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한국에서는 멸시받는 내가 영국에서는 싱글몰트 시장의 지배자?
반갑다, 위붕이들아.
오늘은 한국에서 '남주라'라면서 무시받고 저평가당하는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주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니붕이들은 '주라'라는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다수는 '주라는 남 주라', '가격은 괜찮은데 맛이 영....' 등, 상당수가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주변 위스키 애호가들도 '주라는 먹을 만한 것이 없느냐?'라는 나의 질문에 아래 '주라 팹스 19년'을 추천해 줬을 정도 (그런데 이건 면세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남주라'라며 멸시받는 위스키 주라는, 본고장 영국으로 넘어오면 입지가 확 달라진다.
자, 여기서 잠깐 질문. 영국 싱글몰트 시장을 지배하는 브랜드는 무엇일 것 같나?
전 세계 싱글몰트 시장을 지배하는 글렌피딕?
고급 스카치 위스키의 대명사인 맥캘란?
아니면 미국과 유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글렌리벳?
모두 틀렸다. 왜냐하면 답은 ㅡ 놀랍게도 주라이기 때문이다.
2023년 스카치 위스키 산업 평가에 의하면, 주라의 시장 점유율이 7.8%로 1위를 기록했는데, 그 뒤를 글렌피딕(6.9%), 글렌모렌지(6.5%), 글렌리벳(5.7%)이 이었다. 참고로 주라는 2020년에 첫 영국 싱글몰트 시장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의 식음료 잡지 '더 그로서(The Grocer)'는 해마다 '영국의 주류 브랜드 상위 100개의 목록'을 발표하는데,
이 100개의 브랜드 가운데 유일 하게 들어간 싱글몰트가 바로 주라이기 때문.
더 그로서는 주라에 대해 아래와 같은 평가를 내렸다.
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세금 증가,국제적인 무역전쟁은 많은 스카치 우 스키 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주라는 다르다. 주라 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6%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너 헤브리디스 제도 주라 섬에 위치한 이 증류소는 2018년 리브랜딩 작업을 거치면서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위해 만들어진 더 스모키하고 단 코어 레인지 제품을 추가했다. 이곳이 주라로 하여금 위스키 불황을 이겨 내게 한 요인으로 평가되며. 주라를 소유한 화이트&맥케이의 주라 브랜드 총책임자 키어런 힐리-라이더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우리가 주라의 리브랜딩을 시작한지 벌써 8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리 브랜딩을 시작할 때에 유럽에서 존재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서 싱글몰트 시장의 주도자가 될 기 회를 보았죠.
목적의 그 명확성과 프루티하고, 균형 잡혀 있고, 맛있는 우리의 위스키 특성 때문에 주라는 새 고객들을 싱글몰트 카테고리로 인도할 수 있었습니다."
주라의 이러한 성공을 이끈 주역은 주라 버번 캐스크로 평가된다.
바닐라, 토피, 살구 노트를 가진 이 신선하고 프루티한 싱글 몰트는 이미 주라 10년의 판매량을 추월한지 오래이다.
자, 그렇다면 국내에서 무시받는 주라가 본고장 영국에서는 어떻게 마켓의 지배자가 된 것일까? 이것이 스카치 업계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지금부터 답해 보겠다.
주라의 성공 요인 1: 가성비와 접근성에 집중하라
일단, 전술한 글렌피딕/맥캘란/글렌리벳에게는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국 내수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많은 마진을 노린다'는 것.
글렌피딕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주라보다 비싸고, 맥캘란은 고급스러움에 집중하는 동시에 할인을 거의 하지 않으며, 글렌리벳은 슈퍼마켓 프로모션보다는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앞선 3개의 브랜드들이 영국 내수 시장에 덜 신경을 쓸 동안, 주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주라는 그 틈을 '가성비'와 '접근성'으로 공략했다.
고급 시장을 노리기보다는 (이 시장은 같은 모기업 내 달모어가 맡고 있어서 시장 간섭이 일어나기 때문도 있겠지만) 가성비와 접근성, 그리고 높은 품질로 무장하고 슈퍼마켓 진열대를 공략함으로써, 다른 소비자들이 사기에 부담스럽다라고 느끼는 브랜드들을 따돌린 것.
그 인식과 현실의 차이가 바로 오늘날의 스카치 위스키 시장에서 주라의 부상을 중요한 이야기로 만든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주라의 전략은 한 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영국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을. 사람들이 동네 슈퍼마켓에 갔을 때 눈에 잘 띄고 믿음을 주면 되는 브랜드면 된다는 것을.
주라의 성공 요인 2: 진입 장벽을 낮춰라
참고로 주라의 성공 요인에는 개선된 포장과 메세지 전달 방식도 빼놓을 수 없다.
