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이미지명보당 후기
7월 메뉴 디너로 방문하고 옴
원래 남들 식사하거나 일 중인데 카메라 들이밀기 싫어서 매장 내부사진 잘 안찍는데, 여긴 좀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소믈리에분께 양해 구하고 찍음.
해체 샹들리에같은 저 오브제와 주방을 널찍하게 둘러앉은 바 카운터가 꽤 웅장하고 매력적임
오픈키친인데 막상 내 자리가 저 와인병들이 시선상에 위치하는 자리라, 뭐가 잘 보이진 않는 게 약간의 흠이었음
근데 어차피 일하시는데 쳐다보고 있기도 뭐해서... 크게 개의치 않음
정규 페어링은 7잔인데, 좀 빡세서 5글래스 페어링으로 요청 (15만)
이번 컨셉은 미네랄리티 라고 하심. 과연 모두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와인용어 중 하나... 나에게는 약수터 물 마실때 느껴지는 단단하고 날선 풍미, 차가운 돌 핥는 맛 내지 텍스처 정도로 다가오는데, 어쨌든 페어링한 와인 모두 그런 인상이 존재하긴 했음.
꽤 유명해서 나도 본 적 있는 와인. 출시 당시 오퍼도 받았었는데 너무 기믹같아서 사진 않음. 저 겉면에 말라붙어있는 해양생물 쪼가리들이 뭔가 만지기 싫고...
자몽향이 지배적이고 밝은 산미와 나름 정제된 구조감. 솔직히 해저숙성이 더하는 메리트가 뭔지는 잘 모르겠음. 내 경험과 미각의 한계가 좀 낮아서 그런가 싶음
암튼 맛있긴 하다
첫 스몰바이트는 완두콩 타르트. 이날 나온 거의 모든 코스가 상당히 들어간 재료나 테크닉이 굉장히 많아서 다 기억하진 못하고... 카카오 타르트 쉘에 초리조와 완두콩, 완두 순 등을 이용해 만든 한입거리
카카오 타르트에 완두콩이라 고소하고 달달한 맛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산미가 튀어서 놀람. 좀 진정되고 나면 완두콩의 풋풋한 맛(기분나쁜 풋내는 아님)과 초리조의 염장육 맛이 느껴짐
초리조 맛은 꽤 익숙한데, 이렇게 먹는 방식의 매력은 솔직히 못 느끼겠음ㅠ
존나 새우 타르트
내 기억으론 타르트쉘, 저 랍스터마요 버무린 새우살이랑 위에 크럼블까지 전부 새우가 들어감
당연히 새우맛 진하고 맛있음. 개인적으로 밍글스 새우 구제흐보다 이게 더 다채로워서 좋음
참치 우니 사워도우? 였나
무난하게 맛있음
겨울은 아니지만 호주산 윈터트러플을 사용한 버섯버섯버섯 타르트
스몰 바이트에선 비슷한 류의 감칠맛을 가진 재료를 쌓아서 겹겹이 눌러담는 걸 좋아하시는듯
맛있음. 근데 어디서 많이 먹어본 뉘앙스임. 버섯 크림에 트러플 조합이 워낙 익숙해서...
스몰바이트 끝나고 나온 첫 코스. 메론 세비체
소스는 실제로 단맛이 지배적이고, 비주얼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몰라도 메로나 맛이 남. 아무리 맛있는 밤맛 디저트를 먹어도 바밤바가 상각나는 원리 아닐까...
포도알도 들어있어서 꽤 달아가지고 그냥 먹으면 상당히 물릴 것 같고, 대신 샴페인이랑 잘 어울렸음.
원래 이 코스와 나오는 페어링은 슈냉 블랑인데, 아마 슈냉블랑 특유의 유질감과 메론향이 이 디쉬와 매치되어서 페어링하신 것 같지만 씁쓸함 내지 떫은맛이 극대화되는 요상한 시너지를 느낌. 근데 당연히 같이 드셔보시고 최종 결정하셨을 텐데 내 미각이 이상한 걸수도 있겠지
오히려 처음 나온 스파클링을 일부러 남겨뒀었는데 (페어링 예상하고 남겨둔 건 아니고 그냥 세비체 나온다길래 같이 먹어보고 싶어서) 개인적으론 그게 더 잘 어울림.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단맛을 산미와 기포감 그리고 둥글둥글한 구조감으로 잘 받아줌.
