘든것이, 몸도 다 못펴는 작은 공간에 주변에서의 소음과 마치 군대 화스트페이스 걸렸을때 꾀죄죄한 상태 그대로 잠을 청하는 그 느낌때문에 그냥 눈 감고 명상하며 휴식만 취할 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다음날 새벽 1시. 일출을 보기 위하여 나와 내 후배는 발걸음을 옮겼다.
후지산의 하늘에는 별이 참 많았다. 헤드 램프를 끄고 30초간 다시 눈을 암순응 시킨뒤, 하늘을 올려다보면 은하수 마저 어렴풋이 보이는듯 했다.
더더욱 가파른 경사를 지나, 수많은 헤드램프로 이루어진 인파의 길을 짚어 나가다 보면은 9.5합목에 도착한다.
후배는 이미 탈진 직전이다.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보니, 수많은 인파가 후지산의 정상을 향해 그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다 보면
(이번에는 진짜로 방심했다가 후배 고산병으로 굴러떨어져 죽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같이 페이스 맞추면서 감)
정상에 도착한다.
무슨 정상에 마을이 하나 있는거 같음.
3시 30분. 천천히 햇살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바람은 엄청나게 불며, 기온도 쌀쌀하기에 체온을 굉장히 빨리 뺏어가더라.
4시 경. 햇빛이 별들을 밀어내고, 도심의 불빛이 비교적 약해지기 시작한다.
옆의 뇌우에서는 계속 번개가 이따금씩 불을 밝히고, 나는 얼어 뒤지기 직전이어서 가방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4시 30 분. 점점 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후지산 정상은 전파가 매우 잘 터지길래, 나는 기다리며 관동이외 갤에다가 추워 뒤지겠다고 글을 하나 올린다.
어쨌든 일출을 바라보며 한 컷 찍음.
도저히 반 팔 티셔츠로 못 버티겠더라.
그렇게 그 날도 해가 떴다.
정말 운이 좋은것이, 오르는 첫날에는 후지산에 운해가 가득 끼어있었으나, 일출을 보는 둘째날에는 운해가 맑게 개어있었다.
도시와 바다, 그리고 낮게 깔린 구름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분화구도 한 컷 찍고. 이제 하산할 차례이다.
후지노미야 루트에서 요시다 루트 까지, 하산만 완료한다면 서쪽에서 동쪽까지 후지산을 횡단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요시다 하산 루트 시작.
이 망할 루트는 무간지옥이었다.
발이 푹푹 빠지며 미끄러지는 화산 모래 지형에다가, 경사도 대충 20도는 나오는것 같고, 끝없는 지그재그길.
군화를 신고 있어서 망정이지, 안일한 신발을 신고 왔다면 미끄러지고, 푹푹빠지며 발은 걸레짝이 되었을거다.
이 내리막길에 스크래치 같이 선이 몇개 횡단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을거다.
젠장할 저게 다 길이고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이었다.
정말 내려가는게 가장 힘들고 지옥같았다.
끝났나.....? 싶으면 망할 8합목 밖에 안왔고
그리고 또 무간지옥에다 무간지옥. 쉴 곳도 없고, 햇빛을 가릴 곳도 없으며, 화장실 또한 없다.
올라갈때는 체력에 아무런 타격이 없었으나, 이 망할 끝없는 지옥같은 내리막길 때문에 내 허벅지와 종아리는 개박살이 나버렸다.
어지간히 내려온 듯 한데 사실 1/2 밖에 내려오지 않았다는 결론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나마 위안이 저기 저 꼭대기가 정상 밑에 9~8합목쯤 되는 언저리 인데,
'망할 우리가 저기서 부터 내려왔다고?' 하는 생각을 위안 삼아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려오면서 야생 사슴도 보고
결국 요시다 5합목에 도착하는데 성공하였다.
정말로 지옥같았다. 거기 스태프들도 표검사 하면서 '아 후지노미야에서 부터 왔어요' 하니까 고생했다고 하더라.
대충 루트는 다음과 같다. 후지노미야구치 고고메(5합목)부터 출발하여 요시다 루트 고고메 까지.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1. 후지산 정상 따기
2. 맑은 날씨의 후지산에서 일출 보기
3. 후지산 횡단
이거 3개 다 완료하고 왔기에 후회는 없었다.
일본에는 후지산에 관한 속담이 있다.
한 번도 후지산을 가지 않은 사람은 바보다. 허나, 두 번 후지산을 가는 사람 또한 바보 병신 새끼이다.
틀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후배와 나는 요시다 루트 5합목에서 오전 10시에 신주쿠 버스터미널로 직행하는 버스표를 구입하여 신주쿠로 갔다.
참고로 해당 버스표는 인터넷에서 예약 구매 하지 않은 이상, 현장에서는 무조건 [현금] 으로만 구매 가능하다.
그리고 다음 일정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우고 신주쿠에 있는 목욕탕에 감.
데루마 온천이라고, 신주쿠 버스터미널에서 17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들어가는데 4800엔인데, 마치 찜질방 테마파크와 같은 느낌의 장소였다.
목욕탕에서 씻고, 좀 지진 뒤, 식당에서 하이볼에 밥먹고, 수면실에서 2시간 동안 시체처럼 잔 뒤, 다시 씻고 길을 나섰다.
개거지 꼴에서 말끔해진 상태로 숙소에 짐을 풀고, 아키하바라에 있는 규가쿠로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규가쿠에서 술 고기 술 고기 술 고기를 무한으로 집어넣었다.
규가쿠 이놈들 김치 잘 담구더라.
그렇게 규가쿠에서 배가 터질때까지 고기와 술을 위장으로 밀어넣고 다시 숙소로 가서 잠을 청했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10시 50분 출발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꽤나 재밌는 여행이었음.
출처: 일본여행 - 관동이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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