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내가 매일 들고 다니던 건 진짜 내 폰이었을까?
목요일 저녁 고객들과 회식이 길지 않게 끝이 났습니다. 외근에 외근을 거듭한 터라 집으로 돌아 가는 전철에서 제 스맛폰은 비상용 외장 배터리 까지 탈탈 털어쓰고는 그만 꺼져 버렸습니다.
그나마 업무 끝날때까진 버텨 줘서 다행인것 같았습니다. 아이폰 12Pro니까 정말 오래 쓴 스맛폰이죠
그리고 집에와서 충전기를 연결하고는 샤워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이 돼서 눈을 떳는데도 핸드폰이 아직 켜지질 않는겁니다~ 이게 뭐지?
불안함을 안고 출근했는데 여기 저기 고객사에서 전화기가 꺼졌다며 연락이 오기 시작하고 점심시간에 근처 as센터를 갔더니 메인 보드 불량인것 같다면서 수리 하시겠냐고 물어 보더군요
예전 같으면 갑자기 이렇게 꺼진 핸드폰은 무조건 살려야 했을겁니다. 각종 사진과 전화번호들을 복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클라우드가 모든 데이터를 백업 하는 시대입니다
저는 당근으로 적절한 중고폰을 골랐고 제 아이폰의 유심을 빼서 꽂은 다음 아이클라우드에 백업된 제가 쓰던 아이폰의 영혼을 불러왔습니다
그러자 2시간 후 구입한 아이폰은 쓰던 아이폰 보다 훨씬 최신 버전이었지만 app들과 데이터는 혹은 영혼은 제가 쓰던 그 폰 그대로였습니다.
너무나 완전히 복구 되어서 아침부터 있었던 그 일들이 꿈처럼 느껴지고 애초에 이 아이폰을 쓰고 있었던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손에 들고 다니며 제 폰이라고 믿었던 그 실체는 사실 껍데기 혹은 동굴에 비친 그림자였고 아이클라우드에 백업 되던 데이터가 이데아이자 실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저 제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데이터가 네트웍을 통해 전달되어 서버에 저장 되었다가 다시 전송되어 복구되는것에 뭘 그리 거창한 의미를 찾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날로그와 퍼스널 컴퓨터에서 스마트폰까지. pc통신에서 유비쿼터스를 지나 클라우드 그리고 이제 LLM이라는 인공지능을 아무도 신기하지 않게 생각하며 당연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20세기 아저씨에겐 이런 모든게 어떤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면서 현실감이 사라질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아주 그런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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