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잠수함 수주? 무엇을 털려나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연초에 박태웅 씨가 방송에 나와 한국이 AI 3대강국이라는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혹세무민하지 말라는 글 몇 개 올렸는데, 어제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나온 누군가가 또 맥락없이 AI 3대 강국 운운하네요.
메모리와 AI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세칭 전문가들의 이런 엉터리 소리 때문일겁니다.
오징어 게임의 최후 승부가 결국 오징어 게임에서 결판나듯, AI 패권 경쟁의 진짜 승부처도 결국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AI를 기초부터 설계하는 원천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쉬지 않고 작동시키는 청정 에너지입니다.
AI의 원천기술, 즉 두뇌를 설계하는 나라들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설계력을 보유한 나라고 그 뒤를 중국이 추적하고 있죠.
프랑스는 최근 오픈소스 LLM에서 3위 플레이어로 급부상한 나라입니다.
캐나다는 원천이론, 딥러닝의 산실이기때문에 설계국 명단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이 나라들 외에도 영국과 싱가포르가 AI 원천 알고리즘 연구, 글로벌 핵심 인재유입,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는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Tortoise Media 같은 글로벌 인공지능 지수에서 이들 나라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겁니다.
AI를 쉬지않고 작동시킬 청정 에너지 강대국들은 어디일까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가 청정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들입니다.
다만 이 나라들은 인공지능 원천기술이 없고, 미국, 프랑스는 기술은 있지만 에너지 부족이 병목입니다.
캐나다는 에너지와 원천기술(연구기반) 모두를 일정 수준 갖춘 드문 나라이고, 그게 바로 대규모 AI 연산 허브들이 캐나다에 들어서는 이유입니다. 이 나라 생산전력 전체의 85 퍼센트가 수력·풍력·태양광·원자력 등 청정에너지에서 나옵니다.
애석하게도 한국은 두 영역 모두에서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반도체와 변압기 등 인공지능 구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재 제조강자이기 때문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은 공급망 부품 생산강자이지 AI 강국은 아니라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생산을 지배하고 있지만, 메모리 분야 리더십만으로는 AI 시대의 장기적 입지는 절대 보장되지 않습니다.
삼전닉스는 AI 열차의 부품 납품업체이지, 열차를 설계하고 운행하는 물주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왜 많은 한국인들이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착각하는 걸까요?
아마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HBM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하는 현상 때문일겁니다.
이건 명백한 강점이 맞아요. AI 갑은 아니지만 수퍼 을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중요한 구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부품생산을 잘 한다는 것과, AI 자체를 이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HBM이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라고 하면, 그 부품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어도 스마트폰의 운영체제(iOS,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애플과 구글이 진짜 갑인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들지만, 결국 구글의 슈퍼 을 역할을 해온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도, AI의 핵심인 원천 알고리즘 연구, 글로벌 소프트웨어 생태계, AI 인재 유치, 저렴한 청정 에너지 이 네 가지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코 진짜 AI 강국이 될 수 없다는 거죠.
좀 더 냉정하게 말할까요?
마이크론은 둘째치고 중국의 CXMT 같은 메모리 후발주자들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를 감안할 때, 메모리 납품 독점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더 위협적인 건 구글 메타 아마존등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자체 AI 칩을 직접 설계하면서, 메모리 규격과 아키텍처까지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려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이 지금 와서 AI 원천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기 위해 수백 조를 투자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단기간에 캐나다나 노르웨이 수준으로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참, 한국 뉴스보니 호남에 풍력발전 청정에너지가 차고 넘친다니 사실이라면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만의 생존 전략이 있으니까요.
한국에는 세계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제조역량이 있습니다.
로봇, 자율주행 부품, 정밀 제조장비 같은 피지컬 분야에서 한국은 독보적입니다.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로 넘어오면 올수록 공장을 움직이고 로봇을 제어하고 자동차를 운전하게 하려면 이 물리적 제조역량이 필수가 됩니다.
이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 즉 슈퍼 을 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한국의 현실적인 생존 전략이에요.
미국과 캐나다가 이 제조역량마저 자국으로 흡수하려는 개수작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주도권만큼은 절대 내줘서는 안됩니다. 제조역량을 도둑질 당하거나 제조기반을 잃는 순간, 한국은 아무것도 아닌 나라로 추락하고 말아요.
트럼프는 1기때부터 삼성전자의 미국으로의 본사이전을 눈독들여왔고, 캐나다는 AI협력과 잠수함 수주를 지렛대삼아 한화오션과 현대차에 거절하기도 어렵고 들어주기도 어려운 요구를 했습니다.
글이 길어질 염려가 있어 그 요구들이 무엇인지 나열하지는 않겠지만, 캐나다의 요구를 거절한 폭스바겐과는 달리 아마도 한국측은 캐나다측 요구를 거의 모두 들어준 것으로 보이는데,
캐나다는 잠수함 수주를 지렛대로 한국의 조선, 소재, 부품 인프라 전체를 자국 AI 기업 코히어의 LLM 멀티모달 등 캐나다 AI 산업 생태계 안에 심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고, 한화오션과 현대차의 제안은 단순 절충교역보다 훨씬 깊은 산업주권 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7 월 7 일 이전에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할텐데, (오늘은 안 합니다. 캐나다 생일이거든요)
한국이 탈락하면 그걸로 그만이지만 만일 낙점되더라도 무엇이 캐나다에 털려나가는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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