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IT 신입 취업준비생들에게 바치는 작은팁 (문과용)
드라마 미생을 오랜만에 다시 보다보니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시절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당대표 경선으로 정치 이야기가 뜨거운 가운데, 게시판 분위기도 조금 환기할 겸 앞으로는 회사 생활이나 IT 업계에서 겪었던 경험하며 느꼈던 점들을 틈틈이 써볼까 합니다.
특히 취준생들인 30대 미만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물론 클리앙 특성상 해당 연령대는 많지 않겠지만요. 반응은 저조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만 해도 문과 취업시장은 이미 상당히 좁아진 상태였습니다.
대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학점 4.0 이상에 토익 고득점은 기본이었고, 인턴 경험이 없으면 학벌이 좋아도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제 스펙은 평범하거나 오히려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학점 3.5
토익스피킹 6등급
인턴 경험 없음
4학년 때도 취업 준비보다는 스노우보드 동아리 부회장을 하고,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취업을 재수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당시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던 시기였습니다. 학점보다 자기소개서를 중요하게 보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운 좋게도 저는 지원한 회사의 절반 이상에서 서류 합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인적성 역시 합격한 기업들은 대부분 통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는 질문의 의도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좋아했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화려한 액션보다 등장인물이 극한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자연스럽게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회사는 왜 나에게 이 질문을 하는 걸까?'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가장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본질은 자신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회사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면접관은 그 답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몇 년 전 취업 컨설팅을 부업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맡았던 학생들 대부분은 원하는 기업에 취업했습니다. 3N이나 카카오 같은 기업에 합격한 친구들도 있었죠.
그런데 가장 스펙이 좋았던 A 학생은 취업에 실패했고, 지방대를 나온 B 학생은 원하는 회사에 한 번에 합격했습니다.
결국 둘의 차이를 가른 것은 스펙이 아니라, 회사가 왜 그 질문을 던졌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자소서의 질문 중 하나가 '창의적인 경험'입니다.
많은 지원자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얼마나 독창적인 사람인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정말 궁금한 것은 창의성 자체가 아닙니다.
업무를 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 문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같은 상황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러한 사고 과정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걸 보고 면접관들은 "아 이 회사에 오면 이 친구는 이런 업무를 줄떄 이런 기대 값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겠지요
둘의 경험만 놓고 보면 A 학생이 더 화려했습니다. A 학생은 인턴 경험을 최대한 특별하게 포장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B 학생은 카드사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평범한 CS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고객의 불만을 어떻게 파악했고,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으며,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입사 후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본질을 이해한 사람은 B 학생이었습니다.
회사가 듣고 싶은 것은 '대단한 경험'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자신의 장단점'입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는 "단점 같지 않은 단점을 말하는 것이 정답이다."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질문 역시 본질은 단점을 찾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는 이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평소에 하는지 보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까지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답해야 할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회사는 왜 나에게 이 질문을 하는 걸까?'
그 질문의 본질을 이해하는 순간,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식도, 면접에 답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저는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바로 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IT 서비스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내가 좋아 보이는 기능'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개발자나 기획자의 취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은 이 서비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가'입니다.
결국 좋은 서비스는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시작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광고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고객이 왜 구매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고, 기획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용자가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생각해 보면 회사 생활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질문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고, 본질을 놓친 사람은 현상만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도,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도 결국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는 왜 이 질문을 했을까?'
'이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어떻게해야될까?'
'이 서비스를 홍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러한 여러가지 경우의 수들에서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결국 사람의 경쟁력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미생을 다시 보다 보니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라 오랜만에 적어봤습니다.
혹시 이 글이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뿐 아니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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