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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수시(학종, 농어촌)으로 애 대학 보냈습니다.

Ssjx· 2026.08.03 07:35· 조회 175
수시(학종, 농어촌)로 이번(작년이라고 해야 하나)에 애 대학 보낸 아빠입니다. 제주도 시골 면단위 초중 나오고, 읍단위 고등학교 나온 아이입니다. 애초에 정시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학원 다니고 과외하는 시내 아이들하고 비빌 각이 나오지 않아서요. 수시로 하되 읍에는 딱 보습학원 정도만 있었습니다. 굳이 괜찮은 학원 보내기에는 사실 형편도 어렵고, 애도 힘들어서 학원 다니기 싫다고(왕복 거의 4시간)해서 집과 학교에서만 공부했습니다. 제 아이 같은 경우, 그리고 그 친구들의 경우 수시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수시가 큰 도움이 되었죠. 시골 학교가 으레 그렇듯 "고교학점제 시범학교"(이런 거 주로 시골 학교를 시범학교로 자주 지정합니다)가 되었지요.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내신만 좋으면 다인 것도 아니라고 하고, 사실상 응원과 조언 말고는 한 게 없습니다. 전교생 30명(한 반 아니고, 한 학년 아니고, 1~3학년 전체)인 중학교에서 맨날 1등 하다가 그마나 읍에 고등학교 들어가더니 1학년 1학기 성적 말아먹고 멘붕에 빠지더군요. 워낙 애니메이션이랑 게임 좋아하던 애라 미대 가고 싶다 했는데 입시미술이 막막하여 주저 앉혔죠. 1학년 성적 무너지고 2학년 올라가던 사이에 이것저것 알아보았는지 다시 폼을 회복했습니다. 그나마 자기 취향하고 비슷한 것이 '게임'이라 생각했는지 방향을 그쪽으로 잡더군요(컴공/컴소/디콘/게임 등). 해서 뭐 무슨무슨 수업 들어야 한다고 목(방과후)/토에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 가서 코딩 같은 거 배우고, 내신 잡으면서 수행으로 뭐 이것저것 짜고 하더군요. 수강 과목을 그쪽으로 맞추기도 했고요. 문제는 애가 수학/과학을 못하는데(극문과, 국어랑 영어는 공부하는 꼴을 못 보는데 성적이 좋고, 매일 수학 과학만 붙들고 있는데 성적이 안 따르네요), 어쨌든 고생스럽게 했죠. 주로 시험보다는 수행에서 좀 성과를 낸 편입니다. 수행에서 하다 못해 지구과학 뭐 발표하는 거다 하면 "마인크래프에서 지질의 현실적 반영" 어쩌구저쩌구로 리포트 쓰고, 수학에서는 "미분 기하학과 게임 내 포탄 궤적의 물리적 구현"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쓰고, 하다 못해 음악에도 수행에 게임 사운드 어쩌구 저쩌구, 영어도 발표(수행) 자료로 "게임에서 재미를 구성하는 3요소" 뭐 그런 식으로 아예 그쪽으로 2-3학년 내내 쭉 밀고 갔습니다. 2학년 말에는 기말 끝나자마자 며칠 밤새워 게임 만들어서 수행 제출하고 그걸로 학교 축제 때 교실에 컴퓨터 30대 깔아놓고 학생들이 체험하기도 했고요. 시골 학교 특성상 공부에 욕심 낸 아이와 안 낸 아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시내에서 내신 따러 오는 똘똘한 애들도 많았고요. 애는 어쨌든 학원을 안 가니 당연히 수업 자체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선생님으로서는 수업 자체에 "협조적인" 면이 좋게 보였는지, 나중에 학생부 보니 성적은 부족한데도 어떻게든 잘 써주시려고 한 티가 나긴 하더라고요. 원서 쓸 때가 다가와서 가능한 학교와 학과들을 찾아볼 때입니다. 숫자로만 보니 욕심이 생기는데, 시골 학교 특유의 커다란 표준편차 때문에 성적표에 기재된 등급보다 0.5~0.8 등급은 깎고 봐야 한다더군요. 몇 군데 쓰고, 수능최저도 2개 필요해서 수능도 보았지요. 아무렴 수시러라 해도 이 정도 성적인데 이 정도 수능 등급도 못 따겠냐 했는데, 못 따네요. 이번 수능 어려웠다고... 어쨌든 애는 딱 원하던 대학 들어갔습니다. 서울 애들 사이에서 쫄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더라고요. 가서 보니 팀플로 뭘 개발해야 하는데, 애들이 아무것도 모르더라는 겁니다. 개발 툴을 사용해본 사람도 저 하나밖에 없고, 애들이 회의라는 것 자체도 할 줄을 모르고(그 학과가 수시 반, 정시 반 정도 뽑았어서). 결국 지가 팀장하게 됐다고 하면서 그러더군요. "고등학교 때 실무 배운 거 대학교에서 써먹는 것 같다"고요. 어쨌든 이번에 또 무슨 점핑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었다고 전시회 출품했다고 하는데, 비행기 값이랑 숙소비가 무서워서 못 가보네요. '될놈될'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혹여 대입 방법이 정시뿐이었으면 어쩌면 제 아이나 그 친구들은 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제주 애들의 숙원인 "친구야, 육지에서 만나자!"도 쉽지 않았겠지요. 다양한 입시제도 덕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일찌감치 공부의 방향을 정한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정시만 있을 때도 시골에서 서울대 간 학생들이 있죠. 원래 해마다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애들은 꼭 있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범부의 자식들에게는 수시(요샌 학종과 교과가 많이 섞이는 분위기로 하더군요)가 제법 도움이 되는 선택지였씁니다. PS. 제가 바로 94년 수능 두 번 본 사람입니다. 공고 다녔는데, 전공 과목이 너무 안 맞아서 고삼 2월 때 대학을 가야겠다 하고 수학의 정석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3월에 개학하고 친구들 만나니 그때야 '수학' 능력이 그 '수학' 능력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7월 초에 자격증 시험(공고 졸) 보고 보름 뒤에 1차 수능을 봤죠. 2학기는 작은 공장 하시는 외삼촌께 부탁해 취업증명 받아서 학교 안 가고 도서관 다니며 공부했죠(물론 중간중간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북한산 가서 술도 마시고...). 1차 수능 점수와 2차 수능 점수가 거의 차이 없는 매우 드문 케이스였는데, 무조건 높은 점수로만 한다는 방침에 따라 결국 1차 수능 점수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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