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하영 증조부 친일 얘기도 적당히 좀 합시다
누구 증조부가 친일했네, 누구 집안이 독립운동했네 하면서
100년 전 조상의 행적을 끌고 와서 지금 사람에게 딱지 붙이는 게 대체 언제까지 갈 일입니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금만 넓게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무장세력이 만주와 중국 일대에서 활동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냉전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변화까지 겹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한의 국가서훈이나 독립유공자 명단에 이름이 남은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거나 평가받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만주와 중국 동북지역에는 이름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독립운동을 돕거나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조선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후손 중 일부가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국동포, 즉 조선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겠다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보자마자 "조선족", "짱깨"라고 싸잡아 비하합니다.
이게 앞뒤가 맞습니까?
반대로 누군가의 증조부가 친일 행위를 했다고 해서
그 증손자까지 친일파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조상이 친일했다고 후손이 친일인 것도 아니고,
조상이 독립운동했다고 후손이 자동으로 애국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은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행동하는지로 평가해야 합니다.
친일, 친중, 친미, 좌파, 우파….
요즘 보면 역사와 정치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색깔을 칠하고 공격하기 위한 도구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일본 욕하면서 일본 여행 갈 수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역사유적이나 문화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 제품과 문화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의 정부와 정책을 평가하는 것,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을 대하는 것,
그리고 100년 전 조상의 행적을 평가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걸 전부 한 덩어리로 만들어서
"너 친일", "너 친중", "너 빨갱이", "너 토착왜구" 하면서 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지역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진왜란 때 어느 지역 사람이 더 용감했고 어느 지역 사람이 비겁했다는 식으로 오늘날 사람을 재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호남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싸웠고 영남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싸웠습니다.
의병과 관군, 수군의 희생을 오늘날 지역감정의 재료로 가져다 쓰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입니다.
역사는 정확하게 기록하고 잘못한 사람의 행위는 정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친일행위가 있었다면 친일행위 자체는 분명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독립운동을 했다면 제대로 찾아내서 평가하고 예우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상의 공과를 후손에게 세습시키는 순간 역사가 아니라 정치적 낙인찍기가 됩니다.
100년 전 누구의 증조부가 어느 편이었는지를 가지고
2026년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증오하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인이어서 미워하고,
중국인이어서 미워하고,
조선족이어서 미워하고,
전라도라서 미워하고,
경상도라서 미워하고,
좌파라서 미워하고,
우파라서 미워하고….
이런 식이면 평생 남 미워하다 인생 끝납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정확하게 평가하고,
현재의 사람은 현재의 행동으로 평가합시다.
정치권이 던져주는 색깔 하나씩 뒤집어쓰고 서로 싸우는 데 인생 낭비하지 말고
지금 내 삶에 뭐가 필요한지,
우리 가족에게 뭐가 중요한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더 낫게 만들지를 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기억하되 증오는 세습하지 맙시다.
그 정도는 이제 할 때도 됐습니다.
적당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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