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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이 곧 '부채의 사다리'…자영업 구조개혁 시급하고 절실하다
"자영업, 문을 여는 것보다 문을 닫는 일이 더 어렵다."
이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 자영업의 어두운 현실을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창업을 실직자나 미취업 청년경제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왔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면 창업을 권했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경기가 침체되면 정책금융을 풀었다. 창업은 마치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처럼 포장됐다. 그래서 창업자는 늘었다. 그러나 시장은 커지지 않았다.
그 결과,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야 할 창업은 상당수에게 부채의 사다리가 되었고, 지원 정책은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과잉 공급을 부추겼다.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오히려 자영업자를 울리는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규 창업 대비 폐업 비율 역시 80% 안팎에 이른다. 창업 열 명 중 여덟 명이 결국 시장을 떠난다는 의미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여전히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내수시장은 거의 커지지 않았는데, 공급만 계속 늘어난 결과다.
문제는 창업 자체가 아니라 창업을 둘러싼 정책 철학
더 큰 문제는 실패보다 실패 이후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는 폐업도 쉽지 않다. 임대차 계약은 남아 있고, 원상복구 비용은 부담스럽고, 대출은 갚아야 한다. 정책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만, 이는 병을 고치는 처방이라기보다 진통제를 반복해서 처방하는 것에 가깝다.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빚은 더 커지고 재기의 기회는 더 멀어진다.
농부가 논 한 마지기에 두 배의 모를 심는다고 수확이 두 배가 되지 않는 것처럼, 소비가 늘지 않는 시장에 점포만 늘린다고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다. 경제는 희망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냉정한 법칙 위에서 움직인다. 정부가 창업의 문을 넓힐수록 좁은 내수시장에는 더 많은 점포가 몰리고, 경쟁은 출혈로 변한다.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이익은 줄고, 결국 모두가 허덕인다.
경제학에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개념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결국 이용자가 몰려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는 이론이다. 지금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이 바로 그렇다. 정부가 진입 문턱을 낮추고 창업을 장려할수록 좁은 시장에 더 많은 점포가 몰리고, 결국 모두가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략)
실패 이후의 정부 정책이 사실상 '연명 치료'에 머물러
정부지원 방식은 세 가지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진입은 지나치게 쉽다. 충분한 상권 분석이나 경영 교육 없이 정책자금만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침체,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 같은 외부 충격이 닥치면 버틸 여력이 없다.
둘째, 실패 이후의 정책이 사실상 '연명 치료'에 머물러 있다. 정책자금 만기 연장과 추가 대출은 시간을 벌어줄 뿐 경쟁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폐업을 결심해도 원상복구 비용과 임대차 계약, 대출 상환 부담 때문에 문조차 닫지 못하는 점포가 적지 않다. 불이 꺼진 가게가 몇 달씩 간판만 걸고 있는 이유다.
셋째, 무엇보다 퇴로가 없다. 실패한 자영업자가 안정적인 임금근로자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충분하지 않다. 결국 폐업 후 또 다른 가게를 열고, 다시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창업 지원은 넘치는데 재취업 지원은 빈약한 기형적 구조다.
국민 모두가 사장이 되는 사회, 결코 건강한 경제가 아냐
이제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창업에도 일정한 '면허 의식'이 필요하다. 과밀 업종에는 위험 경보를 발령하고, 상권 분석과 재무 교육, 일정 기간의 실무 교육을 거친 뒤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사전 검증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창업의 문턱을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확률을 낮추자는 것이다.
동시에 '질서 있는 퇴출'을 국가 정책으로 인정해야 한다. 기업 세계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자영업만 유독 무조건 버티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고통을 연장하는 일이다. 폐업 철거비 지원, 채무조정, 신용회복 제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 실패가 곧 인생의 파산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창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국민 모두가 사장이 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경제가 아니다. 혁신기업이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꼭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자영업이 살아남는 산업 구조가 정상이다.
창업을 권하는 사회에서 생존을 돕는 사회로 나아가야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어려운 일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창업을 많이 시키는 정부가 아니라 실패를 줄이는 정부, 버티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정부로 정책 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자영업 정책의 성패는 더 이상 개업한 점포 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빚더미에 오르지 않았는지,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가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가 진정한 성적표가 되어야 한다.
창업을 권하는 사회에서 생존을 돕는 사회로. 이제 대한민국 자영업 정책은 양적 확대가 아니라 구조개혁이라는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 있음을 정부나 자영업자 공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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