코코차 (kokotxas). 익숙한 이름인데 막상 설명 들어보니 처음 접해보는 재료임. 대구 볼 내지 식도쪽 살이라고 하시더라. 찾아보니까 상당히 귀한 부위 (닭으로 치면 오이스터, 참치로 치면 가마토로 정도의 포지션인듯) 라고 나옴. 바스크 퀴진에서 국룰 조합이라는 필필 소스를 곁들여서 나옴
생선살은 처음엔 부드럽게 부스러지는 듯 하다가 섬유질같은 근육이 굉장히 오래 남아서 지푸라기처럼 씹힘. 소스를 보충해가며 삼킴
7잔 풀 페어링을 시키면 이 시점에서 리슬링이 나오는데 난 5잔짜리로 시켜서, 전 코스에서 남은 슈냉블랑이랑 먹었더니 건조 생선포같은 향이 굉장히 강하게 올라옴. 내가 건어물을 워낙 안 좋아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잘 받아들일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디쉬. 비대중적인 부위를 사용한 것도 그렇고 꽤나 힙스터 식당이라고 느낀 지점이었음. 딱 뉴욕에서 히스패닉 내지 바스크 퀴진 표방하는 힙스터 파다에서 나올 컨셉 같아서
카스고. 기름지고 잘 익었고 저 소스는 레몬밤 같은 느낌인데 산미가 상당함. 완두콩부터 느낀 건데 전반적으로 산미에 꽤 집착하는 인상이고, 소믈리에분도 셰프님이 산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심. 카스고의 고소한 맛과 소스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어느정도 중화를 시켜주지만 그래도 내 입맛엔 좀 셨어... 이게 입맛을 돋구고 상쾌하게 해주는 산미를 넘어서 오히려 입을 피로하게 만드는 지경이었음. 내가 산미에 예민한건가
이날 점심에 카이레이에서 개맛있는 카스고 먹고 가서 더 비교되기도 함
은대구. 밑엔 시금치와 오징어
태국식 옐로커리 같은 향이 진동함
얘도 처음 씹을 땐 부드럽게 바스라지는데 막상 생각한 것보다 오래 씹어야 해서, 코코차 때와 똑같이 소스 보충해가며 먹음
맛은 있는데 메인 급인지는 잘 모르겠고, 진행이 좀 어지럽다
디쉬 이름은 킹크랩과 캐비어인데, 솔직히 저 위에 랍스터튀김만 기억남
지금까지 나온 디쉬들에 비해 상당히 안전빵이고 오랜만에 그냥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맛있음. 이것도 레이어 잔뜩 들어갔겠지만...
아쉽게도 제이피에서 먹은 홍합 리조또, 밍글스의 대하 애호박 리조또보다는 한끗 낮은 만족도였음
알라프리마 두릅 리조또는 어떨지 궁금하네
특이하게도 한우와 함께 피노누아가 나옴. 샹베르탕 같이 강건한 스타일도 아니고 오히려 과실보다도 꽃향이 지배적
메인 한우. 치미추리 같은 소스와 채소가 흩뿌려져 있어서, 모아가지고 한입컷 함. 고기 안에 뭔가 감싸져있다고 들었는데 기억 안 남
밸런스 좋고 맛있는데, 이게 가장 심플하고 흔한 조합이기도 하고 별다른 차별화도 없어서 뭔가 메뉴 구상부터 공을 덜 들인 느낌
이미 취해있는데 술 잘먹는다고 디저트 코스에 서비스로 주신 유자 사케
요거트 아이스크림. 굉장히 산뜻하고 요거트-유자 사케 산미의 연결성이 굉장히 좋음. 요거트야 당연히 발효 유제품이고 사케 자체도 발효+바디감 있는 주질이라 그런가 굉장히 심리스하게 이어짐
전병 아이스크림
포크로 찍을 땐 단단하지만 공기층이 치밀해서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고 진짜 전병같은 맛이 남 (특히 감태맛)
마지막 디저트. 된장 카라멜이었나? 쿰쿰한 감칠맛과 단짠이 좋음
얼그레이 티까지 마시고 마무리
종합적으로 나한텐 너무 어려운 레이어와 조합들이었다...