주라는 2025년에 새로운 리브랜딩을 거쳤는데, 이 리브랜딩의 목표는 위스키를 처음 마시는 사람들도 주라에 매력을 느끼게 함으로써 그들에게도 접근성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이제 주라의 위스키 라벨에는 간단한 위스키 노트 지수가 들어가는데, 복숭아/시트러스/호두 등의 노트가 0~6까지 단계로 표현되며, 라벨에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온라인에서 위스키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복잡한 전문 용어를 치워 버리고 소비자에게 진열대에 있는 제품에 대하여 자신감을 주고자 한 것.
리브랜딩 당시 주라 브랜드 총괄 클레어 블랙애더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모든 사람이 위스키 전문가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이 위스키가 어떤 맛이 나는가'입니다. 새롭게 디자인한 패키지와 스케일을 통해 소비자들은 주라가 자신의 상황과 취향에 맞는 위스키인지 훨씬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라 특유의 과일 향과 균형 잡힌 풍미를 담은 위스키를 선택하고 있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주라 10년을 새로운 주라 12년으로 대체한 것이다. 주라가 실시한 소비자 테스트에서는 12년 숙성 제품이 오랜 위스키 애호가뿐 아니라 젊은 신규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매력적으로 평가되었다. 추가 숙성을 통해 과일 향, 시트러스, 견과류 풍미가 한층 깊어졌으며, 이는 주라가 추구하는 부드럽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Easy-drinking)을 더욱 잘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직접 반영한 것이다. 주라는 위스키 코너를 찾은 소비자의 약 3분의 2가 선택지가 너무 많아 부담을 느낀 나머지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 구성을 단순화함으로써, '위스키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리뉴얼은 주라가 '스카치 위스키 입문의 관문(Gateway Malt)' 역할을 맡고 있다는 브랜드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주라는 피트를 사용하지 않은 원액(Unpeated Spirit)을 사용해,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인 '과일 향이 풍부하면서도 균형 잡힌 풍미(fruity and balanced)'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주라는 종종 '게이트웨이 몰트(Gateway Malt)', 즉 스카치 위스키에 관심은 있지만 너무 강하거나 복잡한 스타일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입문용 싱글몰트로 평가받는다. 부드럽고 친근한 맛 덕분에, 처음 스카치를 접하는 소비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라는 의미다.
주라의 목표는 희귀한 병을 찾는 컬렉터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스카치 위스키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도록 돕는 것, 그것이 주라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오늘날 영국 위스키 시장을 보여주는 주라의 성공
주라의 성공은 오늘날 영국에서 위스키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희귀한 한정판을 찾아다니거나 컬렉션을 위한 병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일정하며,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스키다. 주라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또한 주라는 싱글몰트가 새로운 소비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오랫동안 영국 위스키 시장은 페이머스 그라우스(Famous Grouse)나 벨스(Bell's)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주도해 왔다. 주라는 블렌디드 위스키를 마시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싱글몰트로 넘어갈 수 있도록 그 간극을 메워 준다.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하며,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위험 부담 없이 한 단계 높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스키가 된다.
스카치 마케팅의 새로운 방향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이는 스카치 위스키 마케팅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라가 도입한 맛의 강도(Flavor Scale), 단순화된 패키지 디자인, 그리고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정보 전달 방식은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위스키 코너를 찾은 소비자의 3분의 2가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간다면, 선택을 더 쉽게 만들어 주는 것 자체가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분명하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몰트를 즐기기 위해 거액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 주라는 맥캘란처럼 최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으며, 글렌피딕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브랜드도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2025년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진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작은 섬에서 탄생한 거대한 브랜드
주라의 이야기는 하나의 역설이다. 인구가 25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섬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가 이제 영국 싱글몰트 시장을 이끌고 있다. 주라는 명성이나 고급스러움을 좇기보다 합리적인 가격, 뛰어난 접근성, 그리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에 집중함으로써 스코틀랜드의 가장 유명한 브랜드들을 뛰어넘었다.
주라의 성공은 2025년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중요한 진실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인기는 더 이상 럭셔리함이나 희소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새롭게 선보인 12년 숙성, 리뉴얼된 패키지, 그리고 더욱 명확해진 브랜드 정체성을 바탕으로 주라는 당분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준비를 마친 듯하다.
지금 이 순간, 그 작은 섬에서 만들어진 위스키는 영국에서 가장 큰 이름이 되었다.
출처:
Squires, B. (2025). Jura: How a Tiny Island Scotch Became the UK’s Best-Selling Single Malt. [online] Thewhiskeywash.com. Available at: https://thewhiskeywash.com/whiskey-articles/jura-how-a-tiny-island-scotch-became-the-uks-best-selling-single-malt/ [Accessed 14 July 2026].
The Grocer (2025). Britain’s Biggest Alcohol Brands 2025: The top 100. [online] The Grocer. Available at: https://www.thegrocer.co.uk/rankings/britains-biggest-alcohol-brands-2025-the-top-100/706053.article [Accessed 14 July 2026].
출처: 위스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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