내가 파다 다니면서 나름 정립한 기준이
1. 원재료 캐릭터 잘 살리면서 부재료들의 활용도 또한 뚜렷하게 느껴짐
2. 익숙한 재료들의 비전형적 조합으로 설득력있고 신선한 시너지를 냄
3. 그냥 아는맛 내지 흔한 조합인데 ㅈㄴ맛있음
이 정도인데 3번이라기엔 엄청 입맛에 맞진 않고, 그렇다고 1번이라기엔 원재료 맛보다 조합이 중점이 되는 듯 한데,
막상 2번을 논하자니 이 수많은 재료들과 테크닉을 직관적으로 그리고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내 지식이나 경험이 너무 딸린다고 느꼈음. 직관도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거라...
그리고 어느 재료 하나가 중점이 되기보단 레이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다보니, 신경 총량 법칙 상 메인이 되어야 할 요소에서 가끔 에너지가 누수되는 느낌도 있음. 대표적으로 생선 익힘인데, 첫입은 맛있는 걸 보면 그냥 재료나 원물 차이인가 싶기도 함. 바짝 구운 생선구이도 저렇게 질기진 않을 텐데, 부위나 생선 특성상 지방이 적고 퍽퍽한가 생각이 듦. 물론 그런 거 고려해서 메뉴 선정하고 점검하는 것도 셰프의 일이지만
코코차처럼 마이너한 재료 사용부터 (치킨 오이스터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부위같음. 모르는 사람이 어딨냐? 하고 꺼드럭대기 전에 여기는 애초에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 모인 갤이란 걸 기억해라) 산미나 스파이스 활용까지, 한국에서 남들 하는 뻔한 거 하기 싫어하는 인상을 받음.
CTBF 당시 헤드였던 라미레즈 쉐프의 "심플함"(실제로 한말)와 달리 복합성을 강조하는 걸 보면 의도된 복잡함이고, 사실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나같은 대중이 느끼기 어렵고 비직관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 듯.
어찌 보면 이해할 사람은 극소수인데, 셰프의 완벽주의 내지 복합성 강박으로 인해 테크닉을 위한 테크닉, 레이어를 위한 레이어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함.
비단 명보당 얘기뿐만이 아니라 어느 요리인이든 본인이 아는 걸 총동원해서 하나에 때려넣고 싶은 욕망이 어느정도 있을 거라... 조화를 등한시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봄. 밍글링 팟 재료 16개 들어가는 거나 동켈레 셰프 소스 17가지 재료 블라인드로 맞출 사람 없을 거 아냐
애초에 그 많은 요소들이 뒤섞이는데 먹어보고 일일이 알아맞힐 정도면 미친 절대미각이거나 요리사 본인이고, 내 정도 수준에선 뭐 하나 빼더라도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야 불특정한 '빈 맛'의 차이 정도만 느낄 것 같음.
맛없다는 얘기 같은데 왜 이리 억쉴치냐? 라고 물을 것 같아서... 일단 내가 직관적이고 리치한 맛을 좋아해서 그렇지, 좀더 복합미 있고 새롭고 라이트한 맛을 추구한다면 만족할 것 같음.
그리고 여기 접객이 굉장히 좋았음. 소믈리에분이랑 여자 서버분도 친근하게 말 잘 걸어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려 하고 설명도 상세하게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음
암튼 내 예상보다 굉장히 전위적인 다이닝 경험이었는데, 이전까지 후기 보면 맛있어보여서 다른 시즌에도 방문해보고 싶음
출처: 오마카